문화

아이들, 에스파, QWER까지... 게임사들이 '아이돌' 고집하는 이유

 국내 게임사들이 K-팝 아이돌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한층 더 진화된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과거 단순히 인기 있는 아이돌을 섭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게임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아티스트를 전략적으로 선정해 음원, 캐릭터, 스토리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추세다.

 

최근 넷마블과 크래프톤은 각자의 대표 게임에 인기 걸그룹과의 협업 콘텐츠를 선보이며 이용자와 팬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넷마블은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이하 나혼렙)'에 걸그룹 아이들(i-dle)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에 에스파를 각각 등장시켰다.

 

넷마블은 지난 3일 아이들과 협업한 음원 '어라이즈(ARISE)'를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등 주요 음원 플랫폼에 공개했다. 동시에 게임 내에서는 아이들 멤버인 미연과 슈화를 신규 SSR 헌터(캐릭터)로 출시하고, 이들을 획득할 수 있는 컬래버 패스를 운영 중이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캐릭터 구현을 넘어 게임 내 스토리와 미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었으며, 이용자들은 협업 음원을 게임에서 직접 감상하고 구현된 캐릭터로 게임을 즐기며 아이들 멤버들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전에도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가상 걸그룹 K/DA의 음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게임 IP와 음악을 연결하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배경이 이번 '나혼렙'과의 협업에서도 게임 세계관과의 자연스러운 접점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10일 배틀그라운드에 에스파와의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출시했다. 에스파 멤버들이 게임 내 캐릭터로 구현되었고, 게임 세계관이 반영된 협업 음원 '다크 아츠(DARK ARTS)'를 발매했다. 이 과정에서 에스파의 독특한 세계관인 '광야'와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이 결합되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정식 음원 공개 전에 게임 내 로비에서 '다크 아츠'를 미리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다. 이를 통해 에스파 팬들이 자연스럽게 배틀그라운드로 유입되도록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도 인기 걸밴드 큐더블유이알(QWER)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시작했다. QWER은 인터넷 방송인 출신 4명으로 구성된 걸밴드로, 그룹명 자체가 LoL 등에서 사용하는 스킬의 키보드 배열에서 유래될 만큼 게임과의 연관성이 깊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게임 문화에 친숙한 팬층의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내는 전략적 협업으로 볼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사들은 단순히 인기도만 보고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콘셉트를 가진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 단계부터 아티스트와의 적합성을 충분히 검토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대중의 이목을 효과적으로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게임과 K-팝의 진화된 협업 방식은 양쪽 산업 모두에게 윈-윈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임사는 인기 아티스트의 팬덤을 게임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아티스트는 게임 이용자라는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MZ세대 실종 사건? 한국 기업, '젊은 피' 가뭄에 늙어간다

 대한민국 기업의 인력 구성에 전례 없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역동적인 성장의 상징이었던 '젊은 피'의 유입은 급감하고, 숙련된 고참 직원들의 퇴직 시기는 늦춰지면서, 기업 내 '세대 역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 직원의 수가 20대 직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국내 산업 전반에 걸친 인력 고령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24개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30세 미만 인력 비중은 19.8%로, 2022년 대비 1.2%p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력 비중은 19.1%에서 20.1%로 0.6%p 증가하며, 마침내 30세 미만 인력 비중을 추월했다. 이는 2015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50대 이상 직원이 30세 미만 직원을 수적으로 앞지른 충격적인 결과다.수치로 확인되는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최근 3년간 30세 미만 직원은 2022년 23만5923명에서 2024년 22만1369명으로 1만4천명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50세 이상 직원은 20만6040명에서 22만4438명으로 1만8천명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젊은 인력의 유입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고령 인력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면서 기업의 인력 구조가 급격히 노화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인력 고령화 쇼크'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다. 장기화된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보다는 현상 유지와 비용 절감에 집중하면서, 신규 인력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특히 청년 실업 문제와 맞물려 사회 전반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또 고령 인력의 퇴직 연령이 높아지고, 재고용 등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주요 원인이다. 기대 수명 연장과 건강 관리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훨씬 오랫동안 경제 활동이 가능해졌고, 불안정한 노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정년 이후에도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커졌다.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고참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는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며, 이들을 대체할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비용보다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그리고 일부 젊은 세대들이 전통적인 기업 문화나 경직된 조직 생활 대신 유연한 근무 형태나 창업, 프리랜서 등 다른 직업 경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도 기업 내 '젊은 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이러한 인력 구조의 변화는 기업에 여러 가지 심각한 과제를 안겨준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혁신 동력의 약화다. 젊은 인력의 유입이 줄어들면 새로운 아이디어, 유연한 사고, 빠른 변화 적응력이 저하될 수 있다. 또한, 조직 내 활력과 역동성이 떨어지고, 세대 간 가치관과 업무 방식의 차이로 인한 소통의 단절이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특히, 이차전지 산업처럼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놓인 업종에서 이러한 세대 역전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3년간 이차전지 업종의 30세 미만 인력 비중은 9.7%p나 급감한 반면, 50세 이상 인력은 1.2%p 증가해 전체 10.9%p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첨단 산업 분야조차도 인력 고령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기업 내 세대 구성이 뒤바뀌는 전환점에 도달한 만큼, 인력 운용 및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과거의 인력 운용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것을 넘어, 기존 고령 인력의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젊은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하고, 동시에 젊은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직무 재설계, 유연근무제 확대, 세대 간 멘토링 프로그램 활성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인력 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모든 세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이번 '세대 역전' 현상은 단순히 기업 내부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활력과 미래 경쟁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인구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인력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은 '젊은 피' 실종이라는 치명적인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