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펙 쌓아봤자 소용없다'... 대기업 56.7%가 20대 채용 줄이는 잔인한 이유

 국내 대기업에서 20대 직원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며 청년 취업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67개 기업의 20대 임직원 비중이 2022년 24.8%에서 2024년 21.0%로 3.8%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절대 인원수로 보면 29만 1235명에서 24만 3737명으로 4만 7498명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이 넘는 38곳(56.7%)에서 20대 직원 수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30대 이상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88만 747명에서 91만 5979명으로 3만 5232명 증가해, 대기업 인력 구조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20대 비중 감소폭이 15.4%포인트로 가장 컸다. 2022년 43.8%에서 2024년 28.4%로 급락한 것이다. 이어서 SK온(12.3%p), LG이노텍(8.9%p), SK하이닉스(8.8%p), 삼성SDI(7.9%p) 등도 큰 폭으로 20대 직원 비중이 감소했다.

 

반면에 일부 기업에서는 20대 고용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업 호황에 힘입어 20대 고용 비중이 7.5%에서 15.8%로 8.3%포인트 급증했다. 4대 그룹 대표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30.8%에서 24.2%로, SK하이닉스가 29.6%에서 20.8%로 20대 비중이 감소한 반면, 현대차는 20.8%에서 21.8%로, LG전자는 17.0%에서 18.0%로 오히려 20대 비중이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 공채를 전면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면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기업들이 즉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고, 신입 사원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취업의 문이 좁아지면서 청년들은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더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취업 준비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기업의 고령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조직의 혁신성과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결국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신입 채용 확대와 함께, 정부 차원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과 기업-청년 간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뒤통수 사면’ 폭로되자, 국힘 내부서 ‘배신감’ 터져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에 국민의힘 전직 의원과 관련 인물들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내외에서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송 위원장이 강하게 비판해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광복절 사면과는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4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송언석 위원장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안상수 전 인천시장 부인 김 씨, 정찬민 전 의원, 홍문종 전 의원, 심학봉 전 의원 등 4명에 대한 사면·복권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 비공식적 소통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뒤에서 몰래 흥정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도부가 조국 전 대표 사면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뒤에서는 이런 거래가 있었다는 점이 당 지도부의 권위와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매우 안타깝고 부적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몇몇 인사들끼리의 논의인지, 송 위원장 혼자 결정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억울한 피해자에 대한 사면은 타당하지만, 이번에 요청된 인사들은 그렇지 않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실제로 송 위원장이 요청한 인물들은 대부분 실형 선고를 받고 선거권 제한까지 받은 중대 범죄자들이다. 안상수 전 시장의 배우자 김 씨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보업체 대표에게 수억 원대 금품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찬민 전 의원은 용인시장 재임 시절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홍문종 전 의원은 사학재단 이사장 재직 당시 수십억 원의 교비를 횡령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심학봉 전 의원 역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혐의로 징역 4년 3개월 형이 확정돼 10년간 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국민의힘 내부의 비판은 윤희석 전 대변인도 가세하며 강도를 높였다. 윤 전 대변인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사면 요청”이라며 “이런 식으로 정치인 사면복권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또 다른 기득권 확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국 전 대표 사면을 반대하던 논리가 어떻게 되느냐”며 송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모순을 지적했다.특히 송언석 위원장은 지난달 29일과 4일에도 공개석상에서 조국 전 대표 사면에 대해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4일 아침에는 “파렴치한 권력형 범죄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광복절에 사면해 달라는 요구가 여당에서 쏟아지고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발언과는 상반된 사면 요청 메시지가 같은 날 대통령실에 전달된 것이어서 자기모순 논란도 불거졌다.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주진우 의원은 5일 SNS를 통해 “조국 전 대표가 사면을 기대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줄을 섰고, 이화영 부지사는 북한에 거액을 송금해 유죄가 확정됐음에도 당당히 사면을 요구한다”며 “정치인 사면은 거부하고 민생 사면만 요구하자”고 주장하며 정치인 사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1차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며 “정치인 사면에 관한 다양한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국민의힘 측은 이번 사면 요청 건이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특사 과정마다 대통령실과 여야 간 의견 교환은 있었다”며 “이번도 그 정도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이 사면 요청한 인물들이 당 차원에서 선정한 것인지 묻자 “그런 건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한편, 사면 요청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당내에서 ‘뒤로 몰래 흥정한다’는 비판과 함께 ‘지도부의 신뢰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정하 의원은 “앞에서는 사면을 반대하면서 뒤에서는 거래를 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매우 부적절하게 비칠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이번 논란은 국민의힘이 정치인 사면 문제를 놓고 국민적 눈높이와 당 내부 의견 조율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형이 확정된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 요청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크다. 정치권은 앞으로 사면 대상 선정과 논의 과정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결국 송언석 위원장의 메시지 공개는 국민의힘 지도부 내부 갈등과 당내 신뢰 문제, 그리고 정치권 사면 정책의 근본적 논쟁을 재점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실 역시 사회적 약자 중심 사면 원칙을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치인 사면 여부는 향후 정치적 파장과 맞물려 더욱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