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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될 운명' 냉동배아 38만 개의 비극... 이시영 사태로 불붙은 '배아 소유권' 논쟁

 배우 이시영의 이혼 소송 중 배우자 동의 없이 배아를 이식해 임신한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배아 관리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생성된 배아는 78만 3,860개로, 5년 전인 2019년(42만 7,818개) 대비 83.2% 증가했다.

 

연간 배아 생성 수는 2016년 33만여 개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 50만 개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0.7%나 급증했다. 의료기관에서 냉동 보관 중인 배아는 지난해 말 기준 38만 3,520개에 달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난임 부부가 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액을 인위적으로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배양한 후 자궁에 이식하는 과정이다. 배란 유도제로 다수의 수정란을 생성한 뒤 일부만 이식하고 나머지는 동결 보존하여 추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이식에 사용된 배아는 20만 1,496개로 전년(16만 8,018개) 대비 19.9% 증가했으며, 2016년(12만 8,672개)보다는 56.6% 늘어난 수치다. 폐기되는 배아 수도 급증해 지난해 53만 3,266개가 폐기되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0.8%, 2019년 대비 104.7% 증가한 것이다. 배아는 상태가 임신에 적합하지 않거나, 보존기간이 지났거나, 동의권자가 폐기를 요청할 경우 폐기된다.

 


이시영은 지난 8일 SNS를 통해 냉동 보관하던 배아를 이식해 둘째를 임신했으며, 이혼 과정에 있는 배우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혼인 관계가 정리되어 갈 무렵 배아의 냉동 보관 기간(5년) 만료가 다가오자 "제 손으로 보관 기간이 다 되어가는 배아를 도저히 폐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시영의 결정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혼한 배우자가 아이의 아버지로서 감당해야 할 도덕적·법적 책임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배아 생성을 위한 난자·정자 채취 시 배우자가 있으면 그 배우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식 시에는 별도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배아 보관 중에 배우자가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

 

김윤 의원은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위한 기술이 진보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는 만큼,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면서도 현실에 맞는 세심하고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배아의 생성·관리·처분에 관한 법적·윤리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가라vs바꿔라” 국힘 끝장대결 D-2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일정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면서 당권주자들은 20일 일제히 투표 참여 독려에 나섰다. 이날부터 당원 모바일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각 후보들은 남은 기간 동안 ‘당심’과 ‘민심’을 잡기 위한 전면전 모드에 돌입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반탄’(탄핵 반대)과 ‘찬탄’(탄핵 찬성) 성향으로 계파 지형이 재편된 가운데 당대표 선거에 80% 비중으로 반영되는 당원 투표 결과가 결국 당선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반탄파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강력한 대여투쟁 의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성전에 나섰다. 두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원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결선투표에 대비해 지지층 결집과 투표율 제고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주권과 당원 주권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폭주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의 인권까지 유린하는 정치 보복에 맞서 자유대한민국의 큰집 국민의힘이 반드시 심판자를 자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현재 특검의 압수수색에 반발하는 당사 농성을 8일째 이어가는 중이며, ‘투쟁력’과 ‘강경 이미지’ 부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장동혁 후보 역시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사법부, 검찰, 경찰이 사실상 정권의 하수인이 됐다”며 “전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수사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고 정부·여당 관련 의혹은 모두 쉬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후보는 “특검이 국민의힘 전체 당원명부와 특정 종교단체 신도명단을 비교하려 한다는 것은 명백한 위법 수사이며 직권남용”이라며 “이 대통령이 정치 특검의 배후”라고 주장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반면 찬탄파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당 혁신론’을 내세우며 판세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탄핵과 계엄 문제에 흠결이 없는 대표만이 당이 내란 정당이라는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며 “혁신과 통합을 이끌 대표는 안철수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김 후보를 겨냥해 “대선 완패 후에도 반성은커녕 말 바꾸기로 일관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사”라고 비난했고, 장 후보에 대해서는 “‘윤어게인’을 추종하며 극단세력 전한길 씨를 공천하겠다고 하는 위험한 시도를 한다”고 직격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하고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등 보수 핵심 기반 공략에 나섰다. 조경태 후보는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전 씨를 감싸는 극우세력”이라며 “국민의힘이 혁신하려면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YTN 라디오에서 “만약 안 나가겠다고 하면 조경태가 대표가 돼 반드시 내보내겠다”고 언급하며 강경한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조 후보는 이날 경기 지역에서 당원 간담회를 여는 등 현장 밀착 행보로 지지세 확장에 나섰다.한편 찬탄파 후보 간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두 후보 간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안 후보는 “조 후보 측에서 단일화를 위해 연락조차 없었다”며 진정성 문제를 제기했으며, 조 후보는 “언제든지 안 후보가 입장을 명확히 하면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당내에서는 두 후보가 끝내 단일화에 실패함에 따라 표 분산이 불가피해져 결선투표 진출에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에서 당원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20~21일 실시하며 그 결과는 오는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는 26일 실시되며 1·2위 후보가 맞붙는다. 결선에서는 3·4위 후보 지지표가 어느 쪽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 각 진영은 막판까지 단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