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클래식의 숨은 영웅, 60년간 30개국 정복한 비결 공개

 창단 60주년을 맞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오는 19일과 21일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유럽 유명 음악 축제에 공식 초청받아 특별한 기념 투어를 펼친다. 이번 투어는 KCO의 60주년을 기념하는 네 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로, 단순한 해외 연주를 넘어 지난 60년간 세계 무대에서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여온 여정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행사다.

 

KCO는 먼저 7월 19일 크로아티아 오파티아의 크리스탈홀에서 열리는 여름 음악제에 참가해 투어의 첫 공연을 시작한다. 이어 21일에는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국제 음악 행사인 류블라냐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며 유럽 투어를 이어간다.

 

이번 유럽 공연에서 KCO는 고전부터 현대 음악, 한국 전통 음악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앙상블과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투어에는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자로 주목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와 이탈리아 루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일리아 킴이 협연자로 참여해 공연의 수준을 한층 높인다.

 

KCO 관계자는 "세계 음악계와의 문화적 교류를 선도해온 지난 60년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후속 세대에게 더 넓은 무대를 열어주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클래식의 세계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65년에 창단된 KCO는 한국 클래식이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1987년, 도쿄와 뉴욕, 워싱턴 D.C.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다. 이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며 현재까지 30여 개국에서 총 140회가 넘는 해외 초청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KCO는 유네스코가 초청한 '평화의 음악제전'과 유엔의 'Staff Day(직원의 날)' 행사를 비롯해 독일 라인가우 페스티벌, 핀란드 난탈리 페스티벌, 스위스 시옹 페스티벌, 스페인의 페리아 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의 음악제에 공식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처럼 북미, 유럽, 중남미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며 한국 실내악의 우수한 예술성을 전 세계에 알려왔다.

 

이번 60주년 기념 유럽 투어는 KCO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국제적 명성을 재확인하고, 한국 클래식 음악의 세계적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젊은 음악가들과의 협연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교류와 한국 클래식의 미래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내 아기 품기도 전에..산모 사망, '무통주사'가 앗아간 생명

 출산을 앞둔 20대 산모가 대전의 한 산부인과에서 무통주사(경막외마취) 시술 직후 의식불명에 빠진 뒤 약 3주 만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며 진실 규명에 나섰다.지난달 11일, 대전경찰청은 대전 동구에 위치한 A산부인과 의원 원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의료사고를 넘어, 한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비극적인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사건은 지난 6월 15일 오후, 29세 산모 B씨가 진통을 느껴 남편과 함께 A산부인과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입원을 준비하던 B씨는 오후 5시 45분경 가족분만실에서 담당 원장으로부터 경막외마취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 10분 만에 B씨는 극심한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원장은 산모의 활력 징후와 태아 심박동이 불안정하다고 판단,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고 B씨를 수술실로 옮겼다.하지만 B씨는 오후 6시경 수술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었고, 의료진은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급히 수술을 진행해 아이를 꺼냈다. 이후 27분간 심폐소생술과 기도 삽관 등 응급 처치가 이어졌지만, B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B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신생아는 신생아중환자실로 각각 이송됐다. 사고 당일 대학병원 담당의사는 의무 기록지에 "심정지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의식 호전 가능성 매우 희박"이라는 소견을 남겨 산모의 위중한 상태를 짐작게 했다. 6분간 산소 호흡이 중단됐던 신생아는 저체온 치료를 받고 열흘 뒤 퇴원했지만, B씨는 연명치료를 받다 지난달 7일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유족 측은 무통주사 시술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막외마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바늘이 경막을 뚫고 들어가 척추관 내 중추신경인 척수에 약물이 주입되는 '척추마취'가 잘못 이뤄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연분만 시에는 약물 용량이 적고 강도 조절이 용이한 경막외마취를 시행한다. 반면 척추마취는 약물이 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짧은 시간에 강한 마취 효과를 내지만, 약물 용량을 소량만 투입해야 하는 등 매우 정교한 시술을 요한다. 이러한 유족의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국과수는 최근 유족에게 "경막외마취를 위해 삽입한 가는 관(카테터)이 경막 안으로 깊이 들어가 척추마취가 이뤄져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B씨가 이송되었던 대학병원 의무기록지에도 "타 병원(A의원)에서 환자에게 삽입한 카테터에서 뇌척수액으로 판단되는 맑은 액체가 발견됐다. 척추강 내 카테터가 삽입된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의료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사건 당시 가족분만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응급 제왕절개가 진행된 수술실 CCTV 역시 녹화되지 않아 복도 영상만 경찰이 확보한 상태다. 수술실 CCTV는 환자나 보호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만, 응급 상황이라 동의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A산부인과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과실이라면 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고, 과실이 아니더라도 산모가 사망한 이상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의료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와 의료진의 책임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의료 과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