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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첫 NSC에서 던진 핵심‘국익 최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대통령으로서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한국에 대한 통상 및 방위비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열려, 주요 안보 현안과 대미 협상 전략, 대북 정책에 대한 종합적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회의는 예정보다 길어진 2시간 10분 동안 진행됐고, 이를 통해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들이 집중 논의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책임지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책무”라며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도 무너지고 우리의 일상도 안전할 수 없다”고 말하며, “국민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그는 “요동치는 국제질서의 변화, 국내 정치 상황, 한반도의 특수성, 북한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 안보를 사전에 예방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남북 간 평화 공존이 우리 안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남북관계 회복을 통해 안보를 강화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강유정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남북이 끊어져 있는 여러 가지 연결망들과 대화망 등을 어떤 방식으로 복구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하며, 남북 간의 단절된 통로를 회복하기 위한 실무적 논의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이번 NSC 회의의 주요 관심사는 미국과의 통상 및 안보 관련 협상 대응 전략이었다. 최근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전략 마련이 절실해진 가운데, 하반기 예정된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한 선제적 검토와 대응 방안 마련이 이뤄졌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강 대변인은 “올 하반기 예상되는 주요 안보 현안을 미리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회의가 장시간 진행된 것과 관련해선 “특정 이슈 때문이라기보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고만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패키지 딜’ 등 미국과의 포괄적 협상 방안도 논의됐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강 대변인은 “외교안보 전반과 한미동맹 관련 점검이 이뤄졌고, 말씀하신 내용도 포함됐다”고 확인했다. 다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검토 여부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NSC 회의 특성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는 “국익을 위해 어떤 방법이 가장 나은지를 모색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김진아 외교부 2차관, 김남중 통일부 차관, 이두희 국방부 장관대행, 김민재 행정안전부 장관대행, 이동수 국가정보원 1차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 임웅순 국가안보실 2차장,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등 외교·안보 분야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장인 이종석 원장은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NSC 전체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안보 회의로서, 대미 통상·안보 전략을 본격적으로 조율하고 남북관계 복원을 포함한 대북정책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변화하는 국제 환경과 복잡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이 대통령은 실용적이고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노선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국정 운영의 첫 단추를 꿰고 있다.

 

노조엔 날개, 기업엔 올가미..기업들, ‘더 센 상법’에 초비상

 기업들이 연일 국회를 통과하는 규제 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투자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노동권 강화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기업 경영을 제한하는 법안을 연이어 처리하고 있어 현장의 혼란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이어 25일에는 ‘2차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계는 충격에 빠진 상태다.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상법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석 의원 182명 가운데 180명이 찬성하며 여당의 압도적 찬성 속에 가결됐다. 개혁신당 의원 두 명이 기권표를 던졌으며, 국민의힘은 “경제 내란법”이라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지난달 1차 상법 개정안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한 데 이어 추가적인 기업 규제책이 통과된 것이다.재계는 경영권 침해와 소송 남발을 가장 큰 우려로 꼽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나 기업 사냥꾼들이 국내 기업 경영에 깊숙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해외 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이는 단순히 법적 분쟁을 넘어 국내 기업의 장기 투자 전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노동계와 관련한 변화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하루 전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혔으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철강업계에서는 노조의 불법 행위에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손배 청구가 제한되면 불법 파업에도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걱정이 크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 기술 인재 확보에 매달려야 하는 시점에 줄을 잇는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협력사 노조가 최근 통상임금 지급과 임금 체불 문제를 두고 삼성전자를 직접 상대로 요구에 나선 사례는 대기업 노조 투쟁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정치권의 행보는 정부 기조와도 충돌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그룹 총수들을 잇따라 만나 투자 확대와 대미 협력을 주문해 왔다. 지난 6월 6대 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가 통과시키는 법안들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진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미 투자 보류 여부를 고민 중인데, 주주소송과 파업 리스크까지 떠안으라면 신규 투자를 감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대기업들도 같은 입장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존중해야 하지만, 상법 개정과 같은 제도 변화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투자 확대 압박과 규제 강화가 동시에 이어지는 현 상황이 기업인들에게는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재계 총수들은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에 참여하기 위해 출국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사절단 명단에 포함됐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도 동행했다. 이번 방미 일정은 한미 간 경제 협력 확대와 대미 투자 논의가 핵심 의제지만, 국내에 남은 규제 환경은 총수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재계는 현재 상황을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발목을 잡는 이중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역할을 강조하지만, 정치권의 규제 입법이 이어지면 국내 기업 환경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는 투자 감소, 고용 축소, 해외 이전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정치권이 단기적인 노동·주주 권리 강화에만 몰두하지 말고,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