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저임금 2.9% 인상..알고보니 '국가 시스템' 대개편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2.9% 인상된 시간당 1만320원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이는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실업급여, 출산휴가급여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고용 및 복지 시스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과 소득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인건비 부담 증가라는 과제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이미 26개 법령이 최저임금과 연동되어 있으며, 최저임금법에 의거하여 인상된 최저임금은 내년 1월 1일부터 이 모든 제도에 일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주휴수당이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소정 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이 유급휴일 수당은, 사실상 근로자의 실질 소득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주 5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주휴수당은 기존 8만240원에서 8만2560원으로 인상되어 근로자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법상 구직급여(실업급여)는 최저임금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이직 전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하지만, 법정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어 실업자의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보장한다. 내년 최저임금 적용 시 실업급여 하한액은 올해 6만4192원에서 6만6048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또한, 출산 전후 휴가 급여의 상한액과 하한액 역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어, 출산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고용촉진지원금 및 고용촉진장려금 등도 최저임금 미만 임금 지급 시 지원이 제한되는 등 최저임금 준수를 유도한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또한 최저임금 이상 지급이 지원 조건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정규직 채용 및 고용 유지를 독려하는 중요한 제도로 기능한다. 취업애로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6개월 이상 고용 유지 시 최장 1년간 최대 72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산재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 휴업급여, 상병보상연금, 직업훈련 수당 등의 산정 기준에 최저임금을 활용하여, 재해 근로자의 생활 보장을 돕는다.

 

나아가 국가가 개인에게 지급하는 다양한 사회보장급여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제도 역시 최저임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최저보장수준을 결정할 때 최저임금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소득 산정에도 최저임금이 활용되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데 기여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도 소득 자료의 신뢰성이 부족할 경우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여 보수를 산정하기도 한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시 노무비 등락률 산정에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또한, 형사보상금, 특수임무 수행자에 대한 공로금, 특정범죄 신고자 구조금, 북한 이탈 주민 정착금 등 다양한 국가 보상금 및 지원금의 산정 기준에도 최저임금이 활용되어, 국가의 책임과 지원의 기준점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구금에 대한 보상금 한도는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이며, 북한 이탈 주민 정착금은 월 최저임금액의 200배 범위 안에서 지급된다.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서도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급, 사업주의 부담금 납부, 장애인 표준사업장 기준 등이 최저임금에 연동되어 장애인 고용 활성화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사회 전반의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에 연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악 '2조원 임금체불'… 정부, 상습범에 '출국금지+재산압류' 철퇴 꺼냈다

 대한민국이 '임금체불'이라는 심각한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4년 기준 누적 임금체불 총액은 2조 448억 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이 충격적인 수치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어떻게 증발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1조 1천억 원을 넘어서며 신기록 경신이 확실시되는 암울한 상황이다. 제조업, 건설업 등 현장 노동자들의 생계가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상황이 이처럼 악화하자, 정부가 마침내 '임금 절도'를 뿌리 뽑기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충분히 줄 수 있는데 안 주고 버티면 아주 엄벌해야 한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TF'가 칼을 빼 들었다. 목표는 명확하다. 2030년까지 임금체불 규모를 1조 원 수준으로 낮추고, 체불액 청산율을 9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정부 대책의 핵심은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지 않겠다는 것이다. 먼저, 사업주가 임금체불로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훨씬 크도록 경제적 제재를 대폭 강화한다. 기존 '3년 이하 징역'이었던 법정형을 횡령죄 수준인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한다. 이는 임금체불을 단순 노사 문제가 아닌, 악의적인 재산 범죄로 규정하겠다는 명백한 신호다.오는 10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상습체불 사업주 근절법'은 이번 대책의 화룡점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는 피해 노동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반의사불벌죄 폐지). 또한, 체불액의 최대 3배까지 물어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고, 출국금지까지 가능해진다.'한 번만 걸려도 끝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과거에는 3년간 2회 이상 유죄 판결을 받아야 명단이 공개됐지만, 이제는 단 1회 유죄 판결만으로도 '악덕 사업주'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다. 명단 공개는 시작에 불과하다. 신용제재 대상에 포함돼 대출길이 막히고, 정부의 각종 정책자금 융자나 보조금 지원에서도 즉시 배제된다.피해 노동자를 위한 보호 장치도 두터워진다.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밀린 월급을 먼저 지급하는 '대지급금' 제도의 지원 한도가 기존 3개월분에서 6개월분으로 두 배 늘어난다. 이렇게 지급된 돈은 근로복지공단에 신설되는 '회수전담센터'가 국세 체납에 준하는 수준으로 끝까지 추적해 징수한다.고질적인 하도급 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건설·조선업부터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사비와 임금을 분리해 관리하는 '임금구분 지급제'를 통해 중간에서 임금이 사라지는 것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마지막으로, 전체 임금체불액의 40%를 차지하는 '퇴직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다. 이는 노동자의 노후를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성과를 점검하며 '일한 만큼 반드시 대가를 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