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침묵의 역사에서 세계유산으로...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에 등재

 제주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특별 행사가 오는 18일 제주도에서 개최된다. 제주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제주4·3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평화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미래세대에 계승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기념행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18일 오후 4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 영령들에게 기록물 등재 소식을 알리는 봉헌식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등재 경과 보고문이 낭독되고, 유네스코 등재 인증서가 봉헌된다.

 

이어서 오후 7시부터는 제주시 탑동해변공연장에서 '세계가 기억하는 제주4·3, 기억으로 잇는 평화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기념식과 평화음악회가 개최된다. 기념식에서는 국가유산청이 제주도에 공식적으로 등재 인증서를 전달하는 세리머니가 진행될 예정이다.

 

평화음악회는 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함께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지 2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를 담아 특별히 기획되었다. 국내 유명 아티스트인 송소희, 소향, 윤도현 등이 출연하여 공연을 빛낼 예정이며, 특히 2024 뉴욕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제주 출신의 14세 바이올리니스트 강지예가 4·3의 가치를 미래세대에 전하는 의미 있는 연주를 선보인다.

 

또한 제주도립합창단, 4·3평화합창단, 어린이합창단, 하도해녀합창단으로 구성된 연합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세대를 아우르는 화음으로 4·3의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주4·3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평화의 가치를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장에는 4·3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을 보여주는 주요 등재 기록물 특별전시도 마련된다. 특히 국제학교 초등학생들이 4·3을 배우고 나서 느낀 생각을 담은 이야기와 그림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미래세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4·3의 의미를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나, 좌석 수가 제한되어 있어 총 1,200석에 대해 온라인 사전 예약 후 추첨을 통해 관람객을 선정한다. 사전 예약은 9일부터 13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15일 오후 3시에 전자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4·3은 더는 침묵의 역사가 아니라 인류가 함께 성찰하고 공감해야 할 세계의 역사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유네스코 등재의 역사적 의미를 대내외에 알리고, 4·3 정신을 미래세대에 계승하기 위한 상징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제주4·3기록물은 지난 4월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되었다. 등재된 기록물은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총 1만 4,673건의 역사적 기록으로,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1만 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조사 보고서(3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제주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무형문화유산에 이어 세계기록유산까지 확보하며 '유네스코 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되었다. 이는 제주도의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은 '유료', 한국은 '무료'…넷플릭스 WBC 중계권 독점에 '민심 폭발'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가 일본 야구계에 거대한 폭탄을 투하했다. 2026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 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특정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안방에서 지상파 채널을 통해 '공짜'로 경기를 즐겨온 일본 야구팬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은 이를 19세기 미국의 함대가 일본을 강제 개항시킨 '흑선(黒船)의 침략'에 비유하며 격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WBC를 주관하는 MLB 사무국이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였다. MLB는 "넷플릭스가 2026년 WBC의 새로운 '홈'이 된다"고 공식 발표하며, "넷플릭스는 일본 시청자들에게 처음으로 WBC 생중계를 제공하며, 야구계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에 대한 탁월한 접근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탁월한 접근성'이라는 포장과 달리, 이는 사실상 유료 구독자에게만 시청을 허락하겠다는 선언이었다.야구는 일본에서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은 WBC를 국민적 축제로 만들었다. 실제로 2023년 WBC 당시 오타니가 등판한 이탈리아와의 8강전은 평균 가구 시청률 4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일본 대표팀의 7경기는 모두 시청률 40%를 넘겼고, 인터넷 중계를 포함한 모든 매체의 시청률은 약 75%에 달했다. 전 국민의 4분의 3이 지켜본 '국민 행사'가 하루아침에 유료 구독 서비스의 독점 콘텐츠로 전락한 것이다.넷플릭스가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기 위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단순히 일본 내 구독자를 늘리려는 전략을 넘어, 광고 기반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 '파괴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일본 대중의 반발은 거세다. 2023년 WBC의 일본 경기 메인 스폰서였던 딥 주식회사마저 "많은 사람들이 WBC를 부담 없이 즐길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다.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WBC를 독점하는 일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방송법에 명시된 '보편적 시청권' 조항 때문이다. 이 법은 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WBC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이벤트는 국민 대다수가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WBC의 경우, 전체 가구의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므로 OTT 단독 중계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넷플릭스의 '일본 침공'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숙명여대 도준호 교수는 "OTT가 라이브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보편적 시청권 보장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애매한 영역'의 대회들은 앞으로 OTT의 입찰 경쟁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로컬 중계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이상, 일본에서 시작된 '중계권 전쟁'이 언제 다른 나라, 다른 종목으로 번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