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탈레반 집권 후 아동 조혼 25% 급증

 아프가니스탄에서 45세 남성이 6세 소녀와 결혼을 시도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를 제지한 탈레반 당국이 "9살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헬만드 주에서 45세 남성이 6세 소녀와 결혼식을 치렀다. 이 남성은 이미 두 명의 아내가 있는 상태에서 세 번째 배우자로 어린 소녀를 맞이하려 했다. 그는 소녀의 부모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며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주장했다.

 

소녀의 아버지는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땅, 양, 현금 등 약 1,600파운드(280만원) 상당의 대가를 받고 딸을 남성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슴 아픈 것은 소녀가 팔려가기 전날부터 결혼식 당일까지 계속해서 울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소녀는 아버지에게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며 학교에 보내달라고 애원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탈레반 정권이 개입해 소녀의 아버지와 45세 남성을 체포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으며, 조혼 자체를 금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남성에게 "아이가 9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생활을 시작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법적으로 15세 미만의 결혼이 금지되어 있지만, 2011년 탈레반 재집권 이후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로 인해 어린 여자아이들이 결혼 또는 매매혼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여성과 아동 인권 활동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조혼 증가가 빈곤 심화, 여성에 대한 엄격한 제한, 여성 교육 금지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유엔 여성기구에 따르면 탈레반이 여아 교육을 제한한 이후 아동 조혼이 25% 증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출산율도 45% 상승했다. 인권 단체들은 조혼이 소녀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국제사회의 조치를 촉구해 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자아이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들도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차 바지'(Bacha Bazi)라 불리는 악습은 권력층 성인 남성들이 소년에게 여성 옷을 입혀 춤을 추게 하거나 성 노예로 착취하는 관행이다. 이들은 경매를 통해 소년들을 성매매 대상으로 삼기도 하는데, 이는 명백한 아동 성범죄임에도 오래된 관습이라는 이유로 묵인되고 있다.

 

바차 바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소년을 거느리는 것이 남성성의 과시로 인식되기도 한다.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의 이러한 아동 학대 관행을 강력히 규탄해 왔지만, 뿌리 깊은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권력의 문제로 인해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이러한 현실은 여성과 아동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탈레반 정권 하에서 여성과 소녀들의 교육권이 제한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어린 소녀들이 결혼 거래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한 심각한 인권 문제로 남아있다.

 

“경이롭다” 빌 게이츠가 홀린 한국의 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21일 하루 동안 한국 정치·경제·보건 주요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그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를 차례로 예방하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갖는 등 광범위한 ‘광폭 행보’를 펼쳤다. 방한의 핵심 목적은 한국과의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였지만,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첨단 기술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논의도 병행됐다. 특히 게이츠 이사장은 저소득 국가 백신 보급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의 협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대감을 높였다.이날 오전 게이츠 이사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한국의 백신, 진단기기, 솔루션 분야 기술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아동 사망자 수를 연간 20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혁신적인 바이오 제품들이 경이로운 수준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 공공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에스디바이오센서, SK, LG, 유바이오로직스 등 구체적인 국내 기업들을 직접 거론하며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진단기기의 성과를 언급하며 “저는 이 기업들의 제품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류 전체를 위한 공공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협력할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화답했다.오찬 자리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동이 이어졌다. 양측은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김 총리는 오는 가을 한국에서 열릴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게이츠 이사장의 참석을 요청했다. 또한 게이츠재단 한국사무소 개소를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일정에서는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글로벌 보건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같은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국회도 초당적으로 ODA 확대를 지지하며 보건 협력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같은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며, 한국이 글로벌 보건 향상을 위한 예산 배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그는 또 최근 재단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언어 기반 AI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지 주민들과 인공지능이 대화하며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보급 과정에서도 큰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국제 보건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앞으로 재단의 주요 사업 축 중 하나임을 밝힌 것이다.이번 방한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 업계와 게이츠재단 간 협력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재단과 단독 미팅을 열고 차세대 예방 의약품 개발 및 글로벌 보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트레버 먼델 게이츠재단 글로벌 헬스 부문 대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또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역시 같은 날 게이츠재단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간담회에는 바이오니아, 유바이오로직스, LG화학, 노을,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쿼드메디슨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7곳이 참여해 백신·치료제·진단기기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재단의 국제 보건 투자 방향과 접점을 찾았다.게이츠 이사장의 이번 행보는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세계 보건 증진에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적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적 기여 확대를 촉구하는 한편, 업계를 상대로는 실질적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AI와 SMR 같은 미래 기술 분야까지 논의의 범위를 확장한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이 단발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 글로벌 보건과 에너지 혁신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