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황금알 낳는 거위' 주택연금, 집값 폭등에 외면당하나?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활황이 노년층의 주택연금 가입 행태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자산 증식에 대한 기대감이 노후 안정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앞지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대신 매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통계시스템이 발표한 최신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5월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1164건으로, 직전 4월의 1528건 대비 무려 23.8%나 급감했다. 이는 올해 1월 762건을 시작으로 2월 979건, 3월 1360건, 4월 1528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오던 주택연금 신규 가입 추세가 불과 한 달 만에 완전히 역전된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주택연금 중도 해지 건수는 4월 162건에서 5월 179건으로 10.5% 증가하며, 시장의 흐름이 '보유'에서 '매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한 변동을 넘어, 주택 시장의 심리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동안 연금 방식으로 매월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이는 고령층의 주거 안정과 더불어, 주택 자산을 유동화하여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안된 사회 안전망의 일환이다. 통상적으로 주택 가격이 안정적이거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 때, 주택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소득원으로서 각광받는다. 그러나 현재처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이 형성되면, 주택 소유자들은 현재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것보다 미래에 주택을 매도하여 얻을 수 있는 시세 차익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기회비용' 계산으로, 당장의 안정적인 연금 수령을 포기하고 더 큰 자산 증식의 기회를 택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경우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노후의 안정적인 삶보다는 자산 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최근의 집값 상승세는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주택매매지수(2022년 1월=100)는 지난 5월 95.534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2월 96.810을 기록한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95선을 넘어선 것으로, 과거의 하락세를 완전히 딛고 회복을 넘어선 상승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지수가 지난해 5월 90.130을 기록한 이후 올해 5월까지 단 한 달도 빠짐없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그 상승 속도 역시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시적인 반등이 아닌, 구조적인 상승 흐름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현재의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미래 집값에 대한 기대 심리 역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5월 111을 기록하며 4월보다 3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석 달 연속 상승세이자, 지난해 10월(116)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에 해당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6월 지수가 120으로 치솟으며 한 달 새 다시 9p나 급등했다는 점이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120이라는 수치는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집값 상승을 확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이러한 과열 조짐은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심리가 '상승'으로 굳어졌음을 의미하며, 이는 주택연금 가입 감소와 중도 해지 증가라는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주택연금 가입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금융 상품으로서 주택연금의 본래 취지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이를 압도하는 현상은 한국 사회의 자산 증식 욕구와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 방식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주택연금 제도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단순히 가격 상승을 넘어선 사회적,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 온다더니' 댐 비웠다 물 말랐다…정부도 예측 못한 '가뭄 쓰나미'

 올여름, 기상청의 '많은 비' 예보와 달리 '마른장마'가 현실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장마철 폭우에 대비해 댐 수위를 낮춰 놓았던 것이 오히려 극심한 가뭄을 초래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환경부의 10일 발표에 따르면, 대구·경북권의 주요 용수 공급원인 운문댐은 현재 저수율 38.4%로 예년(47.3%)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강원도 강릉 지역의 생명줄인 오봉저수지 역시 예년(6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1%를 기록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두 댐 모두 가뭄 대응 단계가 각각 '주의'와 '관심'으로 격상되었으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러한 물 부족 사태는 기상청의 예측과 달리 장마가 너무나도 일찍, 그리고 건조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당초 6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고, 7~8월은 평년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6월에만 예측이 적중했을 뿐 7월부터는 빗나갔다.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른 세력 확장으로 장마 전선이 급격히 북상하며 제주(15일)와 남부 지방(12일)은 역대급으로 짧은 장마를 경험했다. 남부 지방의 장마 기간 강수량은 고작 98㎜에 불과했으며, 최근 2주간(6월 25일~7월 8일)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 동기(141㎜)의 6.1%인 8.3㎜에 그쳤다.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이 평년의 10분의 1 수준의 비라도 맞은 반면, 나머지 지역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수량으로 신음하고 있다.댐 관리 당국 역시 이례적인 '마른장마'를 예상치 못해, 다가올 폭우에 대비해 댐 수위를 낮춰 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때 이른 폭염까지 겹치면서 댐의 물은 빠르게 증발하고 있어, 관계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절정에 달할 8월에는 물 증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아직 중부 지방의 장마 종료 선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희망적인 비 소식도 가뭄 해갈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오는 16~17일 북서쪽 기압골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강원 영서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의 충돌로 형성되는 비구름대가 폭염을 잠시 누그러뜨릴 수는 있겠지만, 7월 평년 강수량이 최소 240㎜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간의 비로는 가뭄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더욱이 비구름대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강원 영서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커, 강원 영동 지역의 가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영동 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0.1%(이달 1일 기준)로 평년보다 24.4%포인트 낮아 이미 제한 급수가 시행 중이다.환경부는 이례적인 장마 종료와 국지적 가뭄 징후에 따라, 기존 홍수 대응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가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 기간 동안 홍수 대응과 함께 강원 강릉 등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가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며, 물 관리에 비상이 걸린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