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채식주의자는 온화하고 이타적이며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권력욕이 강하고 성취 지향적인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폴란드 SWPS 대학교의 존 네즐렉 교수가 주도한 이 연구는 미국과 폴란드에서 총 3,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되었다. 미국에서는 채식주의자 514명과 비채식주의자 540명이, 폴란드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636명(채식주의자 약 47%)과 2,102명(채식주의자 3.4%)이 각각 참여했다.

 

연구팀은 심리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슈바르츠의 '인물 묘사 가치 설문지'를 활용하여 참가자들의 가치관을 측정했다. 그 결과,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이타성, 안정성, 순응성 가치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에 대한 배려, 안정과 안전을 추구하는 성향, 그리고 사회적 규범을 따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함을 의미한다.

 

반면 채식주의자들은 개인의 권력, 성취, 그리고 자극과 관련된 가치 평가에서는 육식파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슈바르츠의 가치 이론에서 권력은 '타인과 자원에 대한 지배 추구'를, 성취는 '사회적 기준에 따라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개인적 성공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채식주의자들이 흔히 연상되는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결과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채식할 가능성이 높고, 전통적 성 고정관념에서 여성은 양육과 같은 가정적 가치를 중시한다고 여겨지지만, 이번 연구는 채식주의자들이 오히려 전통적인 남성적 가치(권력, 성공)를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는 채식주의자들이 비채식주의자보다 더욱 '남성화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네즐렉 교수는 "연구 결과는 채식 식단이 독립성과 개별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표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채식주의를 흔히 묘사하는 방식과 다소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즉, 채식주의자들은 대중이 상상하는 이타적인 이상주의자라기보다는,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인 사고로 개인의 목표를 추구하는 성향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채식주의자들이 사회적 규범을 따르는 순응성을 덜 중시하는 경향에 대해, 네즐렉 교수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채식주의자가 소수 집단이기 때문에 사회적 압력과 비판을 견뎌내야 하며, 이는 개인 원칙에 대한 강한 확신과 심리적 강인함을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아시아나 남미 등 다른 문화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지는 불분명하며,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네즐렉 교수는 "채식주의자는 동물의 고통이나 환경 문제에 더 민감하고 인식이 높을 수 있지만, 이러한 민감성과 인식이 반드시 '이타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식주의자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소수 집단 구성원으로서 일관된 가치를 지니는 경향이 있음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라고 결론지었다.

 

체코 원전 따려다 웨스팅하우스에 '영혼까지 검증' 당한 한수원?

 올해 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며 맺은 합의문의 구체적인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원전업계에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차세대 원전 독자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굴욕적 합의'라는 비판과 함께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지난 1월 16일 체결된 이른바 '글로벌 합의문'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해외에 수출할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형 원전의 독자적인 해외 진출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나아가 원전 1기당 6억 5천만 달러(약 9천억 원) 규모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과 1억 7천 5백만 달러(약 2천 4백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웨스팅하우스에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일각에서는 과도한 비용 지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웨스팅하우스와의 법적 분쟁은 2022년 10월, 미국 연방법원에 지재권 침해 소송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당시 합의 내용은 상호 비밀유지 약속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구체적인 조건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된 것이다.이러한 합의 조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 원전 기술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웨스팅하우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수출을 지향하는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그러나 원전업계 일부에서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 원전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주장이다. 분쟁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원전 수출의 물꼬를 틀 수 없었으며, 애초에 모든 기자재를 국내 기업에서만 조달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에 이번 합의가 마냥 불리한 조건으로만 볼 수 없다는 반론이다. 당시로서는 국내 원전 수출의 활로를 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이번 합의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 원전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익을 극대화하면서도 국제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 원전 산업의 숙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