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못 사면 손해!" 고물가 지옥, 마트 '오픈런'은 필수가 됐다!

 고물가 시대의 씁쓸한 풍경, 대형마트 '오픈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이마트 용산점은 개점 전부터 특가 상품을 구매하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30대 김모씨는 "식재료가 떨어지면 정가에 사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세일 기간이 아니면 장 보기가 부담스럽다"며 씁쓸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날 대규모 할인 행사 '고래잇페스타'가 열린 용산점은 문이 열리기도 전에 100여 명의 고객이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가장 먼저 동난 것은 평소보다 60% 저렴한 삼겹살 코너였다. 100g당 1190원에 판매된 국내산 삼겹살은 개점 5분 만에 품절됐고, 미처 구매하지 못한 고객들은 아쉬움에 탄식을 쏟아냈다. 60대 김모씨는 "평일 오전에 이렇게까지 사람이 몰릴 줄 몰랐다"며 "삼겹살은 놓쳤지만 애호박이라도 건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어메이징 완벽치킨' 코너 역시 인산인해를 이뤘다. 3480원에 국산 닭 한 마리를 8조각으로 제공하는 이 치킨은 번호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40대 박모씨는 "시켜 먹으면 2만원이 넘는데,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며 30분 넘게 줄을 서서 번호표를 기다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삼겹살, 물회, 복숭아 등 여름 시즌 수요 품목 위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하며, 행사 기간 매출이 평상시 대비 최대 80%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할인율이 낮은 주류, 화장품 등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초복을 앞두고 통닭 수요가 몰렸다. 60대 김모씨는 "시장보다 마트 통닭이 포장이 깔끔해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통큰세일'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으며, 특히 15년 전 가격 그대로 판매한 '통큰치킨' 등 초저가 상품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장기화된 고물가 상황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형마트의 할인 기간에 맞춰 대량 구매를 하는 '쟁여두기'가 일반화되었으며, 이는 개점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드는 '오픈런'이라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소비 심리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여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하며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한, 대형 할인 행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소비 진작책, 예를 들어 소비쿠폰 지급과 같은 민생 회복 정책이 침체된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으며, 이제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는 단순한 소비 활동을 넘어 가계 경제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폭염에 닭도 울고, 지갑도 울고… 삼계탕 '금계탕' 되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닭 폐사가 급증하면서,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서민들의 밥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7654원으로, 전년 대비 4.6% 상승했다. 이미 지난해 7월 1만7000원선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으며, 서울 시내 일부 식당에서는 이미 한 그릇에 2만원을 넘어선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지난 6월 삼계탕 품목이 역대 최고 수준인 122.56(2020년=100)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을 웃돌았다.외식이 부담스러워 집에서 직접 삼계탕을 해 먹으려는 소비자들도 비용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 조사 결과, 전통시장에서 영계, 수삼, 찹쌀 등 재료를 구매해 삼계탕 4인분을 요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3만626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보다 34.9%, 전년보다 12.4% 급등한 수치로, 1인분 기준으로는 9065원에 달한다.이러한 삼계탕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복 성수기 수요 증가와 더불어 최근 기승을 부리는 폭염과 폭우로 인한 육계 폐사량 증가가 꼽힌다. 농촌경제원은 이달 중 생계 유통가격이 ㎏당 2000원대로 전월 대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닭은 체온 조절 능력이 낮아 고온에 취약하며,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28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128만7694마리 중 가금류가 123만1682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배 가까이(573.8%) 폭증한 수치다.정부도 치솟는 닭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닭 농가에 자조금을 활용해 농가당 50만~100만원의 깔집비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닭고기 관련 식품·외식 가격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업체, 수입업계, 생산자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며 수급 안정 노력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유통업계 역시 소비자들의 삼계탕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할인전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31일부터 내달 6일까지 '요리하다x지호들깨삼계탕·수삼 삼계탕'을 8990원에 선보이며, 앞서 이마트는 지난 17일부터 28일까지 '영양 삼계탕'을 신세계포인트 적립 기준 3980원에 판매하는 등 파격적인 할인을 진행했다.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물가 상승 압박이 지속되면서, 삼계탕을 비롯한 외식 물가 안정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