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90년 된 폐철도가 예술 공간으로! 서천 장항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변신

 충남 서천군 장항도시탐험역에서 문화·콘텐츠 스타트업 달빵크리에이티브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기획전 '움직이는 경계'가 개최되고 있다. 이 전시는 1931년 개통된 이후 근대 산업화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장항선의 유휴부지를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움직이는 경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경계'를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기술과 감성 등 우리 삶을 둘러싼 다양한 경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경계는 단순히 물리적인 구분선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개인의 인식 속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선들을 의미한다.

 

전시에는 강홍구, 권민호, 김범수, 김태은, 박안식, 박은선, 성동훈, 엄익훈, 유은석, 이세현, 이이남, 정현, 조신욱, 황태하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14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회화, 설치,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하여 '경계'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각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과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박은선 아트디렉터는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에 대해 "경계는 누군가의 기준이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경계를 넘어서는 시선이 새로운 사유와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예술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가 열리는 장항도시탐험역은 그 자체로 '경계'의 상징성을 지닌다. 한때 산업화의 중심지였던 철도 유휴부지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산업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웅 서천군수는 "철도 유휴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번 사업을 통해 장항이 서천의 대표 문화명소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지역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또한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발전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움직이는 경계' 기획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되며, 서천군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충청남도가 후원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예술 감상을 넘어, 관람객들에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항도시탐험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공간에 새로운 문화적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지역 재생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예술 장르와 매체를 통해 '경계'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풍부한 예술적 경험과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경이롭다” 빌 게이츠가 홀린 한국의 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21일 하루 동안 한국 정치·경제·보건 주요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그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를 차례로 예방하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갖는 등 광범위한 ‘광폭 행보’를 펼쳤다. 방한의 핵심 목적은 한국과의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였지만,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첨단 기술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논의도 병행됐다. 특히 게이츠 이사장은 저소득 국가 백신 보급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의 협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대감을 높였다.이날 오전 게이츠 이사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한국의 백신, 진단기기, 솔루션 분야 기술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아동 사망자 수를 연간 20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혁신적인 바이오 제품들이 경이로운 수준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 공공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에스디바이오센서, SK, LG, 유바이오로직스 등 구체적인 국내 기업들을 직접 거론하며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진단기기의 성과를 언급하며 “저는 이 기업들의 제품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류 전체를 위한 공공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협력할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화답했다.오찬 자리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동이 이어졌다. 양측은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김 총리는 오는 가을 한국에서 열릴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게이츠 이사장의 참석을 요청했다. 또한 게이츠재단 한국사무소 개소를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일정에서는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글로벌 보건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같은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국회도 초당적으로 ODA 확대를 지지하며 보건 협력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같은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며, 한국이 글로벌 보건 향상을 위한 예산 배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그는 또 최근 재단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언어 기반 AI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지 주민들과 인공지능이 대화하며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보급 과정에서도 큰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국제 보건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앞으로 재단의 주요 사업 축 중 하나임을 밝힌 것이다.이번 방한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 업계와 게이츠재단 간 협력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재단과 단독 미팅을 열고 차세대 예방 의약품 개발 및 글로벌 보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트레버 먼델 게이츠재단 글로벌 헬스 부문 대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또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역시 같은 날 게이츠재단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간담회에는 바이오니아, 유바이오로직스, LG화학, 노을,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쿼드메디슨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7곳이 참여해 백신·치료제·진단기기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재단의 국제 보건 투자 방향과 접점을 찾았다.게이츠 이사장의 이번 행보는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세계 보건 증진에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적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적 기여 확대를 촉구하는 한편, 업계를 상대로는 실질적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AI와 SMR 같은 미래 기술 분야까지 논의의 범위를 확장한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이 단발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 글로벌 보건과 에너지 혁신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