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 아파트 사려면 자기돈 7억은 있어야... '영끌' 부추긴 정부의 이중성

 금융위원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조치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연봉 2억원인 상위 1.5% 고소득자가 '불행한 직장인'으로 묘사되는 등 대출 한도를 단순히 가능과 불가능의 이분법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대출 규제인 것은 주택 가격 급등락의 본질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 행정부가 주택 가격을 실질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은 보유세와 취득세를 통해 집값의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조정하는 것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형성의 다른 요소들은 투기적 수요나 대출 금리처럼 행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현실에서 6억원이라는 대출 규모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통계청의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산 상위 1%조차 평균 3억4647만원의 담보대출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금 등 임대보증금으로 평균 1억1671만원을 추가로 빚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약 12억원, 전세가율이 50%라고 가정해도, 소득 상위 1%조차 현재 보유한 대출과 전세금을 고려하면 추가로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7억원 이상의 자기 자금이 필요하다. 10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거래를 제외하면, 6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월 5000-8000건 수준이었다. 평균 12억원인 매물을 최소 50% 자기 자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소득 상위 1%인 약 2만명에 불과하다. 지난 18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9만7047건임을 고려하면, 소득 상위 1% 외에도 약 7만명이 투기적 목적으로 대출을 활용해 아파트를 구매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소득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대출 규제 6억원 기준은 우리나라 소득 상위 5% 수준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억원을 30년 만기로 대출받을 경우 월 원리금이 약 300만원으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안정적인 40% 이하로 유지하려면 월급 930만원(연봉 1억116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는 소득 상위 5%인 약 130만명, 전체 인구의 2.5%에 불과한 수치다.

 

대출 한도 6억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은 행동경제학의 소유효과와 손실회피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의 가치를 실제보다 약 두 배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소유한 물건을 팔 때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실제 소유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도 소유한 것처럼 착각하며 높은 가격을 기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마이클 노턴 교수의 '이케아 효과'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노력을 들인 제품일수록 그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조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도 이와 유사하게 해당 부동산의 가치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존 리스트 교수는 "거래 경험이 늘어날수록 소유효과는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 경험이 있는 인구가 전체의 0.4%, 서울 인구의 2% 미만에 불과한 점도 시장 과열의 원인일 수 있다. 거래 경험이 적으면 자산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소유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출 규제보다 보유세와 취득세 조절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서울과 같은 과열 시장에서는 보유세를 높이고 취득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비수도권 냉각 시장에서는 반대 방향의 세율 조정으로 주택 가치를 조절할 수 있다. 과세 정책이라는 부동산 가격의 본질을 다루지 않는 한, 서울 아파트의 비정상적 가격 책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전에 무너진 혁신위..안철수, 혁신위 대신 당대표 직행

 국민의힘이 출범을 예고한 혁신위원회가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위원장직을 수락한 안철수 의원이 불과 닷새 만에 전격 사퇴를 선언하고 동시에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혁신위 구성 과정에서 친윤계와의 갈등이 불거졌고, 특히 인적 쇄신안 수용 여부를 두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 인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총 7인 체제로 계획됐고, 안 위원장을 중심으로 최형두 의원, 호준석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정책보좌관 등 6명이 위원으로 포함됐다. 한 자리는 공석으로 두고 빠른 시일 내 추가 임명을 예고했다. 당은 이번 인선이 안 위원장의 제안을 전폭 수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10분 후 안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장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안을 수락했지만,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언급한 ‘벽’은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인적 청산 거부였다. 그는 최소한의 인적 쇄신 조치를 위해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혁신을 하려면 최소한 두 사람은 교체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주말 내내 협의한 끝에 비대위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안 의원은 구체적인 인물은 밝히지 않았으나, 대선 당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이들이라고 밝혀, ‘쌍권’으로 불리는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이들에 대해 탈당 수준의 조치를 요청했으나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혁신위원 인선 발표에 대해서도 안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안이며, 최소한 한 명에 대해서는 전혀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위원장을 맡을 당시 당에서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믿었지만, 송 비대위원장과의 논의 과정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결국 안 의원은 “비대위가 혁신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없다면 제가 이 자리를 맡을 이유가 없다”며 사퇴를 결정했고, “혁신 당 대표가 되어 직접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고, 비상식과 불공정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안 의원의 이 같은 전격 행보에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당혹스럽고 아쉽다”며 짧게 입장을 전했지만, 인적 쇄신 수용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김대식 비대위원은 “혁신위원장 수락 닷새 만에 사퇴와 당 대표 출마는 혁신의 진정성을 무색하게 한다”며 “혁신의 길을 끝까지 완주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의원은 “친윤이 키를 쥔 혁신은 눈속임이며, 안 의원 역시 쇼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양향자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해임”이라며 “친윤 중심의 당 주류가 얼마나 혁신을 거부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이번 사태로 인해 국민의힘의 혁신위원회는 첫발을 떼기도 전에 사실상 무력화됐고, 안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은 계파 갈등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당의 쇄신을 둘러싼 명분 경쟁이 본격화되며, 친윤계와 비윤계 간의 권력 투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이 직접 혁신의 기치를 들고 당 대표에 도전하면서, 향후 국민의힘의 방향성과 당내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