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해외 안 가고 국내에서 플렉스? K-직장인, 여름휴가 '맛캉스' 지갑 활짝

 올해 여름휴가 트렌드가 단순히 개인의 여가 활동을 넘어, 국내 경제의 활력과 직장인들의 변화된 소비 패턴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임을 보여준다.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이 해외 대신 국내를 선택한 배경에는 고물가 시대의 합리적 소비 심리와 더불어, 짧은 일정 속에서도 효율적인 재충전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에 따르면, 여름휴가 계획이 있는 직장인의 83.5%가 국내 여행을 선호했으며, 이는 작년 대비 더욱 높아진 수치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의 문이 다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이 국내로 눈을 돌리는 것은 비용 효율성과 이동의 편리성, 그리고 국내 관광 인프라의 발전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강원권(34.9%), 경상권(27.9%), 제주(22.4%), 전라권(20.0%) 등 전국 각지의 매력적인 여행지가 고루 선택된 점은 국내 여행지의 다양성과 접근성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해외여행을 선택한 이들 역시 일본, 동남아 등 근거리를 선호하며, 전반적으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휴가 일정은 '2박 3일'(38.9%)이 가장 많고, '1박 2일'(21.3%)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등 짧은 기간 내 효율적인 휴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는 직장인들이 긴 휴가를 내기 어려운 현실과 더불어, 짧은 주기로 자주 떠나는 '소확행' 여행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휴가비 지출 계획은 1인당 평균 53만 5천 원으로 작년 대비 9.4% 증가했다. 이는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여행에 대한 지출 의사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식비(74.8%) 지출 의사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여행지에서의 미식 경험이 휴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별, 연령별 휴가비 격차도 흥미로운데, 서울 직장인의 지출 계획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30대의 지출이 가장 많다는 점은 소득 수준과 소비 여력, 그리고 여행에 대한 가치 부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장인들이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으로는 '숙박권 할인'(50.8%),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혜택 확대'(36.5%), '교통비 할인'(35.8%) 등 실질적인 할인 혜택이 상위를 차지했다. 이는 형식적인 캠페인이나 사용처가 제한적인 쿠폰보다는, 직접적으로 휴가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체감형 지원책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대한상의 김민석 팀장의 언급처럼, 이번 여름휴가 시즌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기회다. 직장인들의 국내 여행 선호와 소비 증가 의지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느낄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숙박, 교통, 지역 상품권 등 실생활에 밀접한 할인을 확대함으로써, 직장인들의 휴가 소비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는 고물가 시대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재충전의 기회를, 지역 경제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해법이 될 것이다.

 

이재명식 '선별적 소통' 논란.."질문할 언론 따로 있었나?" 뭇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을 맞아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121분간 진행되며 '격의 없는 소통'을 표방했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연출'이 숨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요 중앙 언론사들의 질문 기회가 원천 봉쇄된 점은 '소통 쇼'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이날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기존의 경직된 형식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이 대통령은 연단 없이 기자들과 불과 1.5m 거리를 두고 반원 형태로 둘러앉도록 배치된 좌석에 앉아 시종일관 시선을 맞추며 질문에 답했다. 평소 즐겨 매는 붉은색과 푸른색 줄이 교차된 '통합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등장한 모습 또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12분으로 최소화된 모두 발언은 기자들의 질문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소통'이라는 이번 회견의 핵심 키워드를 부각시키는 장치였다.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약속 대련'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장치로 도입된 '질문자 추첨 방식'이었다. 기자들은 회견장에 입장하기 전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세 가지 주제가 적힌 상자 중 한 곳에 자신의 명함을 넣었고, 이 대통령은 직접 추첨을 통해 질문자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로또 이런 게 돼야 하는데요", "이거 뽑히면 상금이라도 주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건네는 등, 마치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듯한 연출이 이어졌다. 이는 '국민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격무로 힘들어하는) 이런 것들만큼 곱하기 5117만 배의 효과가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참모들에게 잘 견뎌 달라고 부탁하는 중"이라고 말하자, 옆에 자리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진들이 무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인 장면 역시,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워커홀릭' 대통령과 '고생하는 참모진'이라는 대비를 부각시켰다.그러나 이러한 '소통 퍼포먼스'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이날 질문 기회를 얻은 매체는 총 15곳에 불과했으며, 이 중 4곳이 지역 풀뿌리 매체였던 반면, 국내 주요 중앙 일간지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아닌 지역 풀뿌리 매체 기자들도 온라인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미디어월' 화면이 설치된 점을 강조했지만, 정작 국정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중앙 언론사들의 질문이 배제된 것은 '균형 잡힌 소통'이 아닌 '선별적 소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특정 언론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정부에 우호적이거나 통제하기 쉬운 매체에만 질문 기회를 부여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워커홀릭'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듯 여름휴가 계획을 묻는 질문에 "선출직 공직자가 휴가가 어디 있느냐. 눈 감고 쉬면 휴가고 눈 뜨고 일하면 직장이지"라고 말하면서도, "이번에는 휴가를 가야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시기와 겹칠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에서는 진정성 논란마저 제기된다. 이는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는 시도였지만, 일각에서는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과도하게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에 대해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펼쳐 갈 국정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더욱 크게 하는 기자회견이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0일에 대한 자화자찬이 가득한 내용"이라고 맹비난하며, 이번 회견이 '소통'이라는 명분 아래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긍정적 이미지 구축을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의 '연출'과 '선별적 질문' 논란으로 인해 빛과 그림자가 엇갈리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