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돈이면 다 돼?” 베이조스, 760억으로 베네치아 통째로 꿀꺽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초호화 결혼식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세계 언론과 여론의 중심에 섰다. 베이조스는 전 방송 앵커 로렌 산체스와의 결혼식을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진행하며 총 76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규모는 초대형이었고, 축하객과 반대 시위대 모두가 이 도시에 몰리며 그야말로 축제와 갈등이 혼재된 무대를 연출했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결혼식 첫날은 중세 유적지인 마돈나 델 오르토 성당 인근에서 야외 파티로 시작됐으며, 주요 행사는 28일 베네치아 외곽의 옛 조선소 아르세날레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는 당초 계획된 베네치아 도심 행사 일정이 시위 격화 우려로 변경된 결과다. 베네치아시는 해당 일정에 맞춰 도심 교통을 통제하고 행사 동선 조율에 나섰다. 결혼식 일정과 장소는 날씨와 시위 상황을 반영해 수시로 조정되는 유동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결혼식에는 글로벌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개인 전용기 90여 대가 베네치아 인근 공항에 도착했고, 베이조스의 6800억 원 규모의 초호화 개인 요트 ‘코루’도 정박해 있다. 베네치아 수상택시 280대 중 30대 이상이 결혼식 손님을 위해 대여됐고, 베네치아에서 가장 고가인 호텔 다섯 곳도 만실 상태다. AP통신은 오프라 윈프리, 믹 재거, 이방카 트럼프 등도 초청 손님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초호화 결혼식은 베네치아 현지 시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유럽 전역에서 ‘과잉 관광’에 따른 삶의 질 저하, 주거난, 물가 상승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베이조스의 결혼식은 부의 과시와 소비주의의 상징으로 비판받고 있다. 시위대는 도시 곳곳에 ‘베이조스 자리 없다’는 문구의 스티커와 현수막을 부착했고, 그린피스 등 단체들도 운하 다리 위에서 항의 메시지를 펼쳤다. ‘모두가 일론을 싫어해’라는 단체는 “결혼식을 위해 도시를 통째로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내라”고 비난했다.

 

 

 

시위대는 결혼식 장소 변경에도 불구하고 운하와 거리에서의 추가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베이조스와 하객들에게 악몽 같은 하루를 선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로 인해 베네치아 당국은 추가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경비 인력 투입과 보안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시위를 단순한 반부자 정서나 환경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저항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해당 매체는 “공공주택 지지자, 노동운동가, 반크루즈 활동가들이 베이조스를 소비주의와 반노동의 아이콘으로 보고 시위에 나섰다”며, 일부는 그를 도널드 트럼프와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베이조스 자리 없다’ 운동을 이끄는 활동가 토마소 카치아리는 “베이조스가 노 젓는 배에 셋만 태워왔어도 우리는 항의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베네치아시는 이 결혼식이 도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네토주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베이조스가 베네치아 석호 보존을 연구하는 단체 ‘코릴라 컨소시엄’에 약 15억8000만 원을 기부했다”며 그의 기여를 강조했다. 베네치아 유네스코 사무소와 국제대학교에도 각각 100만 유로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답례품도 지역 상인들에게 대량 주문돼, 한 베이커리는 “이번 결혼식으로 연간 매출의 30%를 달성했다”고 밝히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베네치아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와 아말 알라무딘의 결혼식이 열렸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도시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건축은 베이조스 커플의 선택을 납득하게 하지만, 이번 사례는 도시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파장도 크다는 현실을 다시금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결국 무릎 꿇은 강준욱, "식민지 미화·계엄 찬양"에 낙마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22일 자진 사퇴했다. 대통령실은 강 비서관의 사퇴를 수용했으며, 후임 역시 보수계 인사 중에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대통령실은 임명을 유지할 방침이었으나, 여권 내부와 시민사회에서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강 비서관은 동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 3월 출간한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에서 12·3 비상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고 평가하고,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이라고 표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20일 사과문을 통해 “계엄으로 고통을 겪으신 국민께 책의 내용과 표현으로 깊은 상처를 드렸다”고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특히 그의 과거 발언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강 비서관은 과거 SNS에서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는다”며 대법원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을 부정한 것으로 확인됐고, 5·18 민주화운동을 ‘폭도’로 지칭하거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옹호하는 등 극우 성향의 발언들이 재조명되면서 여권 내에서도 그에 대한 거취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이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강 비서관이 오전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통합비서관은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설된 자리이며, 이 대통령의 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직책”이라며 “보수계 인사 가운데 추천을 받아 임명했지만, 국정 철학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국민 여론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임자는 이재명 정부의 정치 철학을 이해하고 통합의 가치에 걸맞은 인물로 보수 진영 인사 중에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반응도 이어졌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강 비서관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미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후임자는 반드시 이재명 정부의 통합 가치와 철학을 이해하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청래·박찬대 의원 등 민주당 당권 주자들도 공개적으로 강 비서관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이번 논란은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번졌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변인은 “예상 범주를 넘어서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사의 표명으로 답을 드리는 상황까지 왔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인사 검증의 과정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사후적으로라도 검증 한도를 넘어서는 문제가 발견됐을 때 책임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또한 강 대변인은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해 인사 검증 비서관실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행정관이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내부 여건의 한계도 언급했다.한편, 대통령실은 '보좌진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임명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중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국회에 재송부 요청할 계획이다. 청문회법에 따라 국회가 보고서를 기한 내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후 임명이 가능하다. 대통령실은 이번 주 내 임명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강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는 야당뿐 아니라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진보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번복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통합과 국정 운영의 신뢰를 위한 인사 판단이 국민 여론과 얼마나 조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