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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명 목숨 노렸던 5호선 방화범, "살해 의도 명백"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던 열차 내 객실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된 60대 남성 원모(67)씨가 검찰에 의해 살인미수 등의 중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단순 방화가 아닌 계획된 범죄로 보고, 다수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점에서 피고인의 살해 의도를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3부는 원씨에게 살인미수,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애초 경찰은 방화치상죄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원씨의 고의성과 범행 방식 등을 추가로 확인해 살인미수 혐의를 가중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씨는 사건 당일 오전 8시 42분경 5호선 열차 4번째 칸 바닥에 미리 준비한 휘발유 3.6ℓ를 뿌린 뒤 라이터로 점화했다. 이 불로 인해 승객 6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해 부상했으며, 당시 열차에는 총 481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 중 신원이 특정된 160명에 대해서는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특히 방화가 이뤄진 장소가 한강 하저터널(약 1.6km 구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해당 구간은 지하에 위치해 환기나 화재 진압이 어렵고, 비상 탈출구도 제한돼 있어 불이 번질 경우 승객 대다수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었던 구조적 취약점이 존재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검찰청은 화재재연 실험도 진행했으며, 실험 결과 열차 내부에서 불이 나면 화염과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확산된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방화 직전 휘발유가 뿌려진 바닥에서 임산부가 미끄러져 넘어졌음에도 원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점화를 감행한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명백한 살해 의도의 근거로 판단했다. 통합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씨는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피해망상적인 사고 성향이 강한 인물로 분석됐다.

 

또한 이번 방화 사건은 우발적 범행이 아닌 치밀한 계획 범죄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원씨는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직후 범행을 결심하고, 5월 21일 휘발유를 구입한 뒤 토치형 라이터를 준비했다. 같은 시기 예금 및 보험을 해지하고 펀드를 환매해 전 재산을 친족에게 송금했으며, 범행 하루 전에는 휘발유가 든 가방을 들고 1·2·4호선 지하철을 오가며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이 사건은 단지 개인의 범행을 넘어 서울 지하철 운영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현재 서울 지하철은 1인 기관사 체계로 운행되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 이 제도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검찰은 “기관사는 열차 정차, 승객 대피, 관제센터 보고 등 모든 조치를 혼자 수행해야 했으며, 이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방화 사건을 넘어, 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 테러에 준하는 범죄로 평가되고 있다. 검찰은 법정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에 찍힌 이진숙..대통령 "정치 말고 직무에 충실하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감사원으로부터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주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8일 확인되며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가짜 좌파와 싸우는 전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대통령까지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파문은 확산일로다.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 위원장이 공직자로서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과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4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 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데,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과 10월, 보수 성향의 ‘펜앤마이크TV’와 ‘고성국TV’ 등에 네 차례 출연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당시 이 위원장은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가짜 좌파”로 표현하고, 본인을 “보수 여전사”라며 “그들과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 이어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도 하는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발언이 단순한 의견 표현 수준을 넘어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공직 특수성을 감안할 때, 발언의 무게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이진숙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됐지만, 이틀 만에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올해 1월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유가 없다고 기각 결정하면서 직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 전 보수 유튜브 방송에 지속적으로 출연해 편향된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이 감사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감사 결과 발표와 함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숙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의 일탈로 방통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해야 한다는 말을 본인이 직접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위원장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다.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진숙 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며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선 비공개 회의 내용을 왜곡해 정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 위원장이 전날 국회 과방위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 안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실제로 이날 국무회의 말미, 이 위원장이 발언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발언 그만하세요. 발언하지 마시라”고 강하게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국무회의를 자기 정치 무대로 활용하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이 대통령이 이 위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일에도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가면 국민이 선출한 권력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역시 이 위원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정치권과 청와대까지 나서 이진숙 위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가운데, 당사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과 정치적 파장의 무게를 감안할 때,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