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스무디·맥주' 건강 경고..덥다고 마시다 '뇌 손상'까지

 최근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 서울과 대구 등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해 거리 곳곳에서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다양한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특히 탄산음료, 스무디, 커피 등 당 함량이 높은 음료는 갈증 해소용으로 인기가 높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러한 음료들이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이유정 교수는 당 함량이 높은 음료를 과도하게 마실 경우 혈중 삼투압이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세포 내 수분이 혈관으로 빠져나오면서 삼투성 이뇨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체내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소변 배출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탈수를 유발하게 되는 원리다. 특히 폭염 속에서는 땀 배출이 늘어나 체내 수분 손실이 이미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같은 당 음료의 이뇨 작용은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당분 음료 외에도 알코올과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역시 탈수를 유도한다. 알코올은 항이뇨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소변 생성을 증가시키며,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도 혈관 수축과 이뇨 작용을 유발해 수분 손실을 증가시킨다. 항이뇨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신장에서 수분을 재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 기능이 억제되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 손실이 가속화된다.

 

폭염 속 탈수는 단순한 갈증을 넘어서 탈진, 열사병, 심지어 뇌 손상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건강 위험으로 이어진다. 이유정 교수는 체수분 감소로 인해 혈장의 양이 줄고 혈압이 저하되면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며, 이로 인해 혈뇌장벽이 약해지고 뇌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혈뇌장벽은 외부 물질이 뇌조직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중요한 생리적 장치다.

 

또한, 고온 환경에서는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면서 혈액 내 물질이 쉽게 혈관 외부로 빠져나가 뇌 부종이나 두개내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식 혼미, 경련, 의식 소실은 물론, 경우에 따라 영구적인 신경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폭염기에는 당분이나 카페인이 든 음료보다 규칙적인 물 섭취가 최선의 대처 방법으로 꼽힌다. 일반 성인의 경우 시간당 200~250mL 정도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땀을 많이 흘린 경우에는 이온 음료나 희석한 과일주스를 통해 나트륨, 칼륨 등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다. 전해질이 불균형할 경우 근육 경련, 부종, 심한 경우 의식 장애까지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증이 느껴지기 전부터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며, 식사 시 수박이나 오이, 토마토 등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과 채소를 함께 섭취하는 것도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 특히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탈수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수분 섭취 방법을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 단순히 갈증 해소를 위한 음료 선택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절한 수분 섭취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폭염 속에서도 건강한 여름을 보내야 할 시점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 주택연금, 집값 폭등에 외면당하나?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활황이 노년층의 주택연금 가입 행태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자산 증식에 대한 기대감이 노후 안정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앞지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대신 매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통계시스템이 발표한 최신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5월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1164건으로, 직전 4월의 1528건 대비 무려 23.8%나 급감했다. 이는 올해 1월 762건을 시작으로 2월 979건, 3월 1360건, 4월 1528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오던 주택연금 신규 가입 추세가 불과 한 달 만에 완전히 역전된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주택연금 중도 해지 건수는 4월 162건에서 5월 179건으로 10.5% 증가하며, 시장의 흐름이 '보유'에서 '매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한 변동을 넘어, 주택 시장의 심리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동안 연금 방식으로 매월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이는 고령층의 주거 안정과 더불어, 주택 자산을 유동화하여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안된 사회 안전망의 일환이다. 통상적으로 주택 가격이 안정적이거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 때, 주택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소득원으로서 각광받는다. 그러나 현재처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이 형성되면, 주택 소유자들은 현재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것보다 미래에 주택을 매도하여 얻을 수 있는 시세 차익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기회비용' 계산으로, 당장의 안정적인 연금 수령을 포기하고 더 큰 자산 증식의 기회를 택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경우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노후의 안정적인 삶보다는 자산 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실제 최근의 집값 상승세는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주택매매지수(2022년 1월=100)는 지난 5월 95.534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2월 96.810을 기록한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95선을 넘어선 것으로, 과거의 하락세를 완전히 딛고 회복을 넘어선 상승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지수가 지난해 5월 90.130을 기록한 이후 올해 5월까지 단 한 달도 빠짐없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그 상승 속도 역시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시적인 반등이 아닌, 구조적인 상승 흐름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단순히 현재의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미래 집값에 대한 기대 심리 역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5월 111을 기록하며 4월보다 3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석 달 연속 상승세이자, 지난해 10월(116)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에 해당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6월 지수가 120으로 치솟으며 한 달 새 다시 9p나 급등했다는 점이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120이라는 수치는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집값 상승을 확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이러한 과열 조짐은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심리가 '상승'으로 굳어졌음을 의미하며, 이는 주택연금 가입 감소와 중도 해지 증가라는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시장의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주택연금 가입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금융 상품으로서 주택연금의 본래 취지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이를 압도하는 현상은 한국 사회의 자산 증식 욕구와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 방식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주택연금 제도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단순히 가격 상승을 넘어선 사회적,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