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휴전의 키는 트럼프 손에..트럼프-젤렌스키 회담에 주목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회담을 가질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양측 모두 회담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확정적으로 밝히지 않아 그 만남의 형식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 시각으로 25일 이른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실무진이 세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 보강과 무기 구매,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강화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계획돼 있다”고 확인했지만, 공식 회담이 될지 비공식 접촉이 될지에 대해서는 “일정 조율이 관건”이라고만 언급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네덜란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도 그를 보게 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백악관 관계자 역시 로이터 통신에 “정상회의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시간이나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실제로 회담을 하게 된다면, 이는 지난 4월 26일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직전 15분간의 짧은 회동 이후 약 두 달 만의 재회다.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귀국하면서 불발된 바 있다. 이후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해 우크라이나 관련 외교 현안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헤이그에 도착해,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알리는 공식 만찬에 참석했다. 이 만찬은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 국왕의 초청으로 왕실 관저인 후이스 텐 보쉬 궁전에서 열렸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각 다른 테이블에 앉아 만찬을 즐겼지만 직접적인 대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정식 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나토 정상회의에 꾸준히 초청받아 참여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도 환영 만찬과 방위산업 포럼 등 주요 부대 행사에 참석했지만, 32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하는 본회의에는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가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모든 동맹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와중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한 24일, 러시아는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지역을 대대적으로 폭격해 학교, 병원, 유치원 등 민간 시설이 타격을 받았다. 이 공습으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러시아의 공세는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이 성사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군사지원, 러시아 제재 강화, 나아가 휴전 협상 재개에 대한 분위기 조성 등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 속에서 양국 정상의 교류는 더욱 중요한 외교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회담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외교적 접점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일정 조율이 마무리되면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국제 사회는 이 회담이 단순한 만남을 넘어 전쟁의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질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법보다 위에 있나? 의대생 복귀에 쏟아지는 '특혜 논란'과 '형평성 문제'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2천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시작한 '동맹 휴학'을 1년 5개월 만에 끝내고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이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차갑다.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의 장기화 속에서 갈등 봉합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의대생들이 그간 초래된 사회적 혼란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정상화 대책만 요구하는 태도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특히 비의대생들 사이에서는 교육부가 검토 중인 '학사일정 유연화'가 "의대생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라는 비판이 거세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의대생들도 의사단체의 한 축이었으므로 학생 신분에 걸맞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서비스 대상자인 시민과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의사집단 간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의료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대학생 정모(25)씨도 "본인의 이득을 챙기려고 마음대로 수업을 거부했다면 적어도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죄송하다고 사과할 필요가 있다"며 "유급 위기에 처하니 슬슬 복귀하겠다는 것도 이기적인 행위"라고 꼬집었다.교육부의 학사일정 유연화 검토에 대해서는 비의대생을 중심으로 "명백한 특혜"라는 목소리가 높다. 신학대학원생 오요셉(24)씨는 "의대생만을 위한 일정 연장과 제적 복구 조치 등이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며 "비의대생이었다면 이런 '제자리 찾기'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미대생 김성훈(23)씨 역시 "특혜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학사 일정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고 밝혔다.환자·시민단체도 복귀에 따른 특혜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복귀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특혜성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특혜성 학사 유연화나 수련시간 단축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다만, 대규모 유급에 따른 교육현장의 부담이 높은 만큼 책임론에 연연하기보다 의정 갈등을 해소하는 데 대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회학부 대학생 유동기(25)씨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의대생 복귀는 필수적"이라며 "당장 의료 인력 공백으로 고통받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서울대 의대 오주환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관용의 시간"이라며 "이제는 국민들도 의대생들이 제기했던 문제들에 대해 하나씩 귀 기울여주시고, 거버넌스 체계를 토대로 누적된 문제를 함께 체계적·장기적이고 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