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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새벽 생계' 나간 15분 뒤 화마.."밝고 예뻤던 자매, 믿기지 않아"

 지난 24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화재는 온 국민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 화재로 초등학생 언니(10)가 숨지고 동생(7)이 중태에 빠지면서, 어린 자매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우리 사회의 취약한 단면이 드러났다.

 

화재는 부모가 스터디카페 청소 일을 위해 집을 비운 지 불과 15분 만인 새벽 4시 15분께 4층 자택에서 시작됐다. 당시 자매는 안방 침대와 그 근처 바닥에서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새벽, 생계를 위해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상황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화재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아파트 4층 벽은 까맣게 그을렸고, 창문은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깨져 있었다. 내부의 가재도구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타버려 밖에서도 한눈에 보였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캐한 탄 냄새가 코를 찔러, 당시의 급박하고 처참했던 상황을 짐작게 했다.

 

이웃 주민들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평소 자매는 어른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넬 만큼 밝고 예의 바른 아이들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60대 주민은 "그 집에 초등학생 딸 둘이 있는데 어른한테 인사도 곧잘 하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짜노"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은 "자매들이 잘 모르는 어른한테도 인사를 잘했다. 얼마나 밝고 이쁜지 모두가 자매를 귀여워했다"며 "부부와 자매, 가족 4명이 종종 함께 다니는 모습도 자주 봤다. 화목해 보이는 집이었다"고 전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불이 나자 아파트 4층에 설치된 화재 자동 탐지기가 울렸고, 이웃 주민이 ㄱ씨 부부 집 현관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를 발견해 119에 즉시 신고했다. 화재를 목격한 20대 입주민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복도로 나와 연기를 봤다. 가족을 깨운 뒤 이웃집 문을 두드리면서 밖으로 대피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지 단 6분 만인 새벽 4시 21분께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불이 난 ㄱ씨 집 현관문을 열고 곧바로 진입해 소화 작업을 진행했다. 검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극히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은 안방 침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첫째 딸과 그 근처 바닥에 쓰러져 있던 둘째 딸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소방 당국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자매를 밖으로 옮긴 뒤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새벽 4시 32분, 구조된 아이들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첫째 딸은 연기 흡입으로 인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둘째 딸은 현재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중태에 빠져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상 등 타살 혐의는 없으며 숨진 첫째 딸은 연기 흡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화재라는 재난을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정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부산진구와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ㄱ씨 부부는 올해 초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행정복지센터에 복지 지원을 문의했으며, 두 자녀는 부부의 신청으로 교육급여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ㄱ씨 부부는 여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이들만 남겨놓고 집 비울 수밖에 없던 삶"이라는 표현은 이들 부부가 처한 현실의 무게를 짐작게 한다.

 

불은 신고 접수 19분 만인 새벽 4시 34분께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합동 감식을 진행하며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황철호 부산진소방서 화재조사 주임은 "가장 화세가 컸던 거실을 중심으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구체적 화재 원인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는 이번 사고로 큰 슬픔에 잠긴 ㄱ씨 부부에게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의료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어린 생명을 앗아가고 한 가정을 파괴한 이번 화재는 우리 사회가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열대저압부, 알고 보니 '비구름 공장장'? 남부 지역에 물폭탄 투하 중

 13일부터 14일까지 남부 지역에 최대 15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예보되어 비 피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북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와 남쪽의 열대 수증기가 만나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된 것이 이번 강수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상도는 14일 오전까지 시간당 5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예상되며, 강원 동해안과 전라도에도 각각 120mm, 100mm의 많은 비가 예보됐다. 서울 및 수도권은 10~40mm, 제주도는 13일 하루 동안 100mm 이상의 강수가 예상된다.이번 강수는 '태풍의 씨앗'으로 불리는 열대저압부가 제주 남쪽 해상을 지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열대저압부는 13일 저녁 한반도 지역을 통과하며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될 전망이지만, 상층 찬 공기와 결합하여 계속해서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강가나 지하차도 출입을 자제하고, 천둥·번개나 돌풍에 대비한 안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는 16일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비 소식과 함께 북쪽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폭염은 잠시 누그러져 대부분 지역의 폭염 특보가 해제됐다.  그러나 이번주 중반(16~17일) 이후 다시 뜨거운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전국적으로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됐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상층 기압골 이동과 북태평양 고기압 재확장 등으로 기상 변동성이 큰 상황임을 강조했다.한편,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기습 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은 폭염 중 갑작스러운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대만과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도 태풍과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가 보고됐다. 세계기상기후는 최근 '2024 아시아 기후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대륙의 온도 상승이 지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며, 기후변화가 아시아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전 지구적 기후 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앞으로도 이러한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