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강권적 휴전'에 이란·이스라엘 결국 굴복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선제 공격하며 시작된 양국 간 전쟁이 23일 전격적으로 휴전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휴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중재와 압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양국 모두 전쟁 장기화가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휴전에 동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전쟁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이스라엘이 먼저 시작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없이는 이란의 핵심 시설을 효과적으로 타격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첨단 군사력 지원을 받아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이 제공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과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지하 깊숙한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는 이스라엘 단독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작전으로, 미국의 첨단 무기 체계와 전술적 지원이 전쟁 국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이 이 무기를 실전에서 처음으로 투입해 성공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군사 전문가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개발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핵시설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군사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지금까지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대체로 성공적으로 방어해왔으나, 요격 미사일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장기적 충돌 시 이스라엘의 방어 능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노후한 공군력과 방공망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지상군 역시 지리적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전투 기여가 제한적이었다. 탄도미사일과 드론 등 이란이 가진 공격 수단 역시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 방공망을 돌파하지 못했다. 이란의 주요 무장세력인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시리아 아사드 정권도 전투력과 영향력이 약화돼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제약이 됐다. 이런 여러 제약과 피해 누적으로 인해 이란은 전쟁을 장기화할 경우 정권 붕괴 등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인식했다. 따라서 휴전을 통한 ‘숨 고르기’와 전략적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24시간 휴전을 거쳐 전쟁을 공식 종료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이전에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트럼프는 이번 발표에서 평화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란이 미리 공격 사실을 통보해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한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이번 휴전이 중동의 평화와 화합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번 휴전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외에도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휴전 직전 이란이 카타르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은 양국 긴장 완화 분위기와는 다소 대조된다. 그러나 이 공격 역시 ‘절제된’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란은 미리 미국과 카타르에 공격 사실을 통보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내부 강경파와 국민 여론을 달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란이 확전을 피하면서도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휴전 합의가 이란의 핵 문제 해결과 중동 지역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란이 진정성 있는 협상을 통해 핵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으나, 시간을 벌기 위한 일시적 휴전일 뿐 장기적으로는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동 지역 내 여러 복잡한 정치·군사적 요인들이 얽혀 있어 완전한 평화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전쟁과 휴전 과정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힘의 역학 관계뿐 아니라 중동 내 지역 세력들의 변화 양상도 반영한다. 이란 대리세력의 약화와 미국의 군사력 투입,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중동 정세에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관련국들은 중동 평화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감사원에 찍힌 이진숙..대통령 "정치 말고 직무에 충실하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감사원으로부터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주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8일 확인되며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가짜 좌파와 싸우는 전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대통령까지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파문은 확산일로다.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 위원장이 공직자로서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과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4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 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데,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과 10월, 보수 성향의 ‘펜앤마이크TV’와 ‘고성국TV’ 등에 네 차례 출연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당시 이 위원장은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가짜 좌파”로 표현하고, 본인을 “보수 여전사”라며 “그들과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 이어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도 하는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발언이 단순한 의견 표현 수준을 넘어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공직 특수성을 감안할 때, 발언의 무게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이진숙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됐지만, 이틀 만에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올해 1월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유가 없다고 기각 결정하면서 직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 전 보수 유튜브 방송에 지속적으로 출연해 편향된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이 감사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감사 결과 발표와 함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숙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의 일탈로 방통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해야 한다는 말을 본인이 직접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위원장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다.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진숙 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며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선 비공개 회의 내용을 왜곡해 정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 위원장이 전날 국회 과방위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 안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실제로 이날 국무회의 말미, 이 위원장이 발언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발언 그만하세요. 발언하지 마시라”고 강하게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국무회의를 자기 정치 무대로 활용하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이 대통령이 이 위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일에도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가면 국민이 선출한 권력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역시 이 위원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정치권과 청와대까지 나서 이진숙 위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가운데, 당사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과 정치적 파장의 무게를 감안할 때,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