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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의 마지막 '사랑한다'..학교가 숨긴 '살인적 압박'에 10대들이 무너졌다

 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10대 학생 3명이 함께 숨진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며, 이들의 학교 생활과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숨진 학생들의 친구와 학부모들은 단순 변사 처리에 반대하며, 경찰과 교육 당국이 사망 당일 행적뿐 아니라 학교 내에서 벌어진 일들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사망한 학생들은 같은 전공의 절친한 친구 사이로, 서로에게 깊이 의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숨지기 전날인 20일에도 정상적으로 등교해 수업에 참여했으며, 하교 후 학교 인근에서 식사와 카페 방문 등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의 행적은 비극을 암시하는 단서들을 남겼다. 한 학생은 그날 저녁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냈고, SNS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 밤늦게까지 가족들과 통화했지만 결국 귀가하지 못했다. 또 다른 학생 역시 학원 결석 통보 후 어머니의 연락이 닿지 않았고, 자정 무렵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긴 채 연락이 두절되었다. 경찰은 유족들이 파악하지 못한 오후 7시부터 사망 추정 시각인 오후 11시 40분 사이의 행적을 집중 추적 중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 중 하나는 학교 내 특정 전임 강사와의 갈등이다. 같은 학교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숨진 학생들은 지난 3월 새로 부임한 전임 강사 A 씨와 전공 수업 방식을 두고 마찰을 겪어왔다. 

 


A 씨가 수업 태도를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훈계하거나, 학생들이 요구한 자습 시간을 두고 다툼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 실기 수업 참여가 저조했던 학생들을 A 씨가 따로 불러 질책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부 학부모들은 A 씨가 학생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자주 해왔다며 고소를 준비 중이었다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갈등을 넘어 학교 내 구조적인 문제와 교사-학생 관계의 왜곡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변사로 종결하지 않고, 학생들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혹, 나아가 학교 재단 운영 문제까지 폭넓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유족 진술을 토대로 A 씨에 대한 고발 내용과 교육청에 접수된 투서 및 민원 등도 면밀히 확인 중이며, 필요에 따라 수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시교육청 역시 해당 학교와 관련해 김석준 교육감 취임 이후 다수의 민원을 접수했으며, 사학 재단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운영 구조 개편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기존 관선 이사들의 사의 표명으로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새로운 이사 후보를 추천한 상태이며, 새 이사진이 선임되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제기하는 의혹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대대적인 학사 구조 및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비극이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생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디지털 강국 스웨덴도 포기 못한 '현금'... 한국만 서두르는 이유는?

 한국에서 '현금 없는 사회'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일상 상거래는 물론 공공 교통수단에서조차 현금 결제가 차단되는 '현금 없는 버스'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단순히 디지털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만 볼 수 있을까?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삶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이 보장되는 사회가 더욱 자유로운 사회"라고 강조한다.지방정부들은 현금 없는 체계를 '글로벌 트렌드'로 포장하며 추진해왔다. 영국,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여러 국가에서도 현금 없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 베를린도 지난해 버스 현금 승차를 금지했다. 호주에서는 현금 운송 업체의 파산 위기를 막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거액을 투입해 현금 유통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나 이는 현실의 절반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금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의 보편적 이용권을 보장하고, 자본과 국가권력의 감시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한국은 '한국은행법'이 현금의 무제한 통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한국은행은 현금 사용 선택권을 홍보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화폐 유통 시스템 관계기관 협의회에서는 현금 접근성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에서도 2019년과 2022년에 현금 결제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해외에서는 현금 사용 선택권 보장을 위한 법적, 사회적 장치가 더욱 구체화되어 있다. 미국의 뉴저지, 뉴욕 등 일부 주는 매장에서 현금 수취 거부를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 중이다. 덴마크는 2015년 지급카드법에 현금 결제 선택권을 명시했고, 노르웨이는 금융계약법 개정을 통해 현금 결제 거부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디지털 결제가 보편화된 스웨덴에서도 2015년 최고행정법원은 공공의료기관이 현금 결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은행의 현금 서비스와 ATM 설치를 의무화했다. 프랑스는 판매점이 현금, 카드, 어음 중 두 가지 이상을 결제 수단으로 의무 선택하도록 하고, 현금 수령 거부 시 벌금을 부과한다.네덜란드는 법적 강제는 없지만,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현금 수취 거부나 현금 사용자 차별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지어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된 중국에서도 노년층과 외국인을 위해 현금 결제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현금 접근성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도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대형마트, 식료품점 등에서 현금 인출이 가능하며, 영국은 물품 구매 없이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일랜드는 은행이 수익성만을 이유로 ATM을 함부로 폐쇄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시민사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스페인의 'Plataforma Denaria', 프랑스의 'CashEssentials', 스웨덴의 '현금 반란' 등 시민단체들이 현금 사용권을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특히 노년층과 농촌 거주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권리를 대변하고 있다.현금 없는 사회의 부작용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시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현금 사용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인식하고, 이를 법률적으로 보장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모두에게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