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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개월간 '덥다춥다' 민원 28만건 폭탄...공사 '멘붕'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서울 지하철 객실을 '냉난방 민원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숨 막히는 더위를 호소하는 승객과 에어컨 바람에 오한을 느끼는 승객들의 상반된 요구가 폭주하면서 서울교통공사가 고심에 빠졌다.

 

서울교통공사가 20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전체 민원 중 냉난방 불편 관련 민원이 28만 3972건으로 무려 75.5%를 차지했다. 이는 지하철 이용 관련 민원 4건 중 3건 이상이 냉난방 때문이라는 의미다. 특히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5월 한 달 동안에만 11만 건이 넘는 냉난방 민원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열차 내 냉난방 민원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5월부터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냉난방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승객이 밀집하는 출퇴근 시간대다.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덥다'는 민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동시에 '춥다'는 민원도 상당수 접수된다. 이 때문에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같은 열차, 같은 시간대에 정반대의 민원을 받고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해 분석 결과, 전체 '덥다' 민원의 71.9%에 달하는 62만 건 이상이 출퇴근 시간대에 몰렸으며, 특히 오전 8시에는 22만 9846건(26.5%)의 민원이 집중됐다. '춥다' 민원 역시 전체의 절반이 넘는 61.1%가 출퇴근 시간대에 발생했다.

 

호선별로는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은 2호선에 냉난방 민원의 35.0%가 집중됐다. 이어 7호선(20.6%)과 5호선(12.6%)도 민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용객이 많을수록 객실 혼잡도가 높아져 체감 온도가 상승하고, 자연스레 냉방에 대한 요구가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교통공사는 객실 내 냉난방 시스템이 개별 온도 센서에 의해 일정한 온도로 자동 조절된다고 설명했다. 열차 내 냉방 온도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일반칸은 24℃, 약냉방칸은 25℃로 설정되어 운영된다. 공사는 하절기 출퇴근 시간대에는 냉방 장치와 송풍기를 최대로 가동하고, 시간대별 승객 혼잡도에 따라 객실 온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냉방 민원 발생 시에는 양해를 구하는 안내 방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은 객실 내 기준 온도를 유지하더라도 열차 혼잡도나 개인별 신체 상태에 따라 느끼는 체감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공사는 이러한 점을 지하철 이용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공사는 승객들에게 쾌적한 지하철 이용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제공했다. 열차가 혼잡할 경우 객실 내 온도가 올라가므로,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열차 내 혼잡도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적 덜 붐비는 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한, 객실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온도 차이가 발생하므로 체감 온도에 맞춰 자리를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열차 내 냉기는 주로 양쪽 끝 교통약자 배려석 주변으로 흘러 온도가 가장 낮고, 객실 중앙부가 온도가 가장 높게 느껴진다. 추위를 많이 타는 승객은 약냉방칸을 이용하면 좀 더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열차 내 긴급 민원 처리나 질서 저해자 대응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민원 처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도한 열차 내 냉난방 민원 제기는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백 사장은 "쾌적한 지하철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승객 여러분께서도 지하철 이용 시 서로를 배려하고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른 무더위 속 서울 지하철은 당분간 '덥다'와 '춥다'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공사와 승객들의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비 온다더니' 댐 비웠다 물 말랐다…정부도 예측 못한 '가뭄 쓰나미'

 올여름, 기상청의 '많은 비' 예보와 달리 '마른장마'가 현실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장마철 폭우에 대비해 댐 수위를 낮춰 놓았던 것이 오히려 극심한 가뭄을 초래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환경부의 10일 발표에 따르면, 대구·경북권의 주요 용수 공급원인 운문댐은 현재 저수율 38.4%로 예년(47.3%)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강원도 강릉 지역의 생명줄인 오봉저수지 역시 예년(6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1%를 기록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두 댐 모두 가뭄 대응 단계가 각각 '주의'와 '관심'으로 격상되었으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러한 물 부족 사태는 기상청의 예측과 달리 장마가 너무나도 일찍, 그리고 건조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당초 6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고, 7~8월은 평년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6월에만 예측이 적중했을 뿐 7월부터는 빗나갔다.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른 세력 확장으로 장마 전선이 급격히 북상하며 제주(15일)와 남부 지방(12일)은 역대급으로 짧은 장마를 경험했다. 남부 지방의 장마 기간 강수량은 고작 98㎜에 불과했으며, 최근 2주간(6월 25일~7월 8일)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 동기(141㎜)의 6.1%인 8.3㎜에 그쳤다.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이 평년의 10분의 1 수준의 비라도 맞은 반면, 나머지 지역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수량으로 신음하고 있다.댐 관리 당국 역시 이례적인 '마른장마'를 예상치 못해, 다가올 폭우에 대비해 댐 수위를 낮춰 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때 이른 폭염까지 겹치면서 댐의 물은 빠르게 증발하고 있어, 관계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절정에 달할 8월에는 물 증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아직 중부 지방의 장마 종료 선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희망적인 비 소식도 가뭄 해갈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오는 16~17일 북서쪽 기압골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강원 영서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의 충돌로 형성되는 비구름대가 폭염을 잠시 누그러뜨릴 수는 있겠지만, 7월 평년 강수량이 최소 240㎜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간의 비로는 가뭄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더욱이 비구름대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강원 영서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커, 강원 영동 지역의 가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영동 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0.1%(이달 1일 기준)로 평년보다 24.4%포인트 낮아 이미 제한 급수가 시행 중이다.환경부는 이례적인 장마 종료와 국지적 가뭄 징후에 따라, 기존 홍수 대응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가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 기간 동안 홍수 대응과 함께 강원 강릉 등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가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며, 물 관리에 비상이 걸린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