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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예선 흔드는 ‘귀화 전쟁’..갈 길 잃은 베트남 축구

 동남아시아 축구계에 ‘귀화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특히 2027년 아시안컵 본선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들이 귀화 선수를 적극 활용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은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3차 예선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0대4로 완패하며 충격을 받았고, 말레이시아의 귀화 선수들이 전원 득점을 기록한 것을 계기로 귀화 정책에 대한 전면 검토에 나섰다.

 

베트남 축구협회(VFF)는 말레이시아전 직후 유럽에서 활동 중인 100명 이상의 베트남계 선수들을 리스트업하고 기술팀이 해당 명단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김상식 베트남 대표팀 감독은 일부 선수를 직접 모니터링했으며, 합류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법상 국적 변경을 위해서는 먼저 자국 리그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에 귀화 절차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말레이시아전에서 베트남이 허용한 4골은 모두 귀화 선수들인 주앙 퍼규레도, 로드리고 홀가도, 라베레 코르뱅-옹, 디온 쿨스에 의해 기록됐다. 이들은 대부분 유럽 출신이며, 말레이시아가 최근 귀화시킨 다국적 선수들 중 일부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3월부터 스페인, 네덜란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켜 수비, 미드필더, 공격 전 포지션에 고르게 배치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흐름 속에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작년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인 응우옌 쑤안 쏜(하파엘손)의 활약으로 2024 아세안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현재 쏜은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현재 대표팀에서 활동 중인 귀화 선수는 체코 출신 골키퍼 응우옌 필립과 프랑스계 풀백 까오 꽝 빈(제이슨 펜던트) 정도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추가적인 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VFF는 대규모 귀화보다는 ‘선별적 귀화’를 지향한다는 입장이다. 쩐 꾸옥 뚜언 회장은 축구의 민족성과 정체성, 유소년 육성 등을 고려해 신중한 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VFF는 외국계 선수의 대량 유입이 자칫 자국 축구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한편, 베트남과 경쟁 중인 말레이시아는 귀화 전략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계 아르헨티나 선수 37명을 대상으로 귀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9월 A매치 소집에 맞춰 6~10명 정도를 추가로 대표팀에 선발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이같은 귀화 전략은 10년 만에 베트남을 꺾는 성과로 이어졌고, 본선 진출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귀화 정책이 ‘위법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트남 언론은 말레이시아축구협회가 과거 동티모르처럼 귀화 요건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동티모르는 브라질 선수 8명을 혈통서를 위조해 귀화시켰다가 FIFA로부터 2023년 아시안컵 출전 자격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말레이시아가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지난해까지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인도네시아는 귀화 전략의 ‘성공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유럽 출신 귀화 선수 20명을 앞세워 월드컵 4차 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네덜란드 출신 공격수 올레 로메니는 중국과 바레인, 호주전에서 득점하며 팀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의 중국전 골은 중국을 월드컵 예선 탈락으로 몰아넣었다.

 

앞으로 아시아지역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고 펼쳐질 4차 예선은 오는 10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인도네시아, 오만, 사우디, 카타르,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이 두 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치른다. 각 조 1위는 본선에 직행하며, 2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행 티켓을 노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동남아 축구는 귀화를 둘러싼 전략적 전환점에 서 있다. 성적을 위해 다국적 선수를 받아들이는 흐름이 강화되는 한편, 각국은 정체성 유지라는 숙제도 함께 안고 있다. 베트남의 ‘선별 귀화’ 방침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전면 귀화’ 전략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국대 데뷔골 터진 ‘韓 괴물’ 김주성, 유럽 아닌 J리그 이적설 솔솔

 FC서울의 핵심 수비수 김주성이 일본 J리그 이적설에 휘말리면서 축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J1리그 상위권에 위치한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김주성 영입을 위해 약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의 이적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스포츠 매체 ‘스포니치’는 10일(한국 시간)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김주성 영입을 적극 추진 중이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 참가 중인 김주성을 두고 J1리그 구단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현재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다른 구단보다 한발 앞서 있으며, 이적료 규모는 100만 달러 선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김주성은 FC서울 유소년 시스템 출신으로 2019년부터 1군에서 활약 중인 센터백이다. 그는 왼발잡이로서 후방에서의 안정적인 공 배급 능력과 함께 기본적인 수비력도 뛰어나며, 빌드업, 제공권 장악, 주력, 판단력 등 현대 축구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능력을 고루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올 시즌 FC서울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김주성은 흔들림 없이 팀의 수비를 책임지며 K리그 정상급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주성은 리그 21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 결과, 서울은 시즌 초반 20실점에 그쳐 경기당 1실점도 채 되지 않는 견고한 수비를 기록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김주성의 활약은 돋보인다. 최근 중국과의 경기에서 국가대표 데뷔골을 기록하며 주가를 크게 올렸다. 현재 김주성은 이번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신분이 될 예정이지만, FC서울은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김주성 본인의 미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실제로 그는 동아시안컵 중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유럽 무대 진출 의지를 밝힌 바 있다.그러나 김주성의 유럽 진출 바람과는 별개로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면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J1 리그에서 최소 실점 팀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18실점으로 견고한 수비 조직을 자랑한다. 이 팀은 김주성 영입을 통해 수비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경쟁 구단보다 적극적인 움직임 덕분에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이적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하지만 김주성이 직접 거절 의사를 밝히면 J리그 이적은 불발될 가능성도 크다. 김주성은 전성기를 앞둔 선수로, 유럽 중소리그 이적설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병역 문제도 이미 해결한 상태여서 유럽 진출에 한층 자유롭다.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김천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쳐 군 문제에서 해방된 점이 긍정적이다.유럽 무대 진출 시 김주성이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주성과 함께 FC서울에서 뛰었던 이한범이 덴마크 미트윌란에서 점차 입지를 넓혀가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주성에게도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한편 K리그 수비수들에 대한 유럽 구단들의 관심은 김주성뿐 아니라 대구FC의 라이트백 황재원에게도 향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 A 승격팀 피사가 황재원 영입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K리그 수비진의 유럽 진출 열풍이 계속될지 주목된다.김주성의 행보와 더불어 K리그 수비수들의 해외 진출 경쟁은 앞으로도 축구 팬들의 큰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FC서울과 산프레체 히로시마 간의 이적 협상 결과, 그리고 김주성의 최종 선택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