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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콜라 즐긴 대가' 당뇨병 위험 48% ↑

 매일 300g 이상의 초가공식품을 섭취할 경우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Diabetes & Metabolism Journal’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초가공식품 섭취와 당뇨병 간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밝혔다. 연구팀은 하루에 초가공식품을 300g 이상 섭취하는 사람의 경우,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무려 48%나 높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에 추정되던 위험도를 정량화한 것으로, 국내외 식습관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초가공식품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여러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으로, 일반적으로 설탕, 소금, 지방, 인공 감미료, 향미제, 보존제 등의 첨가물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주로 대량 생산·유통되며, 장기 보관이 용이하도록 가공된 형태를 띤다. 흔히 소비되는 예로는 햄, 소시지 같은 가공육, 탄산음료, 인스턴트 라면, 과자, 초콜릿 바 등이 있으며, 일상적으로 간편하게 섭취되는 이들 식품이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하루 300g이라는 섭취량은 라면 2~3봉지, 콜라 한 캔(355mL), 과자 3~4봉지, 햄 6~8장, 프랑크소시지 5개, 초콜릿 바 8개 정도에 해당된다.

 

 

 

이번 연구는 2024년 1월까지 발표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문헌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연구팀은 총 569편의 논문을 검토해 이 중 분석 기준을 충족하는 12편의 연구를 최종 선정했다. 각 연구로부터 참가자 수, 식단 조사 방법, 추적 기간, 초가공식품 섭취량, 제2형 당뇨병 발생률 등의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섭취량에 따른 당뇨병 발생 위험을 비교·분석했다. 분석에는 무작위 효과 모형(random effects model)이 사용되어 통계적 신뢰도를 높였으며, 초가공식품 섭취량은 전체 식단 중 비율, 하루 섭취 그램 수, 섭취 빈도 등의 세부 단위로 나누어 각각의 위험도를 산출했다. 또한 체질량지수(BMI), 식단의 질, 총 에너지 섭취량 등 혼란 변수(confounding variables)들을 함께 고려해 분석의 정밀도를 높였다.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집단은 가장 적게 섭취하는 집단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4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공육과 당이 첨가된 음료는 당뇨병 위험과의 상관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일부 시리얼이나 간식류는 비교적 낮은 위험도 혹은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섭취 단위별로는 초가공식품이 전체 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늘어날 때마다 당뇨병 위험은 14% 상승했고, 하루 섭취량이 100g 증가할 때마다 5%, 섭취 횟수가 1회 늘어날 때마다 4%씩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하루 섭취량이 300g을 초과하는 경우부터는 위험 증가 폭이 비선형적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양상을 보여, 일정 수준 이상의 섭취는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배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대해 “초가공식품 섭취가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인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한 의미 있는 결과”라며, “하루 300g을 초과하는 섭취는 특히 위험도가 급격히 상승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공육, 감미료, 인공첨가물 등이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대사 기능을 교란할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가공되지 않은 식품 중심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제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거나, 체내에서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면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만성 대사질환이다. 잘못된 식습관, 비만, 운동 부족 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히며,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비감염성 질환 중 하나다. 조기 예방을 위해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흔히 소비되는 초가공식품이 당뇨병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

 

'비 온다더니' 댐 비웠다 물 말랐다…정부도 예측 못한 '가뭄 쓰나미'

 올여름, 기상청의 '많은 비' 예보와 달리 '마른장마'가 현실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장마철 폭우에 대비해 댐 수위를 낮춰 놓았던 것이 오히려 극심한 가뭄을 초래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환경부의 10일 발표에 따르면, 대구·경북권의 주요 용수 공급원인 운문댐은 현재 저수율 38.4%로 예년(47.3%)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강원도 강릉 지역의 생명줄인 오봉저수지 역시 예년(6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1%를 기록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두 댐 모두 가뭄 대응 단계가 각각 '주의'와 '관심'으로 격상되었으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러한 물 부족 사태는 기상청의 예측과 달리 장마가 너무나도 일찍, 그리고 건조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당초 6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고, 7~8월은 평년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6월에만 예측이 적중했을 뿐 7월부터는 빗나갔다.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른 세력 확장으로 장마 전선이 급격히 북상하며 제주(15일)와 남부 지방(12일)은 역대급으로 짧은 장마를 경험했다. 남부 지방의 장마 기간 강수량은 고작 98㎜에 불과했으며, 최근 2주간(6월 25일~7월 8일)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 동기(141㎜)의 6.1%인 8.3㎜에 그쳤다.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이 평년의 10분의 1 수준의 비라도 맞은 반면, 나머지 지역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수량으로 신음하고 있다.댐 관리 당국 역시 이례적인 '마른장마'를 예상치 못해, 다가올 폭우에 대비해 댐 수위를 낮춰 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때 이른 폭염까지 겹치면서 댐의 물은 빠르게 증발하고 있어, 관계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절정에 달할 8월에는 물 증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아직 중부 지방의 장마 종료 선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희망적인 비 소식도 가뭄 해갈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오는 16~17일 북서쪽 기압골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강원 영서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의 충돌로 형성되는 비구름대가 폭염을 잠시 누그러뜨릴 수는 있겠지만, 7월 평년 강수량이 최소 240㎜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간의 비로는 가뭄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더욱이 비구름대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강원 영서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커, 강원 영동 지역의 가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영동 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0.1%(이달 1일 기준)로 평년보다 24.4%포인트 낮아 이미 제한 급수가 시행 중이다.환경부는 이례적인 장마 종료와 국지적 가뭄 징후에 따라, 기존 홍수 대응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가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 기간 동안 홍수 대응과 함께 강원 강릉 등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가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며, 물 관리에 비상이 걸린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