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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봉투 보니 '현타' 제대로..9급 공무원, '짠내 폭발'에 등 돌리다

 한때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철밥통'으로 불리며 수많은 청년들의 선망 대상이었던 지방직 9급 공무원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명문대 졸업생들까지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지방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던 10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올해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8.8 대 1로 집계되며,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지방직 공무원의 인기가 차갑게 식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1일 전국 17개 시도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질 예정인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에는 총 1만3596명 선발에 11만9066명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경쟁률 10.4 대 1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모집 인원이 지난해 1만2307명에서 올해 1만3596명으로 1289명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 수는 지난해 12만8334명에서 올해 11만9066명으로 9268명이나 감소한 결과다. 이는 단순히 경쟁이 완화된 것을 넘어, 지방직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청년층의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직 현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가장 먼저 꼽는다. 경기도에서 5년 차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김모 씨(29)는 "안정적이고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좋다는 말만 믿고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적은 급여에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9급 초임 보수는 각종 수당을 제외하고 200만900원으로, 처음으로 200만 원을 넘겼지만, 올해 최저임금(시급 1만30원, 주 40시간 기준 월 209만6270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각종 수당을 더해도 월평균 269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김 씨는 "지역 행사나 재해 현장에 계속 동원되는 일이 잦아 워라밸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업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낮은 보수 외에도 경직된 조직 문화와 악성 민원 문제 역시 지방직 9급 공무원을 기피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1월 행정안전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4명 중 1명은 사비로 간부에게 식사를 대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수직적인 문화와 불필요한 의전 관행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선호하는 젊은 공무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민원 응대가 주된 업무인 지방직 9급의 경우,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폭언이나 부당한 요구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직 공무원의 인기가 시든 또 다른 배경으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즉 공기업 등으로 청년 인재가 쏠리는 현상을 지목한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낮은 급여와 전공과 무관한 수험 준비 부담이 큰 지방공무원보다는, 최근 혁신도시에 많이 생겨난 공기업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4년 한국전력(전남 나주), 2015년 국민연금공단(전북 전주) 등 수도권 공공기관 153개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이들 기관이 안정성과 민간 기업보다 나은 보수 및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청년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는 지역 인재 채용 30% 할당제가 적용되어, 해당 지역 출신 청년들에게는 공무원보다 훨씬 매력적인 취업 기회가 되고 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최근 10년 새 가속화된 지방 소멸 위기와 인구 유출, 그리고 수도권 쏠림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방의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지고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방직 9급 공무원의 인기 하락은 낮은 보수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워라밸, 경직된 조직 문화, 악성 민원 문제 등 내부적인 요인과 함께, 혁신도시 공기업 등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안의 등장, 그리고 지방 소멸 및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시적인 사회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질의 공무원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직 사회 스스로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를 민간 및 공공기관의 변화 속도에 맞춰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범 전에 무너진 혁신위..안철수, 혁신위 대신 당대표 직행

 국민의힘이 출범을 예고한 혁신위원회가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위원장직을 수락한 안철수 의원이 불과 닷새 만에 전격 사퇴를 선언하고 동시에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혁신위 구성 과정에서 친윤계와의 갈등이 불거졌고, 특히 인적 쇄신안 수용 여부를 두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 인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총 7인 체제로 계획됐고, 안 위원장을 중심으로 최형두 의원, 호준석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정책보좌관 등 6명이 위원으로 포함됐다. 한 자리는 공석으로 두고 빠른 시일 내 추가 임명을 예고했다. 당은 이번 인선이 안 위원장의 제안을 전폭 수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10분 후 안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장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안을 수락했지만,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언급한 ‘벽’은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인적 청산 거부였다. 그는 최소한의 인적 쇄신 조치를 위해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혁신을 하려면 최소한 두 사람은 교체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주말 내내 협의한 끝에 비대위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안 의원은 구체적인 인물은 밝히지 않았으나, 대선 당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이들이라고 밝혀, ‘쌍권’으로 불리는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이들에 대해 탈당 수준의 조치를 요청했으나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혁신위원 인선 발표에 대해서도 안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안이며, 최소한 한 명에 대해서는 전혀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위원장을 맡을 당시 당에서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믿었지만, 송 비대위원장과의 논의 과정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결국 안 의원은 “비대위가 혁신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없다면 제가 이 자리를 맡을 이유가 없다”며 사퇴를 결정했고, “혁신 당 대표가 되어 직접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고, 비상식과 불공정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안 의원의 이 같은 전격 행보에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당혹스럽고 아쉽다”며 짧게 입장을 전했지만, 인적 쇄신 수용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김대식 비대위원은 “혁신위원장 수락 닷새 만에 사퇴와 당 대표 출마는 혁신의 진정성을 무색하게 한다”며 “혁신의 길을 끝까지 완주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의원은 “친윤이 키를 쥔 혁신은 눈속임이며, 안 의원 역시 쇼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양향자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해임”이라며 “친윤 중심의 당 주류가 얼마나 혁신을 거부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이번 사태로 인해 국민의힘의 혁신위원회는 첫발을 떼기도 전에 사실상 무력화됐고, 안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은 계파 갈등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당의 쇄신을 둘러싼 명분 경쟁이 본격화되며, 친윤계와 비윤계 간의 권력 투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이 직접 혁신의 기치를 들고 당 대표에 도전하면서, 향후 국민의힘의 방향성과 당내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