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정부, 전 국민 ‘현금+알파’ 푼다.."내 빚도 탕감될까"

 정부와 여당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간담회에서 약 20조 원 규모에 알파(α)를 더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내 경기가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추경은 내수 회복과 경기 진작, 민생 안정에 초점을 맞춘 구체적인 대응책으로 마련됐다.

 

이번 2차 추경안은 앞서 13조8000억 원 규모로 편성된 1차 추경과 합쳐 총 35조 원 규모로 확대된다. 당정은 이날 간담회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직무대행, 임기근 2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 부양과 민생 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전국민 대상의 ‘민생회복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되, 소득 수준과 지역에 따라 지급 금액에는 차등을 두기로 했다.

 

지원금은 건강보험료 기준 상위 10%에게는 1차 15만 원만 지급되며, 일반 국민은 1차 15만 원과 2차 10만 원을 합친 25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도 강조됐다. 차상위 계층에게는 1차 30만 원과 2차 10만 원, 총 40만 원이 지급되고, 기초생활수급자는 1차 40만 원과 2차 10만 원을 합쳐 총 50만 원을 받게 된다. 진 정책위의장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인구소멸 지역 주민에 대한 추가 지원 요청을 정부가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역경제를 직접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지역화폐인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비 지원이 대폭 확대된다. 당초 1차 추경에서는 민주당이 최소 1조 원 반영을 요구했으나 4000억 원에 그쳤고, 이번 추경에는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한 대폭 증액이 예상된다. 특히 할인율은 지역별로 차등화되며,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는 추가 할인이 적용돼 소비 유도를 강화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도 추경안에 포함됐다. 정부가 이들의 부실 채권을 일정 수준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실질적으로 탕감해주는 ‘채무 소각’ 정책이 추진된다. 이는 지난 2017년 이후 8년 만에 도입되는 조치로, 정부가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회수 불가능한 부분을 정리함으로써 채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다. 진 정책위의장은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가 커졌고, 특히 올해 6월까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예산 규모도 대폭 키웠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배드뱅크 설립'과 맞닿아 있는 정책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 재정에 대한 부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1차 추경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8%에서 -3.3%로 확대됐고, 국가채무도 1280조8000억 원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여기에 2차 추경까지 포함되면 국가채무는 1300조 원을 돌파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번 추경은 세입경정까지 포함하고 있어,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재정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기 침체를 방치할 경우 장기적인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 아래, 선제적인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국민 생활의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며 추경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추경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며, 실질적인 민생 지원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뤄질지는 향후 집행 과정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최후의 보루'…환율 방어선에 국민연금이 등판한 이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 구성된 외환당국이 국내 외환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과 손을 잡고 6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5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외환 방어막을 구축했다. 양측은 15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맺었던 외환스와프 계약을 2026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번 계약 연장은 단순히 기간을 늘리는 것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금융 환경 속에서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고 시장의 불안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정부와 국민연금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외환시장의 '안전핀'을 더욱 단단히 채운 셈이다.이번 외환스와프 계약의 핵심은 외환시장의 '고래'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 수요를 시장 밖에서 흡수하는 데 있다. 국민연금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위해 평소에도 막대한 양의 달러를 사들인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환율이 급등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민연금마저 대규모 달러 매수에 나서면 시장의 쏠림 현상을 부추겨 원화 가치의 추가적인 폭락을 유발할 수 있다. 외환스와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들이는 대신,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에서 직접 달러를 빌려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고도 필요한 외화를 확보할 수 있어, 환율의 급격한 널뛰기를 막는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된다.이러한 거래는 외환당국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에도 '윈윈' 전략이다. 국민연금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인 기금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극대화하는 것이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에게 환율 변동은 수익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해외 자산의 가치가 아무리 올라도 환차손 때문에 전체 수익률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에게 이런 환율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환헤지' 수단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비싼 값에 달러를 사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외화를 조달해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고, 이를 통해 기금의 수익성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결론적으로 이번 외환스와프 연장 합의는 외환시장의 안정과 국민의 노후 자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다목적 카드라 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 없이도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고, 국민연금은 환율 변동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이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외부 경제 충격에 대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2년간, 650억 달러 규모의 이 든든한 방어선이 대한민국 금융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