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린 라면 안 팔아요" 101년 역사 삼양그룹의 절박한 외침

 "너 삼양 들어간 뒤로, 뭐 라면 판다고 내가 바쁜 건 알겠는데…." "몇 번 말해! 라면 만드는 그 회사 아니라고." 이 대화는 최근 삼양그룹이 제작한 45초짜리 광고 영상의 한 장면이다. 배우 박정민을 모델로 기용한 이 광고는 삼양그룹과 삼양식품 간의 혼동을 해소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최근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와 함께 삼양식품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혀 다른 기업인 삼양그룹이 의도치 않게 오해를 받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이에 삼양그룹은 "동명이사(同名異社)와의 오인지를 해소하기 위해 드라마 형식으로 광고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삼양그룹은 '큐원' 브랜드로 설탕, 밀가루, 알룰로스, 상쾌환 등의 식품 사업을 일부 운영하고 있지만, 주력 사업은 화학, 의약바이오, 패키징 등 B2B(기업간거래) 분야다. 지난달에는 지주사인 삼양홀딩스가 의약바이오 부문을 인적분할해 '삼양바이오팜'을 설립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생활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라는 슬로건도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삼양그룹 직원들은 자신이 어디에 다니는지 소개할 때마다 "저 불닭볶음면 좋아해요", "주가 많이 올라서 좋겠어요"라는 반응을 접하게 되었다. 이러한 오해가 지속되자 결국 회사는 적극적인 브랜드 정체성 알리기에 나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재 채용 과정에서도 발생했다.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에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고 자랐고..."와 같은 내용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회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에 삼양그룹은 채용 시즌에 홈페이지에 '우리 회사는 삼양식품과는 다른 회사이니 신중하게 검토 후 지원해달라'는 팝업창을 띄우기도 했다. 심지어 인스타그램 그룹 계정 프로필에는 '우리 라면 안 팔아요'라는 문구를 가장 앞에 배치했다.

 

두 회사는 한자(三養)까지 동일하지만, 역사는 크게 다르다. 삼양그룹의 역사는 101년으로 삼양식품(64년)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원래 B2B가 주력이라 기업 브랜드에 많은 관심을 쏟는 회사가 아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기업을 알려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광고는 소셜미디어와 OTT 등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매체를 통해 방영된다. 특히 타깃을 20~30대로 설정해 40대 이상보다는 젊은 층에게 더 많이 노출되도록 전략을 세웠다. 삼양그룹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기업 정체성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올바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한다.

 

'서학개미' 자금 220조 정조준…정부, 달러 가뭄 해소 나섰다

 정부가 고질적인 외환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 온 달러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춘 세제 지원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와 외환시장 안정을 목표로 하는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개인과 기업이 해외에 보유 중인 막대한 규모의 자산을 국내 투자로 전환하거나 환율 변동 위험 관리에 사용하도록 유도해, 외환시장의 달러 쏠림 현상을 구조적으로 완화하는 데 있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세금 혜택이라는 유인책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다. 먼저 2025년 12월 23일까지 개인이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그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발생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1년간 한시적으로 감면해준다. 이는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국내 증시로 되돌리기 위한 강력한 유인책이다. 1인당 매도금액 한도는 예시로 5,000만 원 수준이 거론되며, 국내로 자금을 복귀시키는 시점이 빠를수록 세금 감면 혜택이 커지는 차등 구조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2026년 1분기에 복귀하면 100% 감면, 2분기는 80%, 하반기는 50%의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향후 국회 논의를 거쳐 증권사들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라는 전용 상품을 출시하면 이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환헷지 수단도 지원한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선물환 매도 상품 도입을 돕고, 해외주식 투자 시 환헷지를 할 경우 연평균잔액 1억 원 한도 내에서 관련 상품 매입액의 5%(최대 500만 원)를 양도소득세에서 공제해준다.기업 부문에서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국내 환류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됐다.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 비율(익금불산입률)을 기존 95%에서 100%로 상향 조정한다. 이는 해외 수익을 국내로 들여올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완전히 없애, 기업들이 외화를 해외에 쌓아두기보다 국내로 적극적으로 가져오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기획재정부는 2025년 3분기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이 1,611억 달러(약 220조 원)에 달하는 만큼, 이 중 일부만이라도 국내 투자로 전환되거나 환헷지에 활용된다면 외환시장에 상당한 규모의 달러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부는 이번 세제 지원 방안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 관련 입법 절차를 서두를 계획이다. 개인투자자 관련 제도는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업의 해외 배당금 과세 완화 조치는 2026년 1월 1일 이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대책 발표와 함께 외환당국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시장에 대한 경고성 발언, 이른바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는 정부가 세제 지원과 시장 안정 메시지를 병행하며 환율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