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철강의 몰락, 19조 ‘US스틸’ 日 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면서 일본제철의 주가가 급등했다. 16일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일본제철의 주가는 장 중 전일 대비 4.98% 상승한 2970엔을 기록하며 닛케이225 평균 상승률인 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약 141억 달러(한화 약 19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수 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인수는 미국 정부의 철저한 조건부 승인 하에 이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이 미국 내 고용을 유지하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한편, 미국 정부가 ‘황금주’를 통해 경영 감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황금주는 1주만으로도 주요 경영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형태로,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자국의 철강산업에 대한 상징적 통제권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일본제철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본제철의 이번 인수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미국 정권 교체와 정치적 협상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당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일본 기업의 상징적 미국 철강업체 인수를 반대하며 공식적으로 인수를 중단시켰다. 이에 일본제철은 미 행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경쟁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전미철강노조가 바이든 행정부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개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반전됐다. 일본제철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성향에 주목하며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인수계획을 총괄한 모리 타카히로 부회장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직접 면담을 이어갔다. 또 미 의회와의 접촉을 통해 협상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

 

4월 초,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각국과 상호관세를 발표한 직후 상황이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경제가 주식, 채권, 달러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에 직면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관세를 유예하며 정책의 출구 전략을 모색했고, 일본제철의 투자 제안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일본제철은 이 시기를 활용해 US스틸에 2028년까지 약 110억 달러(약 15조 원)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약속하는 계획을 전격 제시했다. 이는 미국 제조업 부흥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US스틸은 1960년대 세계 최대 철강업체였지만 2024년에는 세계 29위로 추락한 상태다. 일본제철은 중장기적으로 수조 엔에 이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기술과 자본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고장력 강판, 전기차용 전기강판 등 일본제철의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경영권은 완전 자회사 체제를 통해 확실히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과거 브라질 우지미나스 철강소에서 외자와 공동 운영을 하다 경영권 분쟁으로 큰 손실을 겪었던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는 ‘완전 자회사화’ 원칙과 미국 정부의 상징적 통제권 유지라는 절충점을 찾아냈다. 황금주는 그런 절충의 결과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인수를 “계획적 파트너십”으로 포장했고, 5월 말에는 직접 펜실베이니아주 US스틸 공장에서 연설하며 일본제철을 환영한다고 선언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3일,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수 중단 명령을 철회하고 일본제철과 국가안보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공식 승인했다. 이로써 일본제철의 연간 철강 생산능력은 기존 6300만 톤에서 8600만 톤으로 확대되며,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을 넘어 일본과 미국 간 정치·경제적 힘겨루기의 결과물로, 향후 미·일 경제 관계에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일본제철의 과감한 투자와 정치적 돌파력은 글로벌 기업이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승률 95%, 상금 15억…'스피드 3위' 안세영의 압도적 지배

 2025년은 그야말로 '안세영의 시대'였다. 세계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3, 삼성생명)이 시즌 최종전인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정상에 오르며 한 해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숙적인 야마구치 아카네를 연파하고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결승에 올라 왕즈이마저 압도하며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 하지만 최근 BWF가 공개한 세부 지표는 그녀가 모든 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는 아니라는 역설적인 사실을 보여주며, 오히려 그녀가 왜 무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했다.모두의 예상과 달리 안세영은 파워와 속도 부문에서 최정상이 아니었다. 월드투어 파이널을 기준으로 집계된 스매싱 최고 속도에서 안세영은 시속 357.1km를 기록해 전체 3위에 머물렀다. 1위는 시속 376.3km라는 경이로운 속도를 기록한 태국의 라차녹 인타논이었다. 하지만 이 지표는 안세영의 패배가 아닌, 그녀의 진정한 무서움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자신보다 시속 20km 가까이 빠른 강스매시가 날아와도 이를 완벽하게 받아내고, 되레 역습으로 연결해 포인트를 따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아무리 파괴적인 공격을 시도해도 '거미줄 수비'로 불리는 그녀의 끈질기고 안정적인 리시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 데이터로 명확히 입증된 것이다.이 데이터는 동시에 안세영의 놀라운 스타일 변화까지 보여준다. BWF가 공개한 스매싱 속도 순위에서 안세영은 3위뿐만 아니라 6위(시속 340km), 8위(시속 337km), 9위(시속 336km)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녀가 더 이상 수비에만 의존하는 선수가 아님을 증명한다. 올 시즌 수비형에서 탈피해 빠른 박자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장착했고, 그 중심에 리그 최상위권의 파워를 자랑하는 스매싱이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철벽 수비에 강력한 공격력까지 더해지면서, 상대 선수들은 그녀의 코트 위에서 그 어떤 활로도 찾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결과적으로 스매싱 최고 속도 1위가 아니라는 사실은 안세영에게 약점이 아닌, 그녀의 완벽한 공수 밸런스를 증명하는 '훈장'이 된 셈이다. 올 시즌 11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며 단일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남녀 통틀어 역대 최고 승률(94.8%)을 기록했으며,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돌파하는 등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썼다. 중국 언론마저 "상식을 벗어난 정신력", "안세영의 모든 부분에 공포를 느낀다"고 극찬할 정도로, 가장 빠른 공을 가장 완벽하게 지배하는 그녀의 존재감은 전 세계 선수들에게 극복 불가능한 벽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