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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vs검찰' 숨막히는 대결 시작..민주당, 검찰 개혁 시동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검찰 개혁 패키지법’을 발의하며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를 검찰 개혁의 적기로 판단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해 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기소권 및 수사권 분리라는 핵심 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부와의 협의 과정이 남아 있어 당장 법안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3개월 이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특히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위해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대신 ‘공소청’을 신설해 정치적 수사 및 표적 수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민주당 내 강경파 모임인 ‘국회 공정사회포럼(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시절에도 중대범죄수사청 설립과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하는 개혁을 추진했으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부패·경제 범죄로 축소하는 수준에 머무르며 ‘미완의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포함하는 법안 초안이 공개됐지만, 실제 발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기간 중 “시간표는 정확히 정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계획은 있다”며 검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집권 초 민생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놓으면서 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법안 발의로 국회 내 검찰 개혁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결단에 환영 입장을 밝히며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는 변함없다”고 전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검찰 개혁 의지를 재확인한 점도 주목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력히 반발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이번 법안을 “사법 보복”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폭주가 국민들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검찰 해체 시도”라며 민주당에 자중을 촉구했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정부와는 논의하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 부담을 덜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13일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추가 논의가 있을 예정이어서 3개월 내 통과라는 타임라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기존 검찰 개혁 TF 초안과도 차이가 있고, 중대범죄수사청 소속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등 혼선이 있어 법안이 곧바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청이 총리실 산하에서 행정안전부 산하로 바뀌는 등 여러 차례 수정돼 아직 확실치 않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법안이 시행되면 청사 분할, 인력 재배치, 검찰 전산 시스템인 ‘킥스’ 재구축 등 현실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법안에는 이를 감안해 ‘공포 후 1년 경과일부터 시행’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재구축과 인력 재배치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줄이는 개혁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한층 강도 높은 개혁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일반 형사사건 수사에 큰 불확실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대검 월례회의에서 “범죄자가 오고 싶어 하는 나라로 전락할지 모른다”며 정치권의 잦은 형사사법 시스템 입법으로 인한 수사 현장 혼란을 지적했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개혁 패키지법’ 발의는 집권 초반 강한 개혁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 내부의 조율, 법적·행정적 준비가 필요해 본격적인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의 구체적 내용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다각적 검토가 계속될 전망이다.

 

사람이 없다, 미래가 없다…산업기술인력 4만 명 부족 '경고등'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 현장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바이오·헬스, 기계, 전자, 소프트웨어 등 국가 경제를 이끄는 주력 산업 분야에서 당장 투입되어야 할 산업기술인력이 약 4만 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근로자 10인 이상 전국 2만여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 산업 현장의 정상적인 경영과 생산 활동을 위해 필요한 인력 부족분이 총 3만 983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수치로, 인력 부족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인력 부족 현상은 특정 산업에 더욱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부족 인원이 6561명으로, 12대 주력 산업 중 가장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전자(5639명), 화학(4620명), 기계(4292명) 순으로 인력 부족이 심각했다. 부족률로 따져보면 소프트웨어, 화학, 바이오·헬스, 섬유 산업이 3~4%대로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아, 이들 분야의 구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게 한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할 핵심 동력 산업들이 정작 '사람이 없어' 삐걱대고 있는 것이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력난이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수도권 쏠림 현상과 맞물려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전체 부족 인원의 무려 90.5%가 중소 규모 사업체에서 발생했다.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 부족률이 높아지는 뚜렷한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는 대기업으로 인재가 쏠리고 중소기업은 구인에 애를 먹는 고질적인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의 산업기술인력 비중은 2022년 50.0%에서 2024년 50.34%로 꾸준히 증가하며, 비수도권 기업들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산업기술인력은 173만 5669명으로 전년보다 1만 8823명 늘었고, 특히 반도체(4.3%)와 바이오헬스(4.0%) 산업의 인력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8년간 감소세를 면치 못했던 조선업 인력이 2년 연속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다. 퇴사율 역시 9.0%로 5년 연속 하락하며 고용 안정성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의 최전선에서 느끼는 인력 부족의 고통은 여전하다. 인력의 양적 증가와 별개로, 기업이 진짜 필요로 하는 숙련된 기술 인력의 질적 미스매치와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