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정치권 긴장 최고조.."민주당 주지사 체포 위협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대해 주방위군에 이어 해병대까지 투입하며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군 투입 결정은 반대 시위에 군대를 동원하는 극단적인 선례를 만들었다는 우려를 낳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비상사태를 잇달아 선포하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 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해 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9일 미 북부사령부는 해병대원 700명을 “활성화”해 LA에서 이미 배치된 2100명의 주방위군과 합동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LA 지역 연방 기관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명시됐다. 미 국방부 대변인 숀 파넬도 SNS를 통해 주방위군 2000명을 추가 동원한다고 밝혀, LA에 배치된 군 병력은 총 4100명에 달하게 됐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6일 LA 일대 의류업체 등 직장을 급습해 이민자 단속을 벌인 이후 시민들의 반발 시위가 이어지자 정부가 군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시위대는 주방위군에 대해 “나가라”고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고, 영국 BBC는 “주방위군은 LA에서 나가라”는 구호가 연방 청사 앞에서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군 동원을 통한 정치적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이번 조치가 “연방 권한의 충격적 확장”이며 학자들은 이를 “정치적 규범과 헌법에 대한 공개적 거부”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가 특정 주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 불만을 품은 백악관이 연방군을 동원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민주당이 집권한 주와 도시에서 이민 정책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질 경우 유사한 군 투입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 병력을 직접 시위 진압에 투입하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포세 코미타투스법에 따른 군인의 국내 법집행 제한과 충돌할 우려가 크다. 군의 투입 목적을 연방 인력과 자산 보호에 국한해 법 위반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군이 시위대를 직접 체포하려면 별도의 ‘반란진압법’ 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AP통신은 국방부가 해병대의 무력 사용 지침을 마련 중이며, 민간인을 일시 구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번 군 투입 결정은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라는 비판도 심각하다. FT는 하버드대 교수 라이언 에노스를 인용해 “명백한 권위주의적 힘 과시”라고 평가했다. LA가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이 집권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정당성도 없다는 지적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현직 주지사를 위협하는 대통령은 현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으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뉴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미 해병대가 독재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자국민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뉴섬 주지사를 체포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내가 국경 차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뉴섬 주지사의 체포가 “멋진 일”이라고 발언해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에 뉴섬 주지사는 “권위주의로 향하는 명백한 발걸음”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캘리포니아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를 우회해 주방위군을 투입한 것이 불법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 상황을 과장하고 비상사태를 남발하며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패턴과도 맞닿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군 투입 시점이 지역 당국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한 시점과 맞물려 과도한 조치임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을 조성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대에 대해 “그들이 침을 뱉으면 우린 때릴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2021년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은 사면해준 반면 이번 시위에는 무력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번 혼란이 정부의 이민 단속에 의해 촉발됐으며, 군 투입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배스 시장은 “LA는 급습 전까지 평화로웠다”며 주방위군 투입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LA가 연방 권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9일 LA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물병을 던지는 등 충돌 조짐도 있었다. 경찰은 비살상 무기를 사용해 대응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댈러스와 오스틴, 뉴욕 등에서도 LA 시위에 연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000명이 넘는 시민이 평화 행진을 벌였으나 일부가 기물 파손 행위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번 LA 군 투입 사태는 미국 내 이민 정책과 정치적 분열, 군과 민간인 간의 긴장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권위주의적 대응 방식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스 든 안철수, 보수 해부 시작 “악성종양 도려내겠다”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 이후 당 재건의 일환으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혁신위원장에 4선 중진인 안철수 의원을 임명했다. 당내 쇄신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안 의원의 임명은 보수 정당의 뿌리부터 뜯어고치는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은 이공계 출신으로 의사, 대학교수, IT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인물”이라며 “과감한 당 개혁을 이끌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안 의원을 공식적으로 혁신위원장으로 발표하고, 향후 당 혁신 방향과 구체적 실행 방안을 설명했다.안철수 의원은 혁신위원장 수락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힘의 현재 상태를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대선 패배를 정당 역사상 최대 위기라며,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연 치유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건강한 야당의 존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의사 출신이라는 이력을 내세운 안 의원은 “이제 메스를 들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당내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 기득권 해체와 이념 재정비 등 당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날 송언석 위원장을 만나 “혁신위원회가 구성된다면 가장 먼저 대선 패배 백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잘못을 명확히 짚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 비대위원장은 “대선 패배를 포함한 지난 과오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혁신위원회의 운영 방식과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며, 위원 구성부터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혁신위원 선임에 집중하고 있으며, 구성원이 확정되는 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안철수 의원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서는 “그간 특별위원회 형식의 당 기구 운영 사례들을 참고하겠다”며, “가장 효과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통해 최고의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또 향후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로운 당대표가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혁신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 전체의 의지를 모으는 것이 핵심이며, 대표를 포함한 차기 지도부 후보들도 각자의 혁신 구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들을 하나로 모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번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원장 임명은 단지 명목상의 인사 조치가 아니라, 당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중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향후 보수 진영의 재편과 당 재건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안 의원이 제안하는 ‘외과 수술식 개혁’이 당내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그리고 실제 혁신안이 당 지도부를 포함한 전체 구성원에게 어느 정도 수용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