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英 진퇴양난..트럼프, '런던 中대사관 신축'에 극대노

 중국이 영국 런던 중심가에 대규모 대사관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다시 추진하면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 문제는 단순한 외교공관 건축을 넘어 통신 보안, 군사 기지, 무역 협상 등 복잡한 미중·미영 간 외교 현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고위 안보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가까운 동맹국의 민감한 통신 인프라에 중국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런던 내 민감한 지역에 위치한 중국 대사관 건설이 자국 및 동맹국의 정보 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가 된 부지는 런던탑 인근, 과거 영국 조폐국이 위치했던 ‘로열 민트 코트’로, 2만㎡ 규모이며 중국 정부가 지난 2018년 2억 5500만 파운드(한화 약 4697억 원)에 매입했다. 이곳은 런던 금융지구와 가까우며, 영국의 핵심 통신 인프라와 금융 데이터 케이블이 지나가는 민감 지역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중국 대사관이 해당 지역에 세워질 경우, 스파이 활동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전까지는 지역 자치단체인 타워 햄리츠 구의회가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건설 허가를 반대했고,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한때 항소를 포기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작년 8월 영국 노동당 정부가 출범한 직후, 중국은 다시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이번 사안은 미국과 영국 간 통상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외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스타머 총리에게 해당 대사관 건설을 막을 것을 직접 요구했다. 미국 측은 이를 미영 무역협정의 주요 변수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은 현재 미국산 에탄올, 소고기 등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대가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 면제 조항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지난 3일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했지만, 영국은 조건부로 25%만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는 “협정 이행이 안 될 경우 7월 9일부터 영국산 철강에도 50% 관세를 적용한다”는 경고가 포함돼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 국영기업 징예그룹이 소유한 브리티시스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은 브리티시스틸이 중국이 미국의 철강 관세를 우회하기 위한 경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 4월 해당 기업의 스커너소프 공장을 긴급 국유화했으며, 징예그룹은 이에 맞서 약 10억 파운드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영국 정부는 중국 대사관 건설 계획에 대해 안보 실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피터 카일 영국 기술장관은 이날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외국 대사관이나 인프라 문제는 항상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충분한 안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런던 대사관 계획은 미국과 영국 양국의 외교 안보 정책은 물론, 무역, 통신, 정보 보호 등 다양한 이슈가 중첩된 사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종 건설 승인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영국 언론들은 만약 미영 무역협상이 중국 대사관 문제로 지연될 경우, 오는 7월 22일 영국 의회가 여름 휴회에 들어가면서 협상이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중국 대사관 문제가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서, 미국과의 통상 협상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변수”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의 런던 대사관 건설 문제는 중국의 외교 전략과 미국의 동맹 안보 전략, 영국의 독립적인 외교 노선이 충돌하는 국제 정치의 복잡한 퍼즐로 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자국의 안보와 경제 이익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 몰락의 시작? SK그룹에 영업이익 왕좌 내주며 충격적 패배

 한국CXO연구소가 25일 발표한 2024년 그룹 총수 경영 성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지난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 부문에서 삼성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번 분석은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공정자산 규모 5조원 이상 92개 대기업 집단의 총수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SK그룹은 지난해 27조1,3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의 27조352억원을 불과 0.4% 차이로 앞섰다. 이러한 결과의 결정적 요인은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21조3,3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삼성전자의 12조3,610억원보다 약 9조원이나 더 많은 성과를 거뒀다.그룹 전체 순이익 증가율에서도 SK그룹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6,582억원에서 2024년 18조3,595억원으로 무려 2,689.1% 급증하며 이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반면, 이재용 회장의 삼성은 여전히 그룹 전체 매출(399조6,362억원), 당기순익(41조6,022억원), 고용(28만4,761명) 부문에서는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은 국내 최대 기업 집단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SK그룹에 근소하게 뒤처진 모습을 보였다.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그룹 매출(292조1,195억원), 당기순익(23조7,712억원), 고용(20만3,915명) 부문에서 모두 삼성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재작년에 그룹 전체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으나, 작년에는 18조5,3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SK와 삼성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그룹 매출 증가율 부문에서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해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매출이 전년의 4조2,239억원에서 8조4,668억원으로 1년 새 100.4%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영업이익 증가율에서는 박정석 고려에이치씨 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고려에이치씨는 고려해운의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그룹 영업이익이 2023년 453억원에서 2024년 7,029억원으로 1,450.3%나 급증했다.수익성 측면에서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돋보였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그룹 영업이익률 43.9%, 순이익률 50%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이 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이번 분석 결과는 국내 주요 기업 집단들의 경영 성과와 경쟁 구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특히 SK그룹의 약진과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이 두드러진 한 해였음을 시사한다. 또한 한국앤컴퍼니와 고려에이치씨 같은 중견 그룹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