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철거 전에 한 곡 때리자! 솔루션스, 인왕아파트서 파격 공연

 재개발의 물결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낡은 아파트 단지가 하룻밤 동안 뜨거운 음악의 열기로 가득 찼다. 지난 6월 7일 저녁 7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인왕아파트에서 밴드 솔루션스(THE SOLUTIONS)가 단독 콘서트 '퓨처 펑크 스테이지(Future Funk Stage)'를 개최하며, 철거를 앞둔 공간의 마지막 순간을 특별한 예술적 경험으로 채웠다.

 

1968년에 완공되어 약 57년간 수많은 이들의 보금자리였던 인왕아파트는 현재 재건축 사업 진행으로 인해 대부분의 주민이 이주를 마친 상태다. 텅 비어 적막감마저 감도는 이 공간은 곧 포클레인의 굉음과 함께 사라질 운명이었다. 솔루션스는 바로 이 '사라질 공간'에 주목했다. 그들은 아파트의 물리적 구조와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살려 무대를 꾸미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콘서트가 열린 날, 주민들이 떠나 텅 비어 있던 아파트의 각 세대 거실과 베란다가 밴드 멤버들의 연주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드러머는 어느 집 거실에,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는 베란다에 자리를 잡고 아파트 구조 자체를 무대 장치 삼아 연주를 펼쳤다. 관객석은 아파트 단지 내 넓은 주차 공간에 마련되었으며, 전석 600석 규모로 채워졌다. 화려한 조명이나 거대한 무대 장치 대신, 아파트의 외벽과 창문, 그리고 그 안에 담겼던 삶의 이야기들이 무대의 배경이 되었다.

 

솔루션스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공연의 기획 의도에 대해 "여름과 함께 사라질 이 아파트에는 화려한 무대나 조명 대신 누군가의 삶의 일부였던 베란다가 무대가 되었다"며, "가장 사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이 예술적 영감을 통해 특별한 공연장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에 의미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도시의 변화 속에서 잊혀 가는 공간에 대한 애도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철거 예정 아파트라는 배경과 밴드의 역동적인 라이브 공연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은 공연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실제 공연 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공연을 직접 관람했거나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낭만 한도 초과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너무 멋지다", "버려질 공간을 이렇게 예술적으로 활용하다니 감동적이다", "다른 오래된 건물들도 이런 식으로 재탄생하면 좋겠다"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시의 낡은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호평 일색인 반응 속에서 예상치 못한 논란도 불거졌다. 공연이 진행된 인왕아파트와 인접한 다른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로부터 소음 피해에 대한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온라인 게시판이나 댓글을 통해 "바로 옆 아파트인데 소음이 너무 심했다", "시끄러워서 어린 아이가 울고,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머리가 아프다고 힘들어하셨다", "공연 기획 단계에서 주변 주민들에게 사전 고지나 동의를 구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본질은 서울 시내에 마땅한 공연장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편함과 불만을 토로했다. 예술적 시도가 주변 이웃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공간 활용 이벤트의 책임과 배려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인왕아파트는 안산맨션, 인왕궁아파트와 함께 홍제3단독주택재건축 구역에 포함되어 있다. 이 일대는 향후 지하 6층부터 지상 23층까지, 총 10개 동 620가구 규모의 새로운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번 솔루션스의 콘서트는 이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 속에서, 사라질 공간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고 예술로 재해석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동시에 도시 내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행사가 주변 환경과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퓨처 펑크 스테이지'는 단순한 밴드 공연을 넘어, 도시 재생, 공간 활용, 예술의 역할, 그리고 공동체와의 공존이라는 복합적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며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불문율보다 무서운 순위 경쟁..하나은행, KB와 정면 충돌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인 불문율이 농구 코트 위에 또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 불문율이 예의와 무례 사이를 지속해서 재단하게 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갈등을 키우는 도구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프로 세계의 본질은 결국 승부이며 그 승부 안에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치열한 전략적 계산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WKBL) 1위 하나은행과 2위 KB국민은행의 맞대결은 바로 이 불문율과 프로의 생존 본능이 정면으로 충돌한 현장이었다.사건의 발단은 경기가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인 종료 14초 전에 발생했다. 당시 KB는 하나은행을 상대로 87-75라는 12점 차의 넉넉한 점수로 앞서가고 있었다. 사실상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리바운드 경합 도중 공이 베이스 라인을 넘었고 심판은 하나은행의 공격권을 선언했다. 이때 KB 벤치에서 갑작스럽게 감독 챌린지를 요청하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결과적으로 판정이 뒤집혀 공격권은 KB로 넘어왔고 KB는 남은 시간 동안 공격을 시도했다. 비록 하나은행의 수비에 막혀 슛을 던지지 못한 채 경기가 종료되었지만 이 과정 자체가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경기가 끝난 뒤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은 이례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상대 팀에 대해 예의가 없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판정을 확인하며 챌린지를 사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상대가 챌린지로 가져온 공격권을 통해 득점을 올려 골 득실을 챙기려 한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넣지도 못할 공격을 시도한 점을 꼬집었다.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되었고 농구계에서는 승자의 예우와 불문율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뜨거워졌다. 하지만 KB국민은행 김완수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는 상대에 대한 무례가 아니라 철저하게 팀의 이익을 위한 전술적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하나은행과 KB는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불과 2경기 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WKBL 규정상 최종 성적이 동률일 경우 상대 전적을 따지고 그마저도 같으면 득실률 순으로 최종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4위 경쟁 당시 단 1점 차의 골 득실로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갈렸던 경험을 언급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주어 실점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감독으로서 당연한 책무였다는 논리다.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범 감독 역시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정반대의 입장에 선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프로농구(KBL) DB를 이끌던 2020년 1월 선두 경쟁팀인 SK와의 경기에서였다. 당시 DB는 9점 차로 앞선 종료 직전 두경민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경기를 마쳤다.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의 슛은 불문율 위반이라며 SK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그때 이 감독은 이전 대결에서 크게 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잔여 경기 일정상 골 득실을 생각해야 했기에 마지막까지 공격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과거에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던 이 감독이 이번에는 예의를 먼저 언급하며 화를 낸 상황은 불문율의 잣대가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보여준다.결국 불문율이라는 모호한 개념은 적용하는 사람의 입장과 처한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승리를 확신한 팀이 마지막까지 점수를 짜내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비매너로 비치겠지만 순위 경쟁이 절박한 팀에게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술이 된다. 특히 이번 시즌처럼 선두권 다툼이 치열한 경우 1점의 득실 차가 시즌 전체의 농사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완수 감독의 선택을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다. 득실률이라는 명확한 수치가 순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프로 무대에서 감정적인 불문율을 강요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될수록 농구 팬들과 구성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 막판 10여 초를 남기고 공격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혹은 챌린지를 써도 되는지를 두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자체가 프로답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문율이 스포츠의 낭만을 유지하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순간의 감정을 정당화하거나 상대를 압박하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명문화된 규정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 정신이며 팬들이 원하는 정정당당한 승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과거의 사례와 현재의 논란을 종합해볼 때 결국 정답은 없다. 다만 프로 스포츠의 생태계가 갈수록 데이터와 수치 중심으로 정교해지면서 감정적인 불문율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하나은행과 KB의 충돌은 여자농구의 뜨거운 순위 경쟁을 상징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우승을 향한 양 팀의 집념이 코트 위에서 예의라는 가면을 벗고 거칠게 부딪힌 셈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지만 룰 안에서 승리를 쟁취하려는 치열함이야말로 유료 관중을 불러 모으는 프로 스포츠의 최대 매력이다.향후 두 팀의 재대결에서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다음 맞대결은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을 가를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코트 위의 불문율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재해석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 또한 농구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불문율이 승부의 열정을 꺾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프로 선수와 감독은 코트 위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 매너와 배려라는 이름으로 팀의 이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팬들에 대한 기만일 수도 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농구계가 불문율에 대한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고 더욱 수준 높은 경기 운영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14초를 남기고 던진 챌린지가 결국 리그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될지 혹은 단순한 감정싸움의 잔재로 남을지는 앞으로 남은 시즌의 전개 과정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