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감세법에 빡친 머스크, ‘죽여버려’ 연일 선동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감세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미국 보수 진영 내부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며칠간 자신의 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감세 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 법안의 의회 통과를 저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리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머스크는 4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 계정에 여러 차례 글을 올리며 감세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법안을 실제로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법안의 내용이 국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연방 하원에서 해당 법안 통과에 앞장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기자회견 영상에 댓글을 달아 직접적인 반박을 가했다.

 

머스크는 이어 “새로운 지출 법안은 재정 적자를 급격히 확대하지 않아야 하고, 국가 부채 한도를 5조 달러까지 늘리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을 대표하는 상·하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을 파산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전하라”며, “법안을 죽여라(KILL the BILL)”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퀜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Kill Bill)’ 포스터를 게시하며 법안 폐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머스크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과거 연방 정부의 부채 증가에 대해 경고했던 영상을 공유하며 “미국은 빚의 노예로 가는 지름길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머스크의 이 같은 주장은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마이크 리(유타)와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머스크의 게시물에 동조하는 글을 올렸으며, 엑스 내 보수 성향 이용자들도 머스크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랜드 폴 상원의원을 직접 비판하며 머스크와 그의 지지자들에게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트럼프는 “랜드 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과 그것이 가져올 경제 성장의 가능성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는 모든 사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정치적 전략이라 착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BBB는 결국 큰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상원이 오늘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만큼, 이 감세 법안을 가능한 한 빨리 통과시켜 7월 4일 전에 내 책상 위에 올려주길 바란다”며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화당 내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 내에서는 머스크의 비판이 실제로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마이크 라운즈(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은 “머스크가 행정부 내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며, “기업인으로서의 기여는 감사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의 승리에 기여하며 주목받았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 산하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돼 130일간 활동했다. 그는 지난달 말 고별식을 끝으로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그 직후인 지난 3일, 머스크는 엑스에 “더는 참을 수 없다. 이 법안은 엄청나게 터무니없고 낭비 투성이며 혐오스럽다”고 쓰며 다시금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의 비판은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가 조세 정책에 관해 기존 보수 진영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공화당 내부의 노선 차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형국이다.

 

문제의 감세 법안은 트럼프가 2017년에 도입한 법인세 및 개인소득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달 22일 하원을 통과했다. 하지만 올해 말 주요 조항이 일몰될 예정이기에 상원에서의 처리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스크의 공개적인 반대가 상원 표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트럼프를 중심으로 뭉친 보수 진영 내부에선 분열의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 vs 국힘, 법사위 놓고 평행선..24일 다시 회동

 23일 국회에서는 본회의 일정과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또다시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가졌으나, 본회의 개최와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이튿날인 24일 오전 11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리는 여야 원내대표단 회동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문진석 수석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까지 네 번째 협상이 있었지만 민주당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요구했지만, 이는 이미 1년 전 1기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사항이며, 상임위원장 배분은 지금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여야가 협력해 조속히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며 “추경안, 인사청문회 등 민생과 관련된 현안을 통과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7월 4일 종료되기 때문에, 추경안 통과를 위해서는 이번 주 내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 수석은 “7월 4일 전에 추경안을 통과시키려면 이번 주에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며 “24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단 회동에서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난 원내지도부에서 합의된 2년 임기 원칙에 따라 기존 상임위원장 배분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예결위·운영위를 모두 독식하는 것은 “사실상 일당 독재의 고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상범 수석은 “문진석 수석은 지난해의 상임위 배분이 합의된 것이라 했지만, 당시 민주당은 12개 상임위를 일방적으로 배정했고, 나머지 7개에 대해서만 수용 여부를 물었다”며 “이건 합의가 아닌 통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거대 여당이 국정 운영에 필요한 핵심 상임위를 모두 차지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이어 유 수석은 “혁신을 외친다면서 협상에는 전혀 양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일방적 독주는 결국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수당의 독재 체제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겨야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고 주장하면서,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전제로 본회의 개최 일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이날 회동 이후 유 수석은 “비정상화된 상임위원장 배정을 정상화해달라는 요구를 민주당이 거부했기 때문에 본회의 일정 논의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며 “오늘로 협상은 끝났다.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상임위 배분에서 전례 없는 독점적 구조를 고수하고 있어, 협상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했다.앞서 여야는 지난 18일과 19일에도 원내지도부 간 회동을 가졌지만,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공전한 바 있다. 민주당은 2년 임기 협상에 따라 법사위와 예결위 등 주요 상임위를 계속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이 같은 구조는 협치와 견제를 무력화한다고 맞서고 있다.한편 여야 협상이 연이어 결렬되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추경안 심사 등 주요 안건들도 줄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가 극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국민 생활과 직결된 예산 및 인사 현안들이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도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 교착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