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이재명의 빅픽쳐, 16명 임명권 쥐고 ‘사법 장악’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이른바 '대법관 증원법'이 6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당일 단행된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정치적 의도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대선 종료 직후부터 사법개혁 입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김용민 의원과 장경태 의원이 각각 발의한 두 건의 개정안이 상정됐다. 김 의원은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장 의원은 최대 100명까지 증원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민주당은 절충안을 마련해, 연 4명씩 4년간 총 16명을 순차적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 회의장을 퇴장했고, 법사위 정청래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는 할 일을 한다”며 입법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번 법안은 대법관 수를 두 배 이상 늘리는 중대한 사법 구조 개편이자,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패키지의 선봉에 선 법안이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외에도 대통령 당선자의 형사 재판을 일정 범위에서 중단시키는 '재판정지법',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개정안,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중 가장 앞서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대법관 증원법이다.

 

법조계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현재 대법관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인원 증원이 재판의 신속성과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 측은 대법관 수가 늘수록 의견 조율이 어려워지고, 판결의 일관성과 신속성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증원된 대법관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명하게 될 경우,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에 심각한 손상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문제는 이번 추진의 시점이다. 대법원이 지난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원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직후, 민주당이 곧바로 대법관 증원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신속한 재판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자 역공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오는 18일 서울고법에서 예정돼 있고, 24일에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관련 사건의 재판도 잡혀 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외환죄를 제외한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만, 대법원이 해당 원칙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재판 지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재판정지법과 선거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이려는 배경에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법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급박하게 추진되는 개혁이라고 의심받을 수는 있지만, 대법관 증원 자체는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같은 학교의 차진아 교수는 “이재명 정부에서 무려 16명의 대법관을 순차 임명하게 되면 특정 정파에 유리한 코드 인사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대법관 증원안은 대법원을 이재명 정권의 방탄 기구로 전락시키려는 입법 쿠데타”라며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을 전면 철회하고, 사법부 조직을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민 앞에 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5일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내란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과 검사징계법 표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 법안은 앞서 윤석열 정부 시절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으나, 당시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 절차를 거치며 폐기된 바 있다. 검사징계법은 검찰총장 외에도 법무부 장관이 직접 검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검찰권 견제 강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다.

 

이번 대법관 증원법 통과를 시작으로 민주당이 강력한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재판 정국과 맞물려 향후 정치권의 긴장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호도 없었다"는 전재수…경찰, 통일교 심장부 '천정궁'까지 덮쳤다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경찰의 강제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전직 국회의원들의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해 통일교 핵심 시설과 관련자들의 자택, 국회의원실 등 총 10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번 수사는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기존 진술을 번복하는 등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찰이 물증을 확보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이번 압수수색은 통일교의 심장부로 불리는 천정궁과 서울본부를 포함해 전재수 전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의원의 자택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이들의 혐의를 각각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고 피의자로 입건했으며,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한학자 총재 역시 뇌물공여죄 등의 피의자로 영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전 전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모두 SNS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금품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수사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는 통일교 내부에서 발견된 거액의 현금 뭉치다. 앞서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총재의 개인 금고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280억 원 규모의 뭉칫돈이 이번 수사의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와 엔화, 미화 등 다양한 화폐로 구성된 이 자금의 출처와 용처를 규명하는 것이 통일교의 조직적인 로비 의혹을 파헤칠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회계 자료와 자금 집행 내역 등을 이 뭉칫돈과 대조하며 불법적인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경찰은 지난 10일 23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불과 닷새 만에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검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건 기록을 토대로 신속하게 관련자들을 입건하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확보한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전직 장관과 의원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한 방'을 찾기 위한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통일교발 정계 로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