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랜스젠더 선수 우승에 트럼프 격분... '여자 스포츠에 남자는 안된다' 논쟁 폭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고교생 육상선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전국적 논란이 일고 있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후루파 밸리 고교 3학년생인 트랜스젠더 AB 에르난데스는 지난달 31일 프레즈노 인근에서 열린 주 고교 육상대회에서 여자 높이뛰기와 3단 뛰기에서 1위, 멀리뛰기에서 2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우승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과 연방 정부의 개입으로 전국적 이슈로 확대됐다.

 

캘리포니아주는 2013년 제정된 주법에 따라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부문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의 여성 대회 출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주최 측인 고교육상연맹은 이번 주 초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에르난데스가 출전한 종목에는 추가로 1명이 더 출전할 수 있고 메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다른 선수들에게는 에르난데스가 출전하지 않았을 경우의 순위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에르난데스는 높이뛰기와 3단 뛰기에서 기록상 1위를 차지했지만, 시상식에서는 공동 우승자가 됐다. 높이뛰기에서 그는 실패 없이 5피트 7인치(약 170cm)를 뛰었고, 2위는 같은 높이를 뛰었지만 한 번씩 실패를 기록한 두 명이었다. 그러나 시상대 맨 위에는 에르난데스와 이들 2명이 함께 올랐다. 3단 뛰기에서도 에르난데스는 기록상으로는 단독 우승이었지만, 시상식에서는 2위 선수와 함께 공동 우승자로 인정받았다.

 

대회 기간 중에는 일부 비판자들이 '여자 스포츠를 지켜라'라는 문구가 적힌 분홍색 팔찌와 티셔츠를 착용했으며, '여자 스포츠에 남자는 안된다'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단 항공기가 경기장 상공을 선회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캘리포니아주가 트랜스젠더 학생의 출전을 금지하지 않으면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 법무부는 연맹과 에르난데스가 소속된 교육구가 연방법상 성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교육상연맹은 "우리는 모든 학생 선수를 존중하며, 학생들에게 소속감과 연대감, 경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명을 담은 주법을 준수하며 이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혼자서 악플 40개…'이태원 참사' 3년간 끈질기게 괴롭힌 상습 악플러들의 정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 사회는 온라인상의 끈질긴 혐오 발언이 소수의 조직적인 '댓글 부대' 혹은 극성스러운 개인 몇몇의 소행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유튜브 댓글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결과는 이러한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훨씬 더 충격적인 현실을 드러냈다. 악성 댓글을 작성한 이들은 소수가 아닌, 5만 명에 육박하는 다수의 개인이었다.2022년 10월 29일 참사 발생 직후부터 2025년 6월 10일까지, 68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 929건에 달린 댓글은 총 26만 7천여 개. 딥러닝 AI 분석을 통해 이 중 6만 4,388건이 명백한 악성 댓글임을 확인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혐오 발언들을 쏟아낸 유튜브 계정이 무려 4만 9,461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특정 세력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평범한 이용자들이 혐오 발언 생산에 광범위하게 가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이들 중 8,777명은 2회 이상 상습적으로 악성 댓글을 작성했으며, 한 명은 무려 40개의 혐오성 댓글을 다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데이터가 밝힌 6만여 개 혐오의 중심에는 "놀러 가서 죽은 것"이라는 조롱과 비난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댓글 데이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는 '놀다가', '죽은', '사고', 그리고 비웃음을 의미하는 'ㅋㅋ'였다. 이 단어들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놀러 가서 죽은 사고 ㅋㅋ'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됐다. 이는 희생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으므로 추모나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악플러들 사이에 팽배했음을 보여준다.시간의 흐름에 따라 혐오의 양상과 공격 대상은 교묘하게 변화했다. 참사 초기인 2022년에는 '시민의식 부재' 등을 거론하며 희생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협의회를 결성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2023년과 2024년, 공격의 화살은 유가족에게로 향했다. 특히 "세월호처럼 돈 뜯으려 한다", "시체팔이" 등 세월호 참사와 엮어 유가족의 활동을 폄훼하고 금전적 보상을 노린다는 식의 2차 가해가 극성을 부렸다.2025년에 들어서는 혐오가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민주노총의 소행', '민주당이 기획한 테러' 등 참사가 외부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음모론'이 전체 악성 댓글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는 참사의 본질을 흐리고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담긴, 가장 악의적인 형태의 2차 가해라 할 수 있다.한 상습 악플러는 "프로급 자해공갈단"이라며 유가족을 비난했고, 또 다른 이는 "소복은 왜 입었나, 할로윈 코스프레하다 죽은 가족이라 그런가"와 같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조롱을 퍼붓기도 했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 결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난 혐오의 민낯과 그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