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법원, 트럼프 ‘글로벌 관세전쟁’에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전개해온 ‘글로벌 관세전쟁’이 최근 연방국제통상법원의 판결로 인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28일(현지시간)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한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무효화하며 발효 중지를 명령했다. 이에 백악관은 즉각 항소를 선언하며 법적 공방에 들어갔고,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호관세 부과는 잠정적으로 중단되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 제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무역적자 해소와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상호관세’를 무기 삼아 무역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법원 판결로 상호관세 부과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정책 동력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다만 이번 판결의 효력은 특정 품목에 부과된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품목별 관세 확대나 다른 통상 압박 수단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직접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구호 아래 발표한 핵심 정책이다. 이 정책은 미국과 거래하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기본 관세율 10%를 적용하고, 한국을 포함한 ‘최악의 침해국’ 60여개국에는 최대 50%까지 개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는 90일간 상호관세 유예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미국 우위를 확보하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내세웠다. 이 법은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경제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이번 법원은 대통령 권한 범위를 초과한 조치로 판단했다. 특히 무역적자 문제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한 점 역시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무역적자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만성적 문제인 점을 들어 비상사태 선언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법원 판결 직후 백악관은 즉시 항소를 결정했다. 항소심부터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법적 다툼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호관세에 의존해 온 미국의 통상협상 전략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없으면 미국의 협상 카드가 약화되고, 상대국들도 협상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무역정책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관련 품목별 관세는 유지된다. 또한,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 위협 근거 관세)와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행위 근거 관세) 등 다른 법률을 통해 새로운 관세 부과를 추진할 여지도 있다. 이 경우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가 대상국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결론 도출까지 최장 9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와 협력해 입법을 통해 상호관세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현재 미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인 상황으로, 입법 작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으나 지역구별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진통도 예상된다. 또한, 무역 이슈뿐 아니라 안보 문제와 연계한 무역 압박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국과 같은 안보 협력 국가에 대해서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무역 협상에 연계하는 전략이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법원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사법부 간 갈등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불법 이민자 추방, 유학생 비자 제한, 군 복무 성전환자 금지, 정부 효율성 부서(DOGE) 주도 정부 구조조정 등 여러 정책에 대해 사법부의 제동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법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판사의 실명을 언급하는 등 강경 대응해 왔다. 심지어 일부 판사에 대한 극렬 지지자들의 위협까지 발생하며, 법관들 사이에서는 독자적인 경호조직 운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법원 판결 직후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법 쿠데타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비판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처럼 사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 내 정치·사회적 긴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큰 제동을 걸면서, 미국의 글로벌 무역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향후 법적 공방의 결과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새로운 무역정책 수단을 선택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 역대급 수익에도 내년부터 더 뗀다…얼마나?

 올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이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고치인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올해 12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수익률 잠정치가 20%를 기록하며 지난해의 15%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경이적인 성과는 국내 주식(78%)과 해외 주식(25%) 투자가 이끌었으며, 이에 힘입어 전체 기금 규모 역시 지난해 말 1213조 원에서 약 260조 원 불어난 1473조 원으로 커졌다. 이는 내년도 연금 총지급 예상액인 44조 원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로, 기금 운용 성과가 연금 재정의 안정성을 크게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산배분체계 개선과 전문 운용인력 확충 등을 통해 목표 수익률을 꾸준히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이러한 재정 안정성 강화를 바탕으로, 18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연금 제도의 개혁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가장 큰 변화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동시 조정이다. 먼저, 1998년부터 26년간 9%로 묶여 있던 보험료율이 내년부터 9.5%로 0.5%포인트 인상된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8년에 걸쳐 매년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라 2033년에는 13%에 이르게 된다. 당장 내년부터 월 평균소득 309만 원인 직장 가입자는 매달 7,700원(사용자 부담 포함 시 15,400원)을, 지역가입자는 1만 5,400원을 더 내야 한다. 정부는 지역가입자의 부담 증가를 고려해 보험료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보완책을 함께 시행할 예정이다.보험료를 더 내는 만큼, 미래에 돌려받을 연금액도 늘어난다. 가입자의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이 현행 41.5%에서 43%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애 평균 월 소득이 309만 원인 가입자라면 기존 제도보다 매달 약 9만 2,000원 인상된 132만 9,000원을 노후에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다만, 이 같은 소득대체율 인상은 앞으로 납부할 보험료에 대해서만 적용되므로,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의 연금액에는 변동이 없다. 이는 사실상 현재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청년 및 중장년층 가입자에게 미래의 더 두터운 노후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다.이번 개혁에는 국민들의 오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기여를 보상하는 제도적 장치들도 포함됐다.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가의 지급보장 의무’가 명문화되면서,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국가가 책임을 지고 연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또한, 청년층 지원을 위한 크레딧 제도도 대폭 확대된다. 군 복무 크레딧 인정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나며, 출산 크레딧은 기존 둘째아부터 적용되던 것에서 나아가 첫째아 출산 시에도 12개월의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준다. 특히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만 인정해주던 상한선도 폐지되어, 다자녀 부모는 더 많은 혜택을 통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