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이준석 ‘젓가락 발언’에 여야·시민단체 일제히 격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제3차 대선 TV토론회에서 여성 신체를 언급한 발언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5월 27일 진행된 토론에서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들을 둘러싼 온라인 게시글 내용을 인용하며, “여성의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혐오냐 아니냐”고 발언해 논란을 촉발했다. 이는 이재명 후보 아들이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썼다는 성적이고 폭력적인 댓글을 검증 차원에서 언급했다는 취지였으나, 발언 수위와 표현 방식이 공영방송 생중계에서 나올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후보는 다음 날인 28일 유세 현장에서 해당 발언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해당 표현은 순화해서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며 “사실 여부가 중요한 문제이기에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사과의 진정성보다는 발언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는 서울 강남 선거캠프에서도 “대선 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가치관이나 민감도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검증 기준”이라며 자신의 발언이 필요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강경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후보가 말했던 것처럼 제 옆에 있었다면 혼났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후보를 비판하기 전에 그런 댓글을 처음 남긴 사람들에 대한 지적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발언의 선후 관계와 원인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과거에도 김 위원장을 향해 “시간 낭비”라며 비판한 바 있어,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일종의 ‘되치기’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직적으로 이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공중파에서 인간을 모독한 구시대 정치 깡패”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회의원직 제명은 물론 모든 방송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정책과 희망이 아닌 혐오와 비방으로 채워지는 대선이 부끄럽다”며 에둘러 이 후보를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대국민 언어 성폭력”이라며 당 차원에서 이 후보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진보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절차에 착수했다.

 

 

 

여성계와 시민단체의 반응도 거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시민 앞에 선 대통령 후보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 표현을 재확산시켰다”며 사퇴를 촉구했고, 한국여성민우회도 성명에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정보통신망법,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 후보의 발언이 전 국민을 향한 언어 폭력이자 TV토론을 시청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정서적 학대라고 규정했다.

 

청년 단체들 역시 행동에 나섰다. 2030정치공동체청년하다, 윤석열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 진보대학생넷 등은 개혁신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준석 후보의 즉각 사퇴”를 외쳤다. 이들은 이 후보가 공직 선거의 공적 책임을 망각하고, 토론회를 개인의 정치적 공격 무대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단순한 실수가 아닌 혐오와 차별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언론계와 학계에선 TV토론의 형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토론의 주제와 관계없는 원색적 네거티브 발언이 여과 없이 전파된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이 사건이 역풍으로 작용해 다른 후보들이 유사한 발언을 자제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는 토론회 운영 방식 자체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말을 남용하는 진영이 정작 내부 문제에는 침묵한다”며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 아들이 벌금 500만 원을 확정받았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사실관계는 이렇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이 같은 대응이 ‘후폭풍 진화’보다는 오히려 논란을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점에 벌어진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향후 유권자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승부수, ‘강력한 특례’ 약속에 충청권 통합 논의 불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대전·충남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지역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 해결과 국가 균형 발전의 중대한 전환점으로서 두 광역단체의 통합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의 새로운 대표를 선출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하면서,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국가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은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와 맞물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광역 단위 통합 논의에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이번 통합 논의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여야를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이미 통합 추진에 공동으로 합의한 바 있으며, 여기에 대통령과 집권 여당까지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통합의 큰 뜻에 공감하며 향후 충북까지 아우르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를 당에 건의하기로 하는 등 더욱 확장된 비전을 제시했다. 이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만큼,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내년 초 국회에서 통합 특별법이 발의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중앙정부는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행정기관 소재지나 명칭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개방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해결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통합된 자치단체에 재정 분권과 자치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특례 조항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통합의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돌아가게 함으로써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5극 3특'을 중심으로 지방정부를 확장하겠다는 현 정부의 국정 기조에 따라, 대전·충남 통합 모델은 다른 지역의 연쇄적인 통합 논의를 촉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대전·충남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인구 360만 명에 달하는 거대 광역단체장의 자리를 놓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여야의 잠재적 후보군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충남 아산에서 3선을 지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등판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며, 민주당에서는 양승조 전 충남지사, 박수현 수석대변인, 장철민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통합 논의를 처음 이끌었던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간의 본선 같은 경쟁이 예상되는 등, 충청권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 역사적인 선거전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