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민주당, 사법개혁 속도 조절…이재명 ‘지금은 때 아냐’ 직격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논란이 일었던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허용’ 및 ‘대법관 100명 증원’ 법안을 전격 철회했다. 이는 박범계 의원과 장경태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던 법원조직법 개정안으로, 대법원 구성과 임용 기준에 대한 기존 체계를 흔드는 내용으로 정치권과 법조계의 논쟁을 촉발한 바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5월 26일 기자들에게 공지 메시지를 통해 해당 법안을 철회하도록 의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법안은 각각 대법관 자격 요건에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각계 전문가’를 포함시켜 비법조인의 대법관 임명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과, 현행 14명인 대법관 수를 대폭 늘려 100명으로 증원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기존 사법부 인적 구성의 틀을 흔드는 시도로 받아들여졌으며, 특히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민주당용 어용재판소로 만들겠다는 위험한 시도”라며, “삼권분립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달 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단순히 대법관 수만 늘리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게 큰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여론과 법조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법안을 철회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수원 아주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법안은 당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며, 의원 개개인의 입법 활동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은 그런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며 “사법 관련 논란은 자제하라고 선대위에 이미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법안 철회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으며, “선대위가 쓸데없는 논란을 피하려고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사법제도 개혁은 개별 의원의 입법으로 처리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전문가, 법조계 내부 의견을 두루 수렴해 국민주권 정부의 초석을 다질 새로운 사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한풀이’식 정책은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 집권이 사법권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불필요하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인물로, 민주당의 정책 방향에 대해 안정감을 부여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이번 논란은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급진적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걸며, 중도층과 보수층을 안심시키기 위한 전략적 수순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을 내세워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해당 법안들이 당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내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사법부 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 대법원은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대법관 수가 적어 민사 사건의 70%가 기록도 읽지 않고 기각되는 실정”이라며, “상고심 제도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대법관 증원 논의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관 100명 법안’을 발의했던 장경태 의원은 철회 지시에 대해 “당의 선대위 결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법사위 논의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방적인 비판은 유감이며,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입장을 반영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논란이 되는 입법 시도를 신속히 정리하면서도, 사법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명분은 유지하는 복합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논란을 최소화하며 중도층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부, 플라스틱과 전쟁 선포…2030년까지 30% 감축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전망치 대비 30% 감축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담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이번 대책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순환경제 전환 로드맵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토론회에서, 과거의 실효성 낮은 정책들을 답습하는 대신 소비 감축과 재활용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며 정책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이번 종합대책 수립의 배경에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플라스틱 사용량은 매년 7%씩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생활 및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이 연간 1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OECD가 2060년 전 세계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10억 톤을 넘어설 것이라 경고한 암울한 미래와 궤를 같이한다.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 국내 물질재활용률은 26%에 불과해,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이 소각되거나 매립되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제 시장에서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설정했다.정부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한 강력한 소비 감량 정책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컵 따로 계산제(컵 가격 표시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는 음료값에 포함된 일회용 컵의 가격을 영수증에 별도로 명시하는 제도로,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에 대해 기후부는 "새로운 비용 부과가 아닌, 기존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과거 정부가 추진하다 좌초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한계를 교훈 삼아, 다회용 컵 사용 시 탄소중립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 억제 방안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플라스틱 컵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을 단계적으로 규제하고, 플라스틱 빨대는 소비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제공하도록 제한할 방침이다.정부의 탈플라스틱 정책은 카페와 식당을 넘어 우리 생활 전반으로 확대된다. 배달 음식 업계에는 가벼운 용기 사용을 유도하고 다회용기 배달 참여 지역을 대폭 늘리며, 과대포장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택배는 포장 횟수를 1회, 포장 공간 비율은 50% 이하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가 도입된다. 이 밖에도 장례식장의 다회용기 전환을 유도하고,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묻는 EPR 제도에 일회용 컵을 포함시키는 등 다각적인 방안이 추진된다. 기후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수렴된 국민 의견을 종합해 내년 초 최종안을 확정, 대한민국을 지속 가능한 순환형 녹색 문명의 선도 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