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EU에 50% 관세 ‘한 달 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일로 예고했던 유럽연합(EU)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시한을 7월 9일까지 한 달여 연기하며 양측 간 무역 갈등이 일단 유예 국면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좋은 통화를 나눴고, 일정을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EU와의 협상 재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이번 발언은 그간 강경한 무역정책을 펼쳐온 트럼프 행정부가 EU와의 대립 구도에서 한발 물러나 절충안을 모색하려는 전환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EU에 대해 2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7월 9일까지 관세율을 10%로 한시 인하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EU 역시 미국산 일부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등 긴장 완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6월 1일부터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돌연 경고했다. 이는 기존 상호 관세율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강경 조치로, 유럽 측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맞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같은 날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협상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좋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7월 9일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협상 기간 연장을 공식 요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설정한 90일 협상 유예 기간을 무효화하고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대한 대응이자, 양측 모두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담판 시도로 해석된다.

 

EU는 그간 미국과의 협상에서 에너지 분야의 미국산 구매 촉진, 5G 및 6G 통신 기술 협력 강화, 반도체·철강·자동차 산업 협력 확대를 제안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한 관세 철폐보다 비관세 장벽 해소와 미국 내 제조업 강화에 방점을 두고 강경한 무역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운동화나 티셔츠를 만드는 게 아니다. 군사 장비, 반도체, 컴퓨터, 인공지능(AI)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애플과 삼성전자 등 해외 생산 스마트폰 기업에도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미국과 EU 간 무역 관계는 단순한 경제적 교역을 넘어 양측 산업과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현안이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024년 미국과 EU 간 상품 및 서비스 무역 총액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9%에 달한다. 이는 중국과의 교역 비중(2.2%)을 두 배 이상 웃도는 규모로, 미국 경제에 있어 유럽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은 EU로부터 연간 약 6,060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입하며, 이 중 의약품이 1,270억 달러로 단일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바이엘, 사노피 등 유럽 제약사들의 제품뿐 아니라, 미국 기업이 세금 절감을 위해 아일랜드에 세운 공장을 통한 역수입 구조도 눈에 띈다. 자동차(452억 달러), 기계류, 와인(54억 달러), 향수(44억 달러) 등도 주요 수입 품목이다. 반면 미국의 대EU 수출은 에너지, 항공기 및 부품, 혈액·혈장 제품 등이 주를 이루며, 2024년 항공기 수출액은 323억 달러에 이른다. 혈액 및 혈장 제품은 52억 달러 규모로 팬데믹 이후 헬스케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략적 수출 품목으로 부상했다.

 

서비스 무역도 미국-EU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4년 미국은 EU와의 상품 무역에서 2,35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나, 서비스 수출이 2,770억 달러에 달해 적자가 1,610억 달러로 감소한다. 컨설팅, 금융, IT 기술 서비스 등이 주요 분야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들의 유럽 내 서비스 매출이 크고 EU는 이를 보복 관세 및 규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EU는 이에 대응해 청바지, 위스키, 오토바이 등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긴 바 있다. 당시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완화됐지만, 이번 50% 관세 위협은 과거보다 훨씬 강도 높은 조치로, 7월 9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역전쟁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달 연기 결정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전화를 받은 직후 내려졌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녀와 빠르게 만나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협상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EU 내 각국 정부와 개별적으로도 비관세 장벽 문제를 협상해야 하는 이중 협상 구조에 놓여 있어 합의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과 EU 간 무역 갈등은 단순한 관세 부과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안정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커, 앞으로의 협상 결과와 양측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관세 부과 시한을 연장하며 시간을 벌었으나, 무역전쟁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상황이다.

 

경영권 흔들리는데 실적은 '사상 최대'…고려아연, 숫자로 증명했다

 영풍 및 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거센 파도에 맞서고 있는 고려아연이 탁월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분기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4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부의 흔들기 속에서도 본업의 경쟁력이 굳건함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고려아연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한 4조 7390억 원의 매출과 36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무려 104분기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이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한 수치로, 경영권 경쟁의 소음 속에서 현 경영진의 능력이 재확인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이러한 호실적의 중심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전략광물'과 전통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귀금속'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고려아연은 방위 산업의 필수 희소금속이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로 가격이 급등한 안티모니를 순도 99.9% 이상으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올 3분기까지 안티모니 누계 판매액만 25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AI 기술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및 태양광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듐 역시 400억 원의 누적 판매액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련 부산물에서 금과 은을 회수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산업 수요 증가에 따른 귀금속 가격 급등의 수혜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3분기까지 금과 은의 누계 판매액은 각각 1조 3000억 원, 2조 3000억 원에 이른다.고려아연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이지만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게르마늄과 갈륨의 국내 생산을 위해 온산제련소 내에 각각 1400억 원과 557억 원을 투자해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생산 라인을 늘리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을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라는 신사업 비전 아래 추진된 대규모 투자가 전략광물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며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경영권 분쟁 상황 속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2025년 결산배당금을 주당 2만 원으로 확정하며 전년 대비 2500원 증액했으며, 이에 따라 약 3637억 원의 배당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약속했던 1조 6689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까지 이행하면 2025년 한 해에만 총 2조 326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금액이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업계에서는 적대적 M&A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실적 성장과 역대급 주주 환원 정책을 동시에 보여준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를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는 물론,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