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머스크, '130일' 정치 도전 종료.. “5년 후에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경제포럼(QEF) 화상 연설에서 정치 자금 지원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보수 성향 후보들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쏟아부으며 ‘킹메이커’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이제는 “보수 후보를 돕던 활동은 충분히 했고,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마가’(MAGA·트럼프 지지) 후보들에게 더 이상 정치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트럼프 진영에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머스크는 2022년 7월 트럼프 지지를 공식 선언한 이후 약 2억 5000만 달러를 선거 자금으로 지원해왔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효율부’(DOGE)라는 특별기구를 이끌며 연방정부 내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는 개혁 작업에 앞장섰다. 그러나 최근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자신이 2500만 달러를 지원한 공화당 후보가 패배하자 입장을 바꾸었다. 이 선거는 민주당과 반(反)머스크 세력들이 DOGE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고, 선거 기간 동안 테슬라 매장 앞에서 머스크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여론도 악화했다.

 

이 선거 패배 직후 머스크는 정치 활동에서 한 걸음 물러나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외신들은 머스크가 ‘특별 공무원’ 관련법에 따라 오는 30일 DOGE 수장 자리에서 공식 물러날 예정이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1년에 가까운 머스크의 정치 행보는 명성과 신뢰를 크게 훼손했지만, 사업적으로는 오히려 상당한 이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측은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 뉴럴링크, 스페이스X, xAI 등 4개 기업 관련 조사 및 법적 조치 40여 건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종료되면서 2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주장한다. 이는 그가 트럼프에게 후원한 2억 5000만 달러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머스크가 이끄는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 역시 사업에 큰 도움을 줬다. 뉴럴링크는 동물 실험과 학살 혐의 조사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3번째 인체 실험에 돌입했고, 엑스(X) 플랫폼은 디지털 결제와 개인정보 규제 완화로 신사업 확장에 유리한 환경을 확보했다. 스페이스X는 정부 계약에서, 테슬라는 전기차 인프라 투자에서 직접적 수혜를 입었다. 특히 미 교통부가 지난달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의 도로주행을 공식 허용한 조치는 테슬라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큰 힘이 되었다. 머스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6월 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임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평판은 크게 추락했다. 한때 혁신과 진보의 상징이었던 그는 DOGE를 통해 정부 부처 통폐합과 대규모 구조조정, 해외 원조 및 복지사업 축소를 강행하면서 정부 내 공무원들과 국민의 반발을 샀다. 초기에는 ‘정부 낭비 근절’이라는 명분이 있었으나, 장기간 이어진 해고와 개혁 과정에서 민심을 잃었다. 게다가 사업적 측면에서도 순탄치 않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보조금 축소 움직임이 겹치면서 테슬라는 중국산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었고, 1분기 매출과 이익이 각각 20%, 70% 급감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테슬라 주가는 약 47% 폭락했고, 주주들은 경영진을 비판하며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벌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DOGE의 성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JP모건 등 금융기관들은 “DOGE가 주장하는 연방예산 절감액 17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계약 만료나 일회성 자산 매각과 같은 예정된 사업 종료를 부풀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재무부 자료를 보면 DOGE 출범 이후 연방예산 총지출은 줄지 않았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이날 인터뷰에서 “소비자는 제품을 살 때 CEO의 정치적 견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5년 후에도 테슬라 CEO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경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 불만을 품고 후임자 탐색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머스크는 이를 일축했다.

 

한편 머스크는 테슬라와 AI 기업 xAI가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더 많은 칩을 구매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xAI는 미국 테네시주 외곽에 최대 100만 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며, 머스크는 DOGE를 통해 연방정부 데이터 접근 권한을 확보해 경쟁 AI 기업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를 xAI의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 언론들은 머스크의 정치 도박과 DOGE 활동이 미 사회에 ‘정부 개혁의 필요성과 민간 주도 효율성의 한계’라는 두 가지 교훈을 남긴 채 논란 속에 막을 내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사업적 이득과 평판 추락이라는 양면적 결과를 가져온 가운데,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토부 장관의 고백 "내년, 내후년 수도권 주택 공급은 '절벽' 상태"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주택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무려 135만 채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연평균 27만 호, 즉 매년 1기 신도시 하나가 새로 생겨나는 것과 맞먹는 엄청난 물량이다.정부는 이번 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인허가만 받고 실제 착공은 미루는 '유령 공급'을 막기 위해 공급의 기준을 '착공'으로 명확히 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직접 시행에 나서도록 하여 사업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6만 채를 직접 공급한다. LH 아파트의 품질 저하 우려에 대해서는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특히 주목할 점은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위해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의 노후 공공청사는 물론, 폐교 부지, 장기간 사용되지 않은 국·공유지, 심지어 도봉구의 성대야구장까지 주택 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실상 수도권 내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유휴부지를 주택 공급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하지만 이처럼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정부의 솔직한 고백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직접 "현재 수도권에 집이 부족하며, 특히 내년과 내후년 2년간 주택 공급이 '절벽'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아무리 착공을 서둘러도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2~3년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결국 정부는 공급이 현실화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수요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규제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이는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라는 모순적인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배경이다. 우선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대폭 강화한다. 또한,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2억 원으로 묶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의 길목을 차단했다.여기에 국세청까지 가세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강남4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에서 발생한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를 전수 검증하고, 대출 규제를 피해 자녀에게 자금을 편법 증여하는 '현금부자'들의 탈세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엄포를 놨다.결론적으로 이번 대책은 '미래의 대규모 공급'을 약속하는 동시에 '현재의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억누르겠다는 정부의 이중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 입주 물량이 쏟아지기 전까지,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강력한 규제와 세무조사의 압박 속에서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