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전쟁 주도권에 트럼프 침묵..‘승리의 추는 러시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전화 통화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정 각서를 제안할 뜻을 밝히며, 일종의 협상 전환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사실상 푸틴의 입장을 묵인하거나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제기되면서,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기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전에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와 중재 의지를 피력했던 반면, 통화 이후에는 유럽 국가들과의 제재 공조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이는 푸틴의 의도대로 전쟁 상황이 흘러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러시아의 외교·군사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세가와 유키 일본 방위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가 통화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중재자로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통화 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의 문제로 선을 그으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인상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미국의 영향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푸틴이 제안한 평화협정 각서가 휴전 없이 체결될 경우, 협상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넘어가게 된다. 하세가와 연구원은 “트럼프가 이 과정을 뒷받침하면 러시아 주도로 협상이 전개되고, 미국은 사실상 들러리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가 푸틴에 말려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미국 측에 30일간의 전면 휴전을 제안하며 트럼프가 이를 러시아에 설득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통화 이후 트럼프는 관련 언급을 삼간 채 오히려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안겼을 뿐 아니라,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흐름을 기회 삼아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이제 키이우의 선택만 남았다”며 “중대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건설적인 태도를 취해야 국가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압박을 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러시아가 시간을 벌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푸틴은 휴전을 수용하지 않고 각서를 체결하자고 역제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는 줄곧 정상 간 직접 회담을 통해 전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지만, 푸틴은 이를 외면한 채 각서를 통해 자신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역시 이번 각서 제안이 러시아에 유리한 시간 벌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기한이 없는 원칙만을 논의하는 방식은 실질적 성과 없이 시간을 지연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이 시간 동안 러시아는 전황을 자신들의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또한 이날 관련 발언을 통해 “각서는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실질적 내용을 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는 협상 제안을 수차례 했고,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남은 길은 무조건 항복뿐”이라고 말해 강한 압박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가입 포기와 같은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전쟁 지속 또는 항복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푸틴의 이러한 강경 발언은 트럼프와의 통화 이후 자신감이 한층 더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러한 러시아의 공세적 태도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암묵적인 ‘사실상 승인’을 받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통화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조건은 양측의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대러 제재 강화에 대해서도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미국의 확고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큰 부담이자 러시아에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전황이 러시아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태도가 향후 미국의 외교 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우크라이나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생일날 법정 선 윤석열, 옛 부하들 보며 "참 미안하다"…결국 터진 한마디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는 옛 부하들의 재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65번째 생일이었던 12월 18일,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증인석에 선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을 바라보며 "참 미안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내가 내린 결정에 따라 할 일을 한 사람들인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하며, 재판이 끝난 후 구치소로 돌아가 밤늦게까지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약 1년 만의 용산 방문으로, 대통령실과 같은 경내에 위치한 군사법원에 출석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에 대해 "무도한 야당의 행태와 나라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계엄령이 "아무리 길어도 반나절이나 하루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하며, 계엄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외에 그 누구에게도 검토나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최근 방첩사에 대한 대규모 인사 조치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과거 군이 쿠데타를 했다고 해서 군을 없앨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번 일을 빌미로 국가안보의 핵심 기관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하지만 이날 재판 과정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직후부터 "검찰이 생각이 다르면 위증 혐의로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늘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일부 질문에는 답변했지만, 군검찰의 신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날 선 설전을 벌이며 재판이 잠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특히 군검찰이 자신을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칭하자 "내가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된 사람이지, 내란의 우두머리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으며, 음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질문하면 앞으로 검찰 질문은 다 거부하겠다"고 맞서며 긴장감을 높였다.한편, 재판이 끝난 후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그의 성탄 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메시지를 통해 "저희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어 청년 여러분이 자녀처럼 느껴진다"며 청년들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내가 모든 것을 내어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계엄 선포의 동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을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자 "부정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이 시대 예수의 제자들"이라 칭하며, 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