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 휴전 협상 시작 하루 만에 지상작전 강행

 이스라엘군이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해체하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대규모 지상작전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가자지구 전역에서 개시했다. 이번 작전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휴전 협상에 동의하거나,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확대에 맞서 싸우라는 최후통첩 성격을 띠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현역과 예비군 병력을 총동원해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에서 광범위한 군사 행동을 전개하며 수십 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주요 테러 기반 시설을 해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트 라히아, 자발리아 난민 캠프 등 가자 북부 지역과 남부의 칸 유니스 등 주요 지역에 전방위 공습을 감행했다. 특히, 민방위대 대변인 마흐무드 바살은 알마와시 난민 캠프에서 오전부터 이어진 공습으로 최소 22명이 사망하는 등 가자지구 전역에서 최소 5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북부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병원도 폐쇄돼 현재 가자 북부에는 정상 운영되는 공립 병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가자 보건부는 지난 일주일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주민 사망자가 최소 464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4일 가자지구 전체 재점령 의사를 밝히며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승인했고, 15일부터는 공습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해왔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테러 시설로 분류된 670여 곳을 사전 타격하며 작전 준비를 완료했다.

 

 

 

작전 개시 직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 전쟁을 종식할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도하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팀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위트코프 계획이라 불리는, 미국 중동특사가 제안한 일부 인질 석방 조건의 일시 휴전안과 전쟁 종식 틀 모두를 놓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군도 협상 타결을 위해 작전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은 군 장병에게 “인질 협상 진전을 위해 정치 지도자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인질 전원 석방, 하마스 추방, 가자지구 비무장화라는 협상 조건은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낮아 협상 진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전쟁 종식에 대한 약속 없이 인질만 석방하려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 역시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일부 석방,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인도적 물자 유입 보장을 전제로 모든 인질 석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은 3월 초부터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해왔으나 이날 봉쇄 완화를 결정, 주민들의 기아 위기 방지를 이유로 기본적인 식량 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군의 권고와 하마스 격퇴를 위한 작전 필요에 따라 최소한의 식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조치가 실질적인 구호 확대보다는 형식적 완화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SNS를 통해 인도적 지원은 즉각적이고 대규모로, 방해받지 않고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인도주의적 재앙과 기근이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지상 작전과 연이은 공습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휴전과 인질 석방을 둘러싼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어 지역 정세는 더욱 긴장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도적 위기 완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과 함께 평화적 해결책 모색에 힘쓰고 있으나, 현장의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혼자서 악플 40개…'이태원 참사' 3년간 끈질기게 괴롭힌 상습 악플러들의 정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 사회는 온라인상의 끈질긴 혐오 발언이 소수의 조직적인 '댓글 부대' 혹은 극성스러운 개인 몇몇의 소행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유튜브 댓글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결과는 이러한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훨씬 더 충격적인 현실을 드러냈다. 악성 댓글을 작성한 이들은 소수가 아닌, 5만 명에 육박하는 다수의 개인이었다.2022년 10월 29일 참사 발생 직후부터 2025년 6월 10일까지, 68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 929건에 달린 댓글은 총 26만 7천여 개. 딥러닝 AI 분석을 통해 이 중 6만 4,388건이 명백한 악성 댓글임을 확인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혐오 발언들을 쏟아낸 유튜브 계정이 무려 4만 9,461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특정 세력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평범한 이용자들이 혐오 발언 생산에 광범위하게 가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이들 중 8,777명은 2회 이상 상습적으로 악성 댓글을 작성했으며, 한 명은 무려 40개의 혐오성 댓글을 다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데이터가 밝힌 6만여 개 혐오의 중심에는 "놀러 가서 죽은 것"이라는 조롱과 비난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댓글 데이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는 '놀다가', '죽은', '사고', 그리고 비웃음을 의미하는 'ㅋㅋ'였다. 이 단어들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놀러 가서 죽은 사고 ㅋㅋ'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됐다. 이는 희생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으므로 추모나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악플러들 사이에 팽배했음을 보여준다.시간의 흐름에 따라 혐오의 양상과 공격 대상은 교묘하게 변화했다. 참사 초기인 2022년에는 '시민의식 부재' 등을 거론하며 희생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협의회를 결성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2023년과 2024년, 공격의 화살은 유가족에게로 향했다. 특히 "세월호처럼 돈 뜯으려 한다", "시체팔이" 등 세월호 참사와 엮어 유가족의 활동을 폄훼하고 금전적 보상을 노린다는 식의 2차 가해가 극성을 부렸다.2025년에 들어서는 혐오가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민주노총의 소행', '민주당이 기획한 테러' 등 참사가 외부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음모론'이 전체 악성 댓글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는 참사의 본질을 흐리고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담긴, 가장 악의적인 형태의 2차 가해라 할 수 있다.한 상습 악플러는 "프로급 자해공갈단"이라며 유가족을 비난했고, 또 다른 이는 "소복은 왜 입었나, 할로윈 코스프레하다 죽은 가족이라 그런가"와 같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조롱을 퍼붓기도 했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 결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난 혐오의 민낯과 그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