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생활 습관 하나만 바꿔도 치매 예방돼

 72세의 한 어르신은 몇 년 전부터 기억력이 점점 흐려지는 데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을 금방 잊거나, 자주 찾던 시장에서도 물건의 위치가 기억나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어르신의 말투는 훨씬 또렷해졌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러한 놀라운 변화는 특별한 약물이나 치료 때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천한 작지만 꾸준한 생활 습관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의학계의 최신 연구들은 이와 같은 변화가 개인에게만 국한된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치매는 단순히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불가피한 질병이 아니라, 생활 습관을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늦출 수 있는 상태로 재정의되고 있다. 누구나 실천 가능한 건강한 습관의 힘이, 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열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020년, 국제 의학 저널인 ‘Neurology’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하버드 보건대학원과 러쉬 의과대학 등 미국의 유수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2,000명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10년 이상 추적 관찰하며, 생활 습관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건강한 생활 습관 4\~5가지를 지속적으로 실천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무려 60%나 낮았던 것이다.

 

하버드대 알버트 호프만 박사는 “이 연구의 핵심은 유전적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생활 습관 변화가 보호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라며, 치매 예방에 있어 누구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건강한 습관을 들이면 발병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의학계와 사회 전반에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치매를 예방하는 핵심 생활 습관은 무엇일까? 연구 결과와 다양한 의학 자료를 종합하면 크게 다섯 가지가 핵심으로 꼽힌다. 첫째는 지중해식 식단이다. 올리브 오일, 생선, 견과류, 채소, 과일, 통곡물 중심의 식사는 뇌 건강에 필수적인 항산화물질과 항염 성분을 공급한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을 고혈압 환자용 DASH 식단과 결합한 MIND 식단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최대 53%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다.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은 해마의 크기를 증가시키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하버드 의대 스콧 맥기니스 교수는 “운동은 심혈관계 건강뿐 아니라 뇌세포 생성을 돕는 BDNF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신경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과 주 2회의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셋째는 지속적인 인지 자극이다. 정기적인 독서, 퍼즐, 악기 연주, 외국어 학습 등 뇌를 쓰는 활동은 신경 연결망을 강화하고 ‘인지 예비력’을 높여 치매 발생을 늦춘다. 하버드 의대 데보라 블래커 교수는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진다”며, “지속적인 인지 활동이야말로 노화 속도를 늦추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넷째는 양질의 수면이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기능을 한다. 수면 중 뇌에서는 노폐물을 청소하는 ‘글림프 시스템’이 작동하며,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한다. 하버드 수면의학과 찰스 차이슬러 교수는 “규칙적인 7\~8시간 수면은 인지저하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섯째는 사회적 연결과 스트레스 관리다. 정기적으로 친구나 가족과 교류하고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회적 고립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해마에 손상을 주지만, 반대로 따뜻한 사회적 관계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뇌 변화를 촉진한다.

 

이처럼 각각의 생활 습관도 중요하지만, 여러 요소를 함께 실천했을 때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버드 의대의 레베카 아마릴리오 박사는 “식습관은 뇌에 필요한 영양을, 운동은 혈류를, 인지 자극은 신경 회로를 강화하며, 이들이 조화를 이룰 때 뇌 건강을 위한 강력한 방어막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하버드 연구진은 이러한 습관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도 함께 제시한다. 모든 습관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하나씩 차근차근 시도하고, 개인의 건강 상태와 선호에 맞게 맞춤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해야 하며, 과일과 견과류를 눈에 띄는 곳에 두는 등의 환경 조성도 도움이 된다. 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실천하면 동기 부여가 더욱 강화된다.

 

조지 데일리 하버드 의대 학장은 “앞으로의 의학은 질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질병 자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약이나 치료 없이도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만으로 치매 위험을 60%나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고무적이다.

 

김명숙 어르신처럼, 우리 모두는 지금 이 순간부터 치매 예방을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치매 예방의 열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선택 속에 숨어 있다.

 

정청래 겨눈 '이재명 사람들'의 반란…'대표 흔들기' 넘어 '대표 교체' 신호탄 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되며 집권여당의 권력 투쟁이 본격화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갈등설 속에서, 이른바 '명청(明鄭) 대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측근 강득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며 '당·정·청 원팀'을 강조했는데, 이는 현안마다 엇박자를 내온 정청래 대표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 의원은 '친명 대 친청' 구도를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 선을 그으면서도, 당과 정부, 대통령실 사이에 한 틈의 간극도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실상 정 대표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이번 선거의 대진표는 친명계와 친청계의 세 대결로 명확히 나뉜다. 친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강득구 의원을 필두로,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이건태 의원, 친명 조직의 핵심인 유동철 지역위원장까지 총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맞서는 친청계에서는 정청래 대표와 법사위에서 호흡을 맞춰온 이성윤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고, 당 조직을 책임지는 문정복 의원도 가세하며 2명의 후보를 냈다. 현재까지 드러난 구도만으로도 친명 3명 대 친청 2명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황이며, 어느 쪽이 과반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됐다.임기가 7개월에 불과한 이번 보궐선거가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그 너머에 있는 차기 당권 때문이다. 내년 8월 전당대회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쥘 당대표를 선출하는 사실상의 '본게임'이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전당대회의 전초전 성격으로, 집권 이후 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범친명계 내부의 권력 지형을 재편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누가 최고위원회에 더 많은 자기 사람을 입성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당권 경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에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선거는 중앙위원과 권리당원 투표를 절반씩 반영하고, 한 사람이 두 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1인 2표제'로 치러진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명계와 친청계가 각각 한 석씩을 확보하고, 남은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정청래 대표 측이 패배할 경우,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당내 흔들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반청이 친명과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며 내분 확산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미 불붙은 양측의 자존심 대결은 전당대회를 향한 신호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