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 트럼프 순방 중 가자지구 맹공…피해 규모 ‘최악’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 중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오히려 강화하면서 참혹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여러 지역에 집중적인 공습을 감행해 최소 1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위치한 나세르 병원은 주택과 피란민 텐트가 공격받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5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병원 내 영안실은 이미 수용 한도를 초과해 시신을 복도에 둘 수밖에 없었고, 병상 부족으로 인해 의사들이 환자들을 들것이나 벤치, 바닥에서 치료하는 긴박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북부 민방위대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베이트 라히아 지역에서 시신 4구, 데이르 알 발라에서 2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자발리아 마을 공습으로 한 가족 5명이 모두 숨진 사실도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와파 통신은 자발리아 난민 캠프 내 진료소와 기도실이 폭격받아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총 1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점령을 목표로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으며, 지난 이틀간 130여 개의 무장대원 조직과 로켓 발사대, 군사 기반 시설 등이 타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13일 북부 자발리아와 인근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으며, 14일에는 가자시티 전역에도 대피 명령을 확대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시티 리말 지역의 병원과 대학, 학교가 하마스 등 무장 단체의 거점으로 변모했다며 곧 강력한 공격이 있을 것임을 경고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부터 1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국가들을 순방하는 와중에 이뤄져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추진하며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또한 온건 성향 정부가 들어선 시리아에 대한 제재 완화와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 제시 등 중동 내 긴장 완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강도를 더욱 높이며 사실상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힘입어 공격을 강화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공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서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 정부 내에서도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미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튀르키예 방문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중재에 집중하면서도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스라엘의 병원 폭격 등을 문제 삼으면서도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한 항복과 인질 석방을 재차 촉구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한편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이전만큼 긴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중동 순방에 이스라엘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미국은 하마스와 직접 협상을 통해 인질로 잡혔던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로부터 공격 중단 약속을 받지 않았고,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고 휴전을 선언하는 등 이스라엘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내에서는 미국이 최우방임에도 불구하고 외교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맞물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은 격화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인도주의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과 중동 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향후 중동 정세와 평화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서울 도심 불교문화재 ‘초비상’.."국보·보물 피해 없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10일 오전 화재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와 문화재 손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2분쯤 조계사 인근 4층 규모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 천장에서 불이 시작됐으며, 출동한 소방 당국은 약 1시간 35분 만인 오전 11시 57분 완진을 선언했다.신고 접수 직후 소방과 구청, 경찰 인원 306명과 장비 55대가 투입돼 진화 작업에 나섰고, 오전 10시 39분에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5분 후 긴급구조통제단도 설치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다. 건물 안에는 스님과 종무원, 방문객 등 약 300명이 있었으나 모두 자력으로 안전하게 대피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정기 회의를 하던 중 화재 경보가 울려 전원이 대피했으며, 현재까지 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이번 화재는 조계사나 인근 불교중앙박물관으로까지 번지지 않아, 박물관에 전시 중인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 33점 역시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교중앙박물관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 지하에는 국보와 보물 등 귀중한 문화재가 전시돼 있었으나, 불길이 전시관과 수장고로 확산되지 않았다”며 “다만 연기 등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 문화재 이운 작업을 국립고궁박물관과 함께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이날 긴급 반출된 문화재는 총 8점이며, 이들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수장고로 안전하게 옮겨졌다. 관계자들은 “박물관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문화재를 다시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시된 국보와 보물급 유물들은 모두 유리 차단막 내부에 보관돼 있어 직접적인 손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을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에서 불꽃이 시작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 중이다. 이날 화재 현장에는 소방 차량 35대와 소방 인력 142명이 투입되어 신속하고 조직적인 진화에 나섰다. 오후가 되어 대응 1단계는 해제됐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불교중앙박물관은 ‘호선 의겸: 붓끝에 나투신 부처님’ 특별기획전을 진행 중으로, 전국 사찰에서 모인 다양한 불교 문화유산을 보관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대표 문화재로는 국보인 순천 송광사의 ‘영산회상도’와 ‘팔상도’, 보물인 여수 흥국사의 ‘십육나한도’ 등이 포함돼 있으며, 총 33점에 달하는 국보 9점과 보물 9점이 포함된 귀중한 유산들이 전시되어 있다.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다행히 화재가 전시관과 수장고로 확산되지 않아 귀중한 문화재들이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다”며 “앞으로 박물관의 안전과 보안이 확실히 확보된 뒤 문화재를 다시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화재 당시 국제회의장에서는 정기회의가 진행 중이었으며, 회의 참석자들과 박물관 방문객 등 총 300명이 자력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계종 측은 이번 화재로 조계사 사찰 건물이나 박물관 주요 시설로 불이 옮겨붙지 않은 점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소방 당국과 문화재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보존 안전 대책 강화와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는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한편, 문화재 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이뤄진 이운 작업은 국가유산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의 협조 아래 진행되고 있다.이번 조계사 인근 국제회의장 화재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지만, 신속한 대응과 시민 및 관계자들의 침착한 대처 덕분에 큰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어, 향후 재발 방지와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