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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증후군’ 남성, 여성보다 사망률 2배 높아

 이혼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 극심한 감정적 충격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신체 증상인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이 남성과 여성 간에 사망률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심장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14일 게재된 이 연구는 상심증후군 환자의 사망률이 남성에서 여성보다 두 배나 높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내 18세 이상 성인 약 20만 명의 상심증후군 입원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전체 환자의 사망률은 6.5%로 나타났으며, 특히 남성의 사망률은 11.2%로 여성 5.5%보다 약 두 배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남성 환자들이 이 증후군으로 인해 더욱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상심증후군의 의학적 명칭은 타코츠보 심근증(takotsubo cardiomyopathy)으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생하는 심장 질환이다. 이 증후군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호흡 곤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현재까지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도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 급증으로 인해 심장의 대동맥이나 소동맥이 일시적으로 압박되어 혈류가 감소하고,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상태로 추정된다. 대다수 환자는 증상 발생 후 빠르게 회복하지만, 일부는 심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을 겪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상심증후군 환자 중 6.6%는 심장이 신체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심인성 쇼크를 경험했으며, 35.9%는 울혈성 심부전, 20.7%는 심방세동(부정맥), 5.3%는 뇌졸중, 3.4%는 심장마비를 겪는 등 다양한 후유증을 겪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증후군에 걸릴 확률은 여성에게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전체 입원 환자의 약 83%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애리조나 대학교 의과대학 심장 전문의 무하마드 무바헤드 박사는 남성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 지지망이 부족해 회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망률 차이의 한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존재하고 해소되지 않는다면 심장에 지속적인 손상을 입히거나 회복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를 넘어 다른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만이 이 증후군의 유일한 발병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의대 심장 전문의 일란 위트스타인 박사는 “직장에서의 좌절감, 과도한 운동, 일상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이 증후군이 발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트스타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심장을 둘러싼 미세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를 감소시키는 현상이 이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환자에게 위험도가 높다.

 

폐경기 여성도 상심증후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폐경 후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가 심장 주변 미세 혈관을 확장하는 역할을 줄이기 때문으로, 여성 호르몬 감소가 심장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심장 전문의들은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상심증후군에서 회복한 환자도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경고한다.

 

무바헤드 박사는 이번 연구가 입원 환자의 진단 코드에 기반해 사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상심증후군과 관련한 사망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학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뇌졸중이나 신경학적 문제가 동반된 환자들의 사망 원인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음을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감정적 스트레스와 심장 건강의 밀접한 관계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면서, 특히 남성 환자에게 상심증후군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경고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따라서 극심한 심리적 충격을 받은 후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적인 의료적 대응과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상심증후군은 단순한 심리적 문제를 넘어 심각한 심장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사회적 관심을 통해 이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특히 사망률이 높은 남성 환자들의 치료 및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빚 갚는' 성실 채무자에게도 혜택…소액대출 대상 넓어진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정책서민금융의 재원을 대폭 확충하고 보증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의 후속 조치로,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한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권의 재원 분담을 늘려 정책서민금융의 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채무조정 이행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두 가지 핵심 축으로 이뤄진다.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서민금융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금융회사의 연간 출연금 규모를 대폭 늘린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에 내는 금융권의 연간 총 출연금은 현행 4348억 원에서 6321억 원으로 1973억 원이나 증가한다. 특히 부담이 커지는 곳은 은행권이다. 보험,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출연요율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반면, 은행권의 출연요율은 가계대출 잔액의 0.06%에서 0.1%로 크게 상향 조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은행권에서 연간 3818억 원, 비은행권에서 2503억 원의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금리 시기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권이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재원 확충과 함께 서민들의 실질적인 재기를 돕기 위한 보증 지원도 대폭 강화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신용회복위원회의 소액대출 이용자에게 신용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새롭게 마련됐다. 이는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보증을 통해 대출의 문턱을 낮추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신복위의 소액대출 연간 공급 규모는 기존 1200억 원에서 4200억 원으로 3배 이상 크게 늘어난다. 또한 지원 대상도 기존의 신복위 채무조정 이행자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확대되어 더 넓은 범위의 취약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벼랑 끝에 몰린 채무자들이 중도에 탈락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한 저금리 대출 공급과 보증 지원 확대는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채무자들이 건전한 금융 생활로 복귀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약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 남은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고금리 파고 속에서 정책서민금융이 취약계층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