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젤렌스키 '바람' 맞춰..‘3국 정상회담’ 불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년 만에 다시 마주한 협상 테이블이지만, 진정한 종전을 향한 실질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협상 대표단을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파견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요구해 온 정상 간 회담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조치이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밤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로 향했다. 그는 이미 푸틴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에, 이번 방문 역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만 가진 후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번 이스탄불 회담은 사실상 양측 실무진 간의 대면 협의로 국한되게 됐다.

 

이번 협상에 대한 서방 언론과 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비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하급 관리'들을 대표단에 포함시켰다고 평가하며, 이는 푸틴 대통령이 협상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특히 대표단 단장으로 지명된 메딘스키는 2022년 전쟁 발발 초기 이스탄불 협상 당시에도 같은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를 재등판시킨 것은 이번 협상이 과거 결렬된 논의의 단순 연장선이며, 러시아가 협상 조건을 새롭게 조정할 의사가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당시 작성된 협상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 군사 지원 중단, 군사력 대폭 감축, 주권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금은 러시아가 당시보다 점령한 영토가 적고,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서방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당시 거부했던 조건들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뒤에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는 인식이 협상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전세에 대해서는 논란이 크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16개월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1%만 추가 점령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40만 명의 병력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재정 지원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소모전을 지속하면 결국 러시아에 유리한 국면이 올 것이라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유지도 푸틴의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푸틴은 협상에는 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되 실질적인 진전을 차단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타티야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방어선의 점진적 붕괴와 함께 국내 정치적 균열을 기대하고 있으며,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러시아가 협상에 성실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푸틴의 불참에도 튀르키예를 찾은 것은 협상에 대한 성의가 부족한 쪽이 러시아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다. 앙카라에만 머물다 귀국하는 일정 또한 이번 협상이 2022년 협상과는 별개의 것이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다.

 

실제로 이스탄불 회담은 영토 문제, 안보 보장 등 본격적인 쟁점을 논의하기보다는,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장이 되고 있다. WSJ는 "양측이 평화협정 체결에는 관심이 없고, 서로 진전을 위한 의지가 있다는 이미지만 보여주려 하고 있다"며 이번 회담을 두고 '이상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노바야 연구원 역시 "이번 협상이 실질적인 휴전이나 평화로 이어지기보다는 '정치적 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이번 협상의 유일한 변수는 미국의 태도다.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했으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러시아를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문제의 조속한 정리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자지구 휴전, 이란 핵협상, 미중 무역 분쟁 등 복잡한 외교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사안을 빠르게 해결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러시아의 우회 원유 수출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그림자 선단'에 속한 유조선 약 200척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제17차 대러 제재안에 합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SNS에서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현재 제18차 제재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이스탄불 협상은 양국의 이견이 뚜렷한 가운데, 본격적인 평화 협상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서로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만 드러낸 채, 실질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고 있다.

 

예식장이 감히 '노쇼'? 앞으론 계약금 2배 토해낸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식장 및 숙박업과 관련한 소비자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18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취소될 경우 소비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무겁게 하고,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취소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보다 현실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예식장 관련 위약금 기준이다. 기존에는 취소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비슷한 수준의 위약금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취소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냐에 따라 위약금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예식장 측의 사정으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훨씬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사업자는 예식일로부터 29일 이전 시점부터 계약을 취소할 경우 총비용의 70%를 기준으로 위약금을 배상해야 한다. 이는 기존 기준이었던 35%에서 사실상 두 배로 뛰어오른 수치로, 일방적인 계약 취소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는 쪽이 소비자라는 점을 명확히 인정한 조치다.물론 소비자 사정으로 취소할 경우의 위약금 기준도 피해 수준을 고려해 일부 조정됐다. 예식일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위약금이 차등 적용되는데, 예식 29일 전에서 10일 전 사이에 취소하면 총비용의 40%, 9일 전에서 하루 전 사이는 50%, 예식 당일 취소는 70%를 기준으로 위약금이 산정된다. 이는 계약 해지 시점에 따라 사업자가 입는 실질적인 손해 규모를 반영한 것으로, 무조건적인 환불 불가 관행에 제동을 걸고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숙박업 관련 기준은 소비자의 편의를 한층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기존에도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능하면 예약 당일에도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했지만, '이용 불가능'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된 기준은 이를 명확히 하여, 숙소 소재지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출발지나 숙소로 이동하는 경로상에 태풍, 폭설, 지진 등 천재지변이 발생한 경우에도 무료 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제주도 펜션을 예약했는데,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 중 한 곳이라도 기상 악화로 폐쇄된다면 위약금 걱정 없이 예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소비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불편과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보호 장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