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스승의 날의 슬픈 얼굴..'기운합' 논란부터 교실 속 고통까지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교단에는 스승의 그림자는커녕 교권 추락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 교원의 절반 가까이가 교권 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교사의 사진 한 장으로 '관상'이나 '기운합'을 봐주는 황당한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 상의 한 커뮤니티는 5천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2만 원에서 5만 원의 비용을 받고 학교 선생님과 자녀의 '기운합'을 봐준다고 홍보한다. 필요한 것은 선생님과 자녀의 사진 각 1장뿐이다.

 

자칭 '학운 전문가'라는 커뮤니티 운영자는 학부모가 보낸 교사의 사진을 보고 관상만으로 평가를 내린다. "자기 고집, 아집이 강하다", "선생님이 학생을 수용하는 자세가 크지 않고 잣대가 강하다"는 식의 근거 없는 분석이 오간다. 이는 교사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행위이자, 우리 사회에서 교권이 얼마나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현실은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가 강원 지역 교원 1,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3년 내 교권 침해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3.6%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교권 침해 주체로는 학부모 등 보호자가 69.0%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교권 침해를 경험한 교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공식적인 시스템보다는 개인적인 고통 감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응답자의 69.3%가 '혼자서 감내한다'고 답했고, 59.8%는 '지인과 상담'을 선택했다. 교권보호위원회 등 학교나 교육청의 공식적인 대응 시스템을 활용하겠다는 응답은 11.1%에 불과했다. 이는 교권 보호 시스템이 여전히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거나, 활용하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강원자치도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교권 전담 변호사를 통한 법률 상담 지원과 체계적인 민원 대응 시스템 강화 등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육 공동체가 서로 존중하는 건강한 학교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승의 날에도 교권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격 모독적인 행위까지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교육 당국의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함께 교육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인식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경이롭다” 빌 게이츠가 홀린 한국의 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21일 하루 동안 한국 정치·경제·보건 주요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그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를 차례로 예방하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갖는 등 광범위한 ‘광폭 행보’를 펼쳤다. 방한의 핵심 목적은 한국과의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였지만,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첨단 기술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논의도 병행됐다. 특히 게이츠 이사장은 저소득 국가 백신 보급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의 협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대감을 높였다.이날 오전 게이츠 이사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한국의 백신, 진단기기, 솔루션 분야 기술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아동 사망자 수를 연간 20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혁신적인 바이오 제품들이 경이로운 수준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 공공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에스디바이오센서, SK, LG, 유바이오로직스 등 구체적인 국내 기업들을 직접 거론하며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진단기기의 성과를 언급하며 “저는 이 기업들의 제품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류 전체를 위한 공공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협력할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화답했다.오찬 자리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동이 이어졌다. 양측은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김 총리는 오는 가을 한국에서 열릴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게이츠 이사장의 참석을 요청했다. 또한 게이츠재단 한국사무소 개소를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일정에서는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글로벌 보건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같은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국회도 초당적으로 ODA 확대를 지지하며 보건 협력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같은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며, 한국이 글로벌 보건 향상을 위한 예산 배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그는 또 최근 재단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언어 기반 AI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지 주민들과 인공지능이 대화하며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보급 과정에서도 큰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국제 보건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앞으로 재단의 주요 사업 축 중 하나임을 밝힌 것이다.이번 방한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 업계와 게이츠재단 간 협력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재단과 단독 미팅을 열고 차세대 예방 의약품 개발 및 글로벌 보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트레버 먼델 게이츠재단 글로벌 헬스 부문 대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또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역시 같은 날 게이츠재단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간담회에는 바이오니아, 유바이오로직스, LG화학, 노을,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쿼드메디슨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7곳이 참여해 백신·치료제·진단기기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재단의 국제 보건 투자 방향과 접점을 찾았다.게이츠 이사장의 이번 행보는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세계 보건 증진에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적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적 기여 확대를 촉구하는 한편, 업계를 상대로는 실질적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AI와 SMR 같은 미래 기술 분야까지 논의의 범위를 확장한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이 단발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 글로벌 보건과 에너지 혁신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