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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다이어트, 8주 만에 5kg 감량?

 감자는 흔히 ‘살이 찌는 탄수화물’로 여겨지며 다이어트 식단에서 배제되기 쉽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인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페닝턴 생의학 연구센터의 영양 및 만성질환 프로그램 책임자인 캔디다 J. 로벨로 교수는 감자의 섭취 방법만 적절히 조정하면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 매체 사이테크데일리(SitechDaily)를 통해 감자의 재발견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감자가 잘못된 조리 방식으로 인해 억울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기존 식단에서 주된 단백질 공급원인 고기나 생선의 40%를 감자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식단을 조정했다. 감자는 삶거나 찐 뒤, 24시간 동안 냉장 보관하는 방법으로 준비되었는데, 이렇게 하면 감자의 식이섬유 함량이 증가하고 소화 속도가 느려져 혈당 반응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참가자들은 감자를 포함한 저에너지 밀도 식단을 통해 평균 5.6%의 체중 감소를 경험했으며, 8주 만에 평균 체중이 5.8kg 줄었다. 이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도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로벨로 교수는 사람들의 식습관을 급격히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전략적이고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연구에서 감자의 저에너지 밀도 특성을 활용해 참가자들이 포만감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밀도는 음식의 무게당 포함된 에너지 양을 의미하며, 물과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은 체적은 크지만 칼로리는 낮아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도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 단순히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는 에너지 섭취가 줄지 않으며, 음식 속에 수분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또한 연구팀은 감자를 쪄서 식히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젤라틴화된 전분이 냉각되면서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이 생성된다고 밝혔다. 이 저항성 전분은 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칼로리로 흡수되지 않으며, 대신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동시에 포만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 긍정적이다.

 

이번 연구는 감자의 오명을 걷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학 연구에서는 감자를 주로 튀기거나, 가공된 형태로 섭취했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식품으로 간주되었으나, 단순한 조리법의 변화만으로도 감자는 건강한 식단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실제로 감자는 식이섬유와 칼륨이 풍부해 미국의 식이 가이드라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전체 야채 섭취의 약 30%를 차지하는 감자는 가격도 저렴해 접근성이 높다.

 

비만 환자의 약 80%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체중 관리와 혈당 조절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감자 기반 식단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감자는 탄수화물이지만 조리법과 섭취 방식에 따라 충분히 다이어트 식품이 될 수 있고, 인슐린 저항성과 같은 대사질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재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감자는 단지 탄수화물로 분류해 멀리할 식품이 아니다. 제대로 조리하고 활용한다면 체중 감량과 혈당 관리에 유용한 식품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당뇨병이나 대사질환을 관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값싸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감자의 식품학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이롭다” 빌 게이츠가 홀린 한국의 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21일 하루 동안 한국 정치·경제·보건 주요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그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를 차례로 예방하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갖는 등 광범위한 ‘광폭 행보’를 펼쳤다. 방한의 핵심 목적은 한국과의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였지만,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첨단 기술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논의도 병행됐다. 특히 게이츠 이사장은 저소득 국가 백신 보급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의 협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대감을 높였다.이날 오전 게이츠 이사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한국의 백신, 진단기기, 솔루션 분야 기술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아동 사망자 수를 연간 20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혁신적인 바이오 제품들이 경이로운 수준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 공공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에스디바이오센서, SK, LG, 유바이오로직스 등 구체적인 국내 기업들을 직접 거론하며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진단기기의 성과를 언급하며 “저는 이 기업들의 제품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류 전체를 위한 공공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협력할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화답했다.오찬 자리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동이 이어졌다. 양측은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김 총리는 오는 가을 한국에서 열릴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게이츠 이사장의 참석을 요청했다. 또한 게이츠재단 한국사무소 개소를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일정에서는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글로벌 보건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같은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국회도 초당적으로 ODA 확대를 지지하며 보건 협력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같은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며, 한국이 글로벌 보건 향상을 위한 예산 배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그는 또 최근 재단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언어 기반 AI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지 주민들과 인공지능이 대화하며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보급 과정에서도 큰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국제 보건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앞으로 재단의 주요 사업 축 중 하나임을 밝힌 것이다.이번 방한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 업계와 게이츠재단 간 협력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재단과 단독 미팅을 열고 차세대 예방 의약품 개발 및 글로벌 보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트레버 먼델 게이츠재단 글로벌 헬스 부문 대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또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역시 같은 날 게이츠재단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간담회에는 바이오니아, 유바이오로직스, LG화학, 노을,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쿼드메디슨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7곳이 참여해 백신·치료제·진단기기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재단의 국제 보건 투자 방향과 접점을 찾았다.게이츠 이사장의 이번 행보는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세계 보건 증진에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적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적 기여 확대를 촉구하는 한편, 업계를 상대로는 실질적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AI와 SMR 같은 미래 기술 분야까지 논의의 범위를 확장한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이 단발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 글로벌 보건과 에너지 혁신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