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렌지 값 폭등에 꼼수 부리는 음료업계... '함량 절반으로 줄이고 이름만 바꿔'

 커피 원두와 코코아에 이어 오렌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음료업계가 심각한 원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는 당장 원료 함량 조절이나 생산량 축소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결국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오렌지 주스 농축액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파운드당 평균 5.09달러(약 7165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파운드당 2.82달러(약 3970원)까지 하락했으나, 2022년 평균 가격 1.75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61%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불과 2년 만에 오렌지 가격이 거의 두 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세계 주요 오렌지 생산국의 잇따른 작황 부진이다. 세계 2위 오렌지 생산국인 미국 플로리다 지역은 2022년 말 허리케인 '이언'과 극심한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2-2023 시즌 플로리다의 오렌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56% 감소한 1800만 박스에 그쳤다. 이는 1936-1937 시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국인 브라질 역시 황룡병(HLB)이라는 치명적인 병충해와 극심한 가뭄, 대규모 화재 등 자연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브라질 오렌지주스산업협회(CitrusBR)에 따르면 2022-2023 시즌 브라질의 오렌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2억6700만 박스로 추정된다.

 

이러한 글로벌 오렌지 수급 불안정은 국내 음료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오렌지 작황 부진 등 원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음료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8% 감소한 1450억원에 그쳤다. 이는 주스 제품군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결과다.

 

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수입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6개월에서 1년 단위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데, 지난해 고점을 찍었던 오렌지 가격의 여파가 현재 생산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렌지 관련 제품의 원가 압박 부담이 여전히 크다"며 "물류비, 포장재, 인건비 등 다른 비용 요인까지 고려하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이미 가격 조정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오렌지를 사용한 '아침에주스' 등 54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서울우유 측은 "오렌지과즙 원료가 20% 가까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카콜라음료도 5월부터 '미닛메이드' 350㎖ 페트 가격을 1900원에서 2000원으로 100원(5.3%) 올렸다.

 

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제품의 함량 조정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미닛메이드 오리지널은 2023년 12월 미닛메이드 에센셜로 변경되면서 과즙 함량이 82%에서 51%로 대폭 줄었고, 작년 12월에는 다시 미닛메이드 시그니처로 리뉴얼되면서 과즙 함량이 30%까지 감소했다. 불과 1년 사이에 과즙 함량이 82%에서 30%로 줄어든 셈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슈링크플레이션'(제품의 양이나 품질은 줄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올리는 현상)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예전에 비해 맛이 달라진 것 같아 성분표를 확인해보니 과즙 함량이 크게 줄었더라"며 "가격은 오히려 올랐는데 품질은 떨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지난해 말 고환율 상황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부담이 더 커졌다"며 "가격 인상은 소비자 이탈이라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원료 함량을 바꾸거나 다른 비용을 조정해 수익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렌지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음료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오렌지 주스 제품의 가격 인상이나 함량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헌정 파괴' 항의, 김용민 '尹과 단절하라' 맞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정인을 겨냥한 사면 금지법을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20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죄로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법안은 최근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뇌관으로 떠올랐으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속된 여야 대치의 연장선에 있다.더불어민주당은 내란죄와 같이 헌정 질서를 유린한 중대 범죄는 어떤 명분으로도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은 1심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초범, 고령 등을 감경 사유로 든 것은 납득하기 힘든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법개혁 3법 통과에 이어, 민주주의를 파괴한 범죄에 면죄부를 주지 않기 위해 사면금지법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국민의힘은 이러한 시도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사면법은 사면의 종류와 절차를 규정할 뿐, 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해체하는 헌법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민주당의 움직임을 '미친 짓'이라고 표현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인용하며, 사면법 강행 처리야말로 헌정사의 비극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양측의 공방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김용민 의원이 법원의 내란 판결을 근거로 "국민의힘 정당 해산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윤석열과 하루빨리 단절하라"고 압박하자, 나경원 의원은 거세게 항의하며 회의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이날 소위원회에서는 사면법뿐만 아니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 역시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과 경영계가 반대하고 있어 또 다른 충돌 지점으로 남아있다. 여야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오전 공개 회의는 시작된 지 12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되었으며, 여야 간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정회했다. 민주당은 오후에 회의를 속개해 상법 개정안 논의를 마치는 대로 사면법 처리를 시도할 계획임을 분명히 해, 오후 회의에서도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