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뮤덕'들이 대학로에 '회전문' 도는 이유?

 젊음의 열기로 가득한 대학로. 이곳의 수많은 소극장들은 매일 밤낮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연극과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다. 특히 대학로 뮤지컬은 대규모 자본과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극장 뮤지컬과는 결이 다른, 이곳만의 독특하고도 끈끈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남자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과 폭발적인 '케미'로 이미 대학로의 상징이 된 '남남 페어' 극부터, 좋아하는 배우를 향한 팬들의 열정적인 '덕질'까지. 주말이면 하루 종일 공연장과 그 주변을 맴도는 '종일반'을 자처하며 대학로 뮤지컬의 세계로 직접 뛰어들어 봤다.

 

대학로 뮤지컬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특정 소재의 강세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모리스'나 '하트셉수트'의 공연장 로비는 시작 전부터 여성 관객들로 북적인다. 기자가 '모리스'를 관람한 날, 남성 관객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객석의 대부분은 이미 수십 번 이상 같은 공연을 본 '회전문 관객'들이었다. '모리스'는 20세기 초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동성애라는 금기된 사랑을 그린 작품이며, '하트셉수트'는 고대 이집트 여성 파라오와 또 다른 여성의 사랑을 다룬다. 9년 만에 돌아온 '도리안 그레이' 역시 퀴어 코드가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들의 백미는 단연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이를 통해 드러나는 관계성이다. 특히 동성 배우 간의 키스신은 관객들의 숨소리마저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트셉수트' 커튼콜에서는 배우들이 팬 서비스로 키스신을 재연하자 객석에서 기립 박수와 함께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과거 '남남' 페어 극이 대학로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여성 배우들만 출연하는 '여여' 극도 점차 팬덤을 형성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최승연 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남성 2인극의 시작을 알린 '쓰릴 미'가 N차 관람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며, "최근 '하트셉수트' 등으로 이어진 여성 서사는 지난해 주목받았던 시스맨스(여자들의 진한 우정) 소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남성 페어 작품에 비해 흥행 파급력은 다소 약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대극장 뮤지컬과 확연히 다른 대학로 뮤지컬 관람 문화는 바로 '시체 관극'이다. 공연 중간에는 박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오롯이 무대 위의 스토리에만 집중하며 숨죽여 관람하는 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이미 대학로 팬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모리스' 공연에서는 커튼콜 전까지 단 한 번의 박수도 없었고, 배우들이 무대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트셉수트' 역시 특정 하이라이트 넘버가 끝났을 때만 짧고 강렬한 박수가 이어졌다.

 

최승연 평론가는 이러한 '시체 관극' 문화가 "뮤지컬 관람 경험을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팬덤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브로드웨이의 경우 배우 등장 시부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고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들리는 등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비교하며, "대학로 팬덤 문화는 한국만의 고유한 특징이자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함께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학로 거리를 걷다 보면 '배우 OOO 생일 축하' '데뷔 N주년 축하' 문구가 붙은 카페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카페 내부는 온통 해당 배우의 사진과 포스터, 캐릭터 쿠키 등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아이돌 팬덤의 이벤트 현장을 방불케 한다. 대학로에서 카페 '오드 투 디저트'를 운영하는 이원준 씨는 "보통 한 달 내내 예약이 꽉 차 있고, 인기 배우의 경우 1년 전부터 예약 문의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하루에 100명 이상의 팬들이 '생일/데뷔 카페'를 찾는다고 한다. 배우들 역시 직접 카페에 방문해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팬들과 소통한다. 배우 백형훈의 생일 카페를 운영했던 팬 하승진(26) 씨는 배우가 직접 찍어준 카페 내부 사진을 보여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대학로 뮤지컬계는 작품 자체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배우를 향한 팬들의 뜨거운 애정,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문화가 어우러져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남 의대 설립의 꿈, 순천대 학생 60% 반대에 가로막혔다

 전라남도의 숙원 사업인 국립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핵심 전제조건이었던 국립순천대학교와 국립목포대학교 간의 통합이 최종 무산됐다. 전남도의회 '통합대 국립의과대학 설립 지원 특별위원회'는 24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투표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양 대학 간 통합 추진에 심각한 제동이 걸린 점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통합안은 지난 22일과 23일 양 대학에서 동시에 진행된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국립목포대는 교원, 직원, 학생 모두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지며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국립순천대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교수(찬성 56.12%)와 직원·조교(찬성 80.07%)는 통합에 찬성했으나, 학생 투표에서 반대가 60.68%로 나오면서 3개 직역 모두의 찬성이라는 판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부결로 결정됐다.전남도의회는 이번 투표 결과, 특히 학생들의 반대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에 주목하며, 그들의 우려와 고민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던 학사 운영의 혼란, 각기 다른 캠퍼스의 정체성 상실 문제, 그리고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의 질적 저하 가능성 등 현실적인 걱정들이 이번 반대 투표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회는 대학 통합 문제가 특정 구성원이나 단일 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전남 지역 사회 전체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차대한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학생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과 별개로, 지역 소멸이라는 더 큰 위기 앞에 놓인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도의회 특별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두 대학의 통합이 무산된 단기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청년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전라남도가 앞으로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와 직결된 운명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덧붙였다. 즉, 이번 통합 부결은 단순히 의대 설립이 좌초된 것을 넘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이에 따라 도의회는 국립순천대를 향해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공공적 책무와 역사적 역할을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하여, 지역 사회와 전남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아직 통합 논의를 이어갈 시간과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고 판단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에 대한 재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전남도의회 또한 이 과정에서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책임 있는 주체로서, 대학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통합 논의가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했다. 전남의 미래가 걸린 의대 유치의 불씨를 어떻게든 다시 살리겠다는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